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가도’ 맛에 한번 빠지면 오도가도 못할 수도
자카르타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인도네시아 길거리 음식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고랭안’. ⓒ인도네시아관광청 |
인도네시아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장조림 혹은 갈비찜과 비슷한 른당, 꼬치구이인 사테와 나시고랭은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앞다투어 칭찬한 음식이다. 인도네시아 음식이 맛있는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향신료다. 그 향신료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16~17세기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은 후추와 육두구가 재배되던 런(Run)섬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까지 벌였다. 전쟁은 네덜란드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영국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 맨해튼)을 요구했다. 네덜란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뉴암스테르담 대신 이 섬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향신료 값이 폭락하면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인종과 언어만큼이나 향신료가 다양하고 음식도 다채롭다. 특히 자카르타에는 경쟁하듯 전국의 유명 음식이 몰려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거리 식당까지, 한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든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길거리 음식은 저렴하고 맛이 좋아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길거리 음식 ‘마타박’ ⓒ인도네시아관광청 |
인도네시아의 대표 길거리 음식 ‘마타박’ ⓒ인도네시아관광청 |
매우 주관적이지만 자카르타 도보여행 시 힘을 불어넣을 길거리 음식 3가지를 추천한다. 우선 마타박(Martabak). 닭고기, 오리고기, 쇠고기와 계란, 채소로 속을 채운 뒤 오믈렛 모양으로 튀긴 음식이다. 달콤한 소스를 뿌린 얇은 크레페 스타일의 마타박도 있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중독성을 보장한다. 가격도 1,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두 번째 추천 메뉴는 가도가도(Gado-Gado). 채소에 땅콩소스를 뿌려 버무린 인도네시아식 샐러드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걸쭉한 소스에 담백한 채소가 아주 잘 어울린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가도가도에 손을 댔다가는 그 맛에 매료돼 오도 가도 못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길거리 음식 ‘가도가도’ ⓒ인도네시아관광청 |
초록 고추와 함께 나오는 고랭안. ⓒ인도네시아관광청 |
고랭안은 인도네시아의 대표 튀김음식이다. |
세 번째는 길거리 튀김음식 고랭안(Gorengan)이다. '고랭'은 인도네시아어로 볶거나 튀긴다는 뜻이다. 주재료에 따라 나시고랭, 미고랭, 아얌고랭 등 종류가 다양하다. 두부와 발효한 콩을 눌러 튀긴 템뻬(Tempe)가 대표적이고, 카사바 뿌리나 바나나 등을 먹기 좋은 크기로 튀겨 매콤한 녹색 고추를 얹어 내는 방식도 있다. 튀김의 느끼함을 고추의 매콤함이 잡아 준다. 허기를 채우기에 그만이고,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정성스러운 케이크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라피스레짓(Lapis Legit)이다. 18겹으로 이루어진 이 케이크를 만들려면 굉장한 노력과 기술, 인내심이 필요하다. 재료도 엄청나다. 계란과 버터에 카다멈, 육두구, 정향 같은 인도네시아 전통 향신료가 첨가되고, 생강, 계피도 들어간다. 한 층 한 층 꼼꼼하게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자카르타에서도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몇몇 전문 제과점에서만 만든다.
정성과 시간으로 만드는 케이크 ‘라피스레짓’ ⓒ인도네시아관광청 |
자카르타 남부에 1983년 문을 연 제과점 ‘판도르(Pand’or)’의 라피스레짓은 정향과 육두구를 조금 덜 넣어 현대적인 입맛에 맞추었다. 시나몬, 자두, 호두, 초콜릿, 치즈를 첨가한 다양한 라피스레짓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42만에서 80만 루피아(3만3,000~6만2,000원) 선이다. 1976년 설립한 ‘해피(Happy)’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유명 인사들도 일부러 찾는 곳이다. 말린 자두, 치즈, 호두, 모카 맛을 가미한 다양한 라피스레짓을 판매한다. 기본 메뉴 외에 특별한 맛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주문제작도 받는다. 가격은 3만3,000~6만7,000원 선이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다양한 커피. ⓒ인도네시아관광청 |
서쪽 끝 아체(Aceh)에서 동쪽 끝 파푸아(Papua)까지 적도를 중심으로 동서로 5,000km 길게 뻗은 인도네시아에는 유명한 커피 산지들이 많다. 수마트라의 만델링과 린똥, 아체의 가요, 자바의 자바, 술라웨시의 또라자, 발리의 낀따마니, 파푸아의 플로레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루왁 커피 등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다. 자카르타 구도심 바타비아에 위치한 토코 코피 아로마누산타라(Toko Kopi Aroma Nusantara), 유기농 원두를 무기로 자카르타에 4개 지점을 운영하는 아노말리 커피(Anomali Coffee), 전통요리와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끄다이로칼레(Kedai Locale)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자카르타의 이름난 카페다.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VITO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