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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 손 흔드는, 나무 위 집에 올라볼까

[ESC]

SNS 화제 ‘톰아저씨 트리하우스’


개장 두달 만에 예약 서버 다운 인기


잃어버린 동심 자극하는 ‘숲크닉’ 공간


벌레 무서워 하던 아이들도 마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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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톰아저씨 트리하우스’ 전경.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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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랐다. 빼꼼, 문을 여니 세모 모양의 조그만 방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바닥으로부터 붕 뜬, 이 높고 작은 집은 나무 위에 얹힌 트리하우스다. 혹시 흔들리진 않을까,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방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아찔함은 그저 기분 탓, 탄탄한 바닥이 두 발을 받친다. 창밖으로 살랑이는 나뭇잎, 폭신한 카펫, 작은 선반 위에 놓인 몇 권의 책, 아늑한 빛의 백열등. 조그만 방의 모든 요소가 여기, 든든한 나뭇가지 위에 좀 더 눌러앉아 있으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지난 21일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톰아저씨 트리하우스’를 찾았다. 정식 개장을 한 지 두 달 된 이곳은 예약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최근 가장 ‘핫’한 트리하우스다. 톰아저씨 트리하우스는 푸른 논이 펼쳐진 고즈넉한 동네를 내려다보며 마니산 자락에 자리 잡았다. 나뭇가지로 만든 작은 간판을 세워둔 입구는 얼핏 그냥 지나칠 듯 화려하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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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허클베리 핀이 창문을 열고 “반가워!” 인사할 것 같은 나무 위의 집. 바닥에 있던 집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동화 같은 풍경이 연출되는구나 싶다. 이곳엔 총 5동의 트리하우스가 있다. ‘달집’부터, 봄이 되면 지붕 위로 벚꽃이 머리카락처럼 흐드러진다는 ‘벚꽃머리집’, 입 벌린 공룡 모양을 연상케 하는 ‘하품하는 티라노’ , 세모난 창이 뚫린 ‘세모집’, 한참 멀리 내다볼 듯한 ‘등대집’ 등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어떤 집은 굵은 나무줄기가 집 한복판을 힘차게 뚫고 올라가고, 어떤 집은 들어가는 입구가 사다리 끝, 머리 위에 달려 재밌다. 다람쥐처럼 오르내리며 모든 집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과 방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책을 한 권 집어 들고 한껏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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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아저씨 트리하우스’의 ‘세모집’.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방문객은 5동의 트리하우스와 복층 건물인 ‘별꼴 하늘창집’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예약할 수 있다. 트리하우스를 지붕 삼아 마련한 테라스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음료, 간식 등이 준비된다. 숲에서 소풍을 즐기는 ‘숲크닉’ 개념이다. 톰아저씨 트리하우스는 현재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4시~8시 두 차례 운영되고, 약 300평의 숲에 총 6팀만 받는다. 머무르는 동안 30~40분 정도 소요되는 목공예 체험 수업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방문객 대부분 유아·초등학생이 있는 가족이었다. 코로나19로 친구들과 제대로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노는 모습이 어쩐지 짠하고도 벅차다. 아이들은 경사진 공간을 날쌔게 오르내리고, 숲놀이터에 마련된 밧줄 다리, 대형 거미줄에 매달려 에너지를 쏟았다. 어른들 보기에 아찔한 출렁다리도 아이들은 거침없이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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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 내부.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톰아저씨’ 김광수(50)씨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놀다 보면 자기 몸을 얼마만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스스로 배운다”고 말한다. 이곳 놀이터는 자유 숲 놀이터를 지향하는 권민영 ‘리틀빅아이’ 대표의 도움으로 조성됐다. 권 대표와 그는 자연 속 위험한 놀이터 철학을 공유한다. 어른들의 개입이 적은 자율성에 기반을 둔 공간이 아이들을 더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숲에서 사회성도 배워 돌아간다. 처음 보는 아이들도 나무를 올라타고 밧줄에 매달리며 몇 번 얽히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 김씨는 “지난 2개월간 운영하며 여기만의 소소한 문화 같은 것도 생겼는데, 아이들이 놀다가 친해지면 각자의 트리하우스에 초대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이쯤 되니 톰아저씨가 궁금했다. 김광수씨는 20년 넘도록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해 온 평범한 생활인이었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어느 날 “다른 것에 눈 돌릴 틈 없이, 인생을 이 일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한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로망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트리하우스가 떠올랐다. “제 기준에서 작품은 누군가의 동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게도, 남들에게도 그런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그게 트리하우스였던 거죠.” 경사가 져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산기슭의 작은 땅을 샀다. 작품을 만들 듯 나무를 다듬고 조이며 트리하우스를 지어 올렸다. 톰아저씨 트리하우스는 그의 작은 작품 세계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지은 집이 1호 트리하우스인 ‘달집’이다. 지붕에 난 창으로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고, 귀여운 여닫이 창문이 달린 달집은 상상 속의 트리하우스 그대로다. 달집에 연결된 폭 좁은 계단을 타고 더 올라가면 아찔한 출렁다리를 통해 바로 옆 나무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로 건너갈 수 있다. 두근대는 심장을 달래며 다리를 건너면 저 멀리 강화도 앞바다까지 보이는 시원한 전망에 속이 탁 트인다.


김씨는 주말마다 2~3일씩 숲에 머물며 트리하우스를 지었다. 처음에는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개인 공간으로 썼다. 그러다 두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며 따라나서는 횟수가 적어지니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올봄 공간을 다른 아이들을 위해 개방하게 된 계기다. “누구에게나 동심이 남아 있다”고 얘기하는 그는 아이들과 유독 잘 지낸다. 숲에서 벌레를 보고 소스라치는 아이들에게 무작정 “하나도 안 무서워, 겁내지 마”라고 말하지 않는다. 벌레와 발음이 유사한 ‘빌리’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내 친구 빌리에게 화내지 마. 빌리가 가던 길 가게 그냥 두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라고 설명하면 아이들은 금세 공포심을 버리고 숲에 더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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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 건물 ‘별꼴 하늘창집’ 내부.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저 숲속 나무 집과 작은 놀이터인데, 무엇이 이토록 사람을 끄는 걸까. 목공예 체험 수업을 마치고 수업료로 낼 솔방울 5개를 찾고 있던 한 아이에게 물었다. “그냥 재밌어요. 숲에서 많이 안 놀아봤는데, 이상하게 놀이공원보다 재밌네요.”(김성문·인천 만석초 3학년)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았다.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뙤약볕을 가리는 서늘한 그늘, 새처럼 지저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쩐지 모든 것을 선한 눈으로 보게 되는 이상한 공간, 잠시 동화 속에 들어가 허클베리 핀을 만나고 온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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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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