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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의사 무시한 채…군사보안 맘대로 공개한 미 대사

한국 정부 의견 무시한 채

트위터에 인도사실 공개

군 내부 “이례적, 과도한 월권”

한겨레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트위터 화면 갈무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군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정찰자산인 ‘글로벌 호크’(RQ-4)의 한국군 인도 사실과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사절인 대사가 주재국의 군사 사항을 주재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월권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여러 명의 군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주한 미국대사관 쪽은 2주 전쯤 한국 국방부에 글로벌 호크가 다음주 한국에 들어오면 이를 축하한다는 내용을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알려왔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 쪽은 글로벌 호크 같은 전략자산 관련 정보는 ‘군 보안 사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미 대사관쪽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리스 대사는 1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주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인도한 한미 안보협력팀에 축하를 전한다. 한국 공군과 공고한 한미동맹에 있어 뜻깊은 날이다”라는 내용을 “대한민국 공군”이라고 적힌 글로벌호크 실물 사진과 함께 올렸다. 사실상 글로벌호크의 도착 사실과 시점을 사진까지 동원해 공표한 것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미국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정찰 자산 등 각종 무기에 대해서 보안 사항이라며 해당 자산의 한국 도착 사실과 시점, 사진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글로벌호크 1호기 도입 때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가, 글로벌 호크의 도착 장면이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자 마지못해 글로벌 호크 1호기의 인수 사실을 시인했다.


군 안팎에서는 해리스 대사가 한국 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정찰자산 관련 정보를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군 당국자는 “글로벌호크가 미국 군수업체 ‘노스럽 그루먼’의 제품이고 미국 정부가 주관하는 ‘대외군사판매’(FMS) 절차로 한국에 도입되는 것이지만, 엄연히 미군이 아닌 한국 공군의 정찰자산”이라며 “해리스 대사가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관 출신이어서 군사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국군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고 말했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에 있는 작은 물체까지 식별해내는 첨단 무인정찰기다. 한국은 8800억원을 투입해 올해 안에 글로벌 호크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 대사관은 해리스 대사가 해당 정보를 올린 배경이 무엇인지 묻자 “트윗 내용 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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