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돌아온 ‘할로윈’…주연 배우들 그대로, 공포는 40년 업데이트
1978년에서 40년 흐른 뒷얘기
주연배우 40살 더 먹은 그대로
당하기만 하던 여주인공 당차져
1978년작 복습하고 보면 재미 2배
곳곳 깨알같은 원작 오마주
“그간의 속편은 짝풍” 메시지도
영화 '할로윈'(2018)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제공 |
1978년 첫 선을 보인 공포영화의 레전드 <할로윈>이 40년 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23 아이덴티티>로 신흥 공포 명가로 자리매김한 블룸하우스의 레이블을 달고서. 섬뜩한 마스크를 쓰고 손에 식칼을 든 ‘마이클 마이어스’는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관객들에게 극강의 공포와 심장 저릿한 긴장이 가득한 ‘할로윈 데이’를 선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할로윈>(1978)은 8편의 속편이 제작됐고 2번이나 리메이크된 바 있다. 즉, 오는 31일 개봉하는 <할로윈>이 레전드를 되살리는 첫 시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할로윈>(2018)은 지금까지 10편에 달하는 관련 작품을 리셋시켜 버리고 1978년 10월31일, 그 날로부터 40년 후의 이야기로 원작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이 작품이 경이로운 점은 40년 전 마이클 마이어스를 연기한 닉 캐슬과 생존자 로리 스트로드를 연기한 제이미 리 커티스가 그대로 출연했고, 원작의 감독이었던 존 카펜터가 총괄 프로듀서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진정한 <할로윈>의 팬이라면, 관람 전 1978년 원작을 복습하기를 권한다.
영화 '할로윈'(2018)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제공 |
이야기는 6살의 나이에 누나를 죽이고 정신병원에 수감됐다 15년 뒤인 1978년 할로윈 밤에 탈출해 5명을 살해한 마이클(닉 캐슬)의 이감을 앞두고 두 명의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러 오면서 시작된다. 수감 뒤 40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그는 자신이 40년 전 썼던 마스크까지 들고 온 기자에게도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연구용 가치가 사라진 마이클이 다른 시설로 이감되던 날, 호송버스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그는 교도관들을 살해한 뒤 탈출한다. 그리고 마이클은 정확히 40년 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가 사는 마을로 향한다.
영화 '할로윈'(2018)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제공 |
영화는 되돌아온 마이클과 마이클의 트라우마에 휩싸여 인생을 망친 로리의 ‘40년 만의 대결’로 압축된다. 슬래셔 무비의 고전인 원작의 특징에 스릴러적인 느낌이 더욱 강조된 이유다.
주목할 점은 로리가 대부분의 공포영화에서 비명을 지르다 살해당하는 무기력한 희생자 또는 가련한 피해자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주도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복수’를 꿈꾸며 마이클에 대항할 준비를 해온 로리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지, 또한 로리의 편집증 때문에 그를 등졌던 딸 캐런(주디 그리어)과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첵)까지 ‘여성 3대’가 어떻게 연대해 공포에 맞서 싸우는지를 그려낸다. 이는 <해피 데스데이>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겟 아웃>을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환기하는 등 늘 영화 속에 정치·사회적인 요소를 담아내고자 했던 블룸하우스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영화 '할로윈'(2018)의 한 장면. UPI 코리아 제공 |
<할로윈>은 러닝타임 내내 그간의 속편에 대한 ‘단절’과 원작에 대한 ‘오마주’를 강조한다. “마이클이 로리의 오빠라는 건 유언비어”(2편에서 마이클이 생존자인 로리의 오빠였다는 반전이 드러남)라고 못 박는 장면 등은 속편에 대한 ‘단절’에 해당한다. 반면, 영화는 원작의 여러 장면을 오마주하며 정통성을 확보하려 한다. 난간에서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마이클이 감쪽같이 사라진 장면, 로리가 수업을 받다 창문 밖에 서 있는 마이클의 모습에 놀라는 장면, 마이클이 이불 홑청을 뒤집어쓰고 나타난 장면 등 원작 속 유명 신을 상황만 변주해 깨알같이 오마주한다.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가면을 쓴 채 내뿜는 마이클의 숨소리와 피 묻은 식칼, 이제는 공포물의 대표 배경음악(BGM)이 된, 단조롭지만 긴장감 넘치는 테마곡 등 원작의 공포요소도 두루 차용했다. 단지 건반에 실렸던 원곡에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덧입혀졌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랄까?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40년이 지나도 공포의 법칙은 변함이 없고, 그럼에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①야한 짓 하면 죽는다 ②경찰만 믿다간 죽는다 ③혼자 남겨지면 죽는다 등등…. 원래 클래식은 영원한 법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