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농장서 구조돼 해외로 간 도사견들은 잘 살고 있을까
휴메인소사이어티, 견생역전 이야기 웹툰으로 선봬
"개 농장서 구한 개들, 일반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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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개 농장'이 얼마나 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동물단체에서는 개를 대량으로 번식, 사육하는 개 농장이 약 3,0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개 농장에서 길러지면서 희생되는 수는 1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개 농장 속 개들은 대부분 청소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에서 남은 음식물 등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들이 뜬장 밖으로 나와 땅이라도 디뎌볼 수 있는 순간은 도살될 때뿐이다.
그렇다면 개 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은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과 다를까.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개에 덩치가 큰 도사견, 진도 믹스견도 많지만 품종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개 농장에서 길러지는 도사견과 진도 믹스견도 일반 반려견과 다를 바 없지만 품종견을 선호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이들의 입양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설명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2014년부터 16개의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한 2,000마리 대부분을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 보냈다.
김나라 HSI 캠페인 매니저는 "HSI 지부가 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 파트너 보호소와 함께 개들의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파트너 보호소의 경우 입양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들에게 좋은 입양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외로 간 도사견과 진도믹스는 잘 살고 있을까. HSI는 올해 개 농장 개들도 훌륭한 반려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모든 개는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중 하나로 웹툰 작가 '러브둥둥', '멍디'와 협업을 통해 입양간 개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선보였다.
뜬장 속 다리가 굽었던 도사견 ‘맥스’, 3년 후 모습은<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7년 6월 충남 예산 개 농장은 유난히 도사견을 많이 기르고 있었다. 복날을 앞두고 이곳에서 구조된 개만 146마리. 당시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중인 강형욱 훈련사도 구조 현장에 동참해 이슈가 됐다.
구조 당시 맥스(5세 추정∙수컷)는 덩치에 비해 좁은 뜬장에서 갇혀 지내다 보니 다리가 심하게 휜 상태였다.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을 텐데 사람을 잘 따랐고, 구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맥스는 현지 보호소와 입양 가족을 만난 후 몇 차례 수술을 받고 정상적으로 걷고 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이 회복됐다. HSI는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몰랐던 맥스는 입양 후 평범한 반려견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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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았던 '소피아', 미국서 평생가족 찾아<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피아(4세∙암컷)는 2018년 10월 경기 남양주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 중 하나다.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랐음에도 구조 당시 굉장히 밝은 성격에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눈에 띄었다.
구조 활동에 참가했던 활동가 마일즈 월링포드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닮은 소피아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데려갈 수 없었다. 소피아는 캐나다 보호소로 이동해 수술을 받고 입양처를 찾고 있었고, 소피아를 잊지 못한 채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갔던 월링포드는 수소문 끝에 소피아를 찾아 가족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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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뭉쳤다고 버려진 '셰기', 애교쟁이 반려견으로<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개 농장에서 구조된 셰기(4세 추정∙수컷)의 모습은 길게 자란 털들이 심하게 뭉쳐 있어 활동가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마당에서 길러졌으나 털이 뭉치고 더러워지면서 주인이 개 농장에 유기했다고 한다.
사람 손을 타서인지 HSI 활동가가 구조를 위해 농장을 찾았을 때도 간식보다 사람의 손길을 더 갈구하고 있었다. 셰기는 캐나다 보호소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무겁게 뭉쳐 있던 털을 잘라낸 후 변신에 성공, 새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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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두려워하다 서서히 마음을 연 '헤이든'<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7년 12월 폐쇄한 경기 남양주의 농장에서 발견된 진도 믹스견 헤이든(4세 추정∙암컷). 사람의 손길을 느껴본 적이 없다 보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컸고 구조 이후 바뀐 환경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운 좋게 새로운 가족을 만났지만 헤이든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밥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케이지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헤이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3개월이 지나자 헤이든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갔다. 사실 알고 보니 헤이든은 어떤 개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좋아하는 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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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돌보는 도사견, '벨라'<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벨라(1세 추정∙암컷)는 HSI가 올해 폐쇄를 앞둔 개 농장을 사전 방문했을 때 태어난 강아지 중 한 마리로 활동가 롤라 웨버가 직접 입양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웨버는 쌍둥이 딸을 기르고 있는데 벨라가 집에 온 날부터 쌍둥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자매가 됐다는 게 HIS의 설명이다. 웨버는 "두 딸이 처음 할 수 있는 단어가 '엄마'가 아니라 '벨라'일 것 같다"며 "셋은 서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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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해변 나들이가 제일 좋은 '나라'<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HSI는 2018년 10월 경기 남양주의 200마리를 사육하던 대규모 개 농장을 폐쇄했다. 개에게 제공되는 음식에서 다른 개의 사체가 발견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곳에서 구조된 진도 믹스견인 나라(3세 추정∙암컷)는 제대로 관리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지만 성격만은 밝았다. 구조 이후 영국으로 이동해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HSI는 “나라는 새로운 가족과 신뢰를 쌓으면서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가족과 해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완벽한 반려견으로 거듭났다”고 소식을 전했다.
HSI는 "국내 개고기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그 외 아시아 국가에서도 개고기 거래와 소비를 엄격히 제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식용견 농장이 운영되고 개고기에 대한 수요 역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HSI는 "지금까지 구조한 2,000마리의 개들 모두 한때 식용견이라 불렸지만 반려견과 다르지 않았다"며 "개 식용이 완전히 종식되는 그 날까지 식용견 농장 폐쇄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