“구충제 먹고 비염 나았다” 항암 이어 제2의 구충제 논란
SNS 눈
식약처 “치료 시기 놓칠 수 있어… 다른 목적 사용 부적절”
최근 구충제 알벤다졸을 복용해 비염 증상이 완화됐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 항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인체용 구충제’ 알벤다졸까지 덩달아 품귀 현상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알벤다졸이 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벤다졸로 비염 치료에 효과를 봤다는 후기 글이 다수 올라왔다. 오랜 기간 비염을 앓았는데, 알벤다졸을 복용한 후 증상이 완화됐다는 내용이다.
한 복용자(별****)는 “수십 년간 비염으로 고생했다. 코가 막혀서 수십 년 동안 입으로 숨 쉬어야 했다”며 “알벤다졸을 먹고 2시간 만에 증상이 사라졌다. 개 구충제도 아니어서 부작용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복용자들도 “오늘 그냥 먹어봤는데 끼워 맞추기인지 코가 아주 뻥 뚫렸다”(su****), “한 알을 먹고 1시간 30분정도 지났는데 1년 내내 막혀있는 왼쪽 코가 뚫렸다”(밥****) 등 복용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효과가 있다는 후기 글이 이어지자 “알벤다졸을 시도해 보겠다”는 누리꾼도 등장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최근 들어 구충제의 비염 치료 효과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부쩍 늘어났다. 한 약사 유튜버는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구충제 요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충제의 비염 치료 효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유튜버는 “호산구라는 백혈구가 있는데, 호산구는 기생충 감염과 알러지 질환과 관련돼 있다”며 “호산구가 안 좋은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주위 조직에 염증을 유발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염도 염증인 만큼, 기생충을 제거하면 호산구 수치가 줄어들어 호산구가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줄고, 비염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차라리 비염 치료제로 증상을 완화시키면서 환경과 체질을 개선해보라”(마****), “시판되는 약이 얼마든지 있는데 뭐 하러 구충제를 먹는거냐”(n5****), “먹다가 잘못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꾸****)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구충제를 비염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약사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알벤다졸은 구충약으로 개발돼 알러지 증상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알러지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치더라도, 용법ㆍ용량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염 치료 목적으로 자주 투약하다 보면 간 손상과 피부 과민반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비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기존 약을 사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구충제는 구충 효과에 쓰이기 때문에 비염이나 치질, 당뇨 등 다른 질병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해당 질병에 대한 제품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아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칠 수가 있어 복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