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만에 사막땅이 농지로 변신한다
노르웨이 신생기업, ‘액상 나노점토’ 특허기술 개발
스프링클러로 30~50cm 스며들 만큼 뿌려주면 끝
두바이 사막땅에 액상나노점토를 뿌린 후 재배한 펄밀렛(위)과 수박(아래). 데저트콘트롤 제공 |
유엔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20억명이 더 늘어난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식량 수요는 인구 증가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토양이 척박하고 식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와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토지 개발로 농경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육종 기술로 인류의 주식 작물인 쌀과 밀 수확량을 크게 늘려준 1960년대 녹색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농업 기술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노르웨이의 한 신생기업이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만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데저트 콘트롤(Desert Control)이라는 이름의 이 스타트업은 마르고 황폐화한 땅을 촉촉하고 질 좋은 농경지로 바꿔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노르웨이의 한 과학자가 개발한 이 기술의 핵심은 '액상 나노점토'(LNC=Liquid Nanoclay)라는 물질에 있다. 1.5나노미터 크기의 점토 입자와 물을 특수한 방식으로 섞어 만든 것이다.
사막화한 토양은 모래와 같아서 물과 영양분이 흙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지하수 층으로 흘러내려간다. 그런데 이 물질로 모래 입자들을 코팅해주면 수분과 영양분이 모래에 달라붙는다. 물을 빨아들이는 커다란 스펀지를 땅에 펼쳐놓는 셈이라고나 할까. 스프링클러 같은 기존 관개시스템을 이용해 물을 주듯 땅에 뿌려주면 끝이다. 뿌리가 닿는 지점까지 스며들도록 충분히 뿌려준다. 이 회사의 아틀레 이들란(Atle Idland) 전무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 인터뷰에서 "깊이 30~50센티미터의 그릇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며 "어느 정도 깊이까지 뿌려줄지는 재배할 작물의 종류에 따라 정한다"고 말했다.
시험재배 결과 물 덜 들고 수확량 늘어
액상나노점토를 뿌리는 모습. 데저트콘트롤 제공 |
사실 작물 재배를 위해 모래에 점토를 섞는 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경험적으로 써왔던 방식이다. 이 회사의 기술은 이 점토를 나노 입자 수준으로 쪼개서 땅에 쉽게 뿌려줄 수 있는 액체물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얻는 효과는 놀랍다. 원래 사막지대의 농업은 일반 토양에서보다 물이 3배 이상 더 필요하다. 그런데 액상 나노점토를 쓰면 작물에 주는 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물질이 물이 함유된 수십센티 깊이의 대형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농지 전환을 위해 드는 점토의 양이 크게 줄어든다. 이 회사 추정으론 전통 방식보다 점토가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셋째는 수확량이 늘어난다. 나노점토는 영양성분이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준다. 이들란 전무는 수확량이 평균 40% 이상 늘어난다고 말한다.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모래땅에서 시험한 결과, 대조군보다 두배 더 큰 당근과 양배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실시한 시험에서는 밀 수확량이 네배나 늘어났다. 최근엔 두바이 인근 사막에서 수박과 호박, 사료로 쓰이는 펄밀렛(pearl millet)을 재배하는 시험을 했다. 이 회사는 중국과 파키스탄에서도 시험재배를 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비용 드는 게 단점…자연 생태계 영향도 검증해야
사막땅에서 무성하게 자란 펄밀렛과 수박. |
더욱 놀라운 건 이 방식으로 마른 땅을 경작지로 바꾸는 데는 7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노점토를 원하는 깊이까지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 회사는 기존 방법으론 모래땅을 농경지로 바꾸는 데 7~15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한번 뿌려주면 그 효과가 5년이나 지속된다.
땅에서 자라는 식물은 사막 땅의 온도를 낮춰주고 토양 침식도 막아준다. 이 기술을 드넓은 사막에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면 그 효과는 더 뚜렷할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우선 비용 문제가 있다. 사막 땅을 농경지로 바꾸는 데는 1제곱미터(0.3평)당 2~5달러가 든다. 웬만한 규모의 땅을 개조하려면, 수천만원이 들어가야 한다. 개도국 농부들이 감당하기에는 많은 돈이다. 또 한 가지는 이 방식이 사막의 자연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모른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큰 부담없이 `땅 스펀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산 시설 확장과 함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500만제곱킬로미터의 건조지대 또는 사막땅을 농경지로 녹화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