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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왜 ‘비밀 안락사’ 선택했나

2015~2018 케어 구조 활동 분석

구조 규모 확대, 안락사도 늘어

보호소 감당 못하고 직원 반대해도

무리한 구조→모금→안락사 악순환

구조 이후 동물의 삶에는 눈 감아

‘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지시해 구조된 동물을 안락사한 보도( 동물보호단체 ‘케어’, 구조한 개·고양이 수백마리 안락사시켰다)가 나온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한겨레>는 2015~18년 케어의 구조 활동을 분석해봤다. 케어 홈페이지에 올라온 구조 활동 후기를 세어보면 2015년 100여마리, 2016년 150여마리였던 구조 건수가 2017년 250여마리, 지난해 380여마리로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 부천 개농장 40여 마리(2017), 경기 남양주 개농장 260여 마리(2018) 등 시간이 흐를수록 대규모 구조 활동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조가 늘어난 만큼 케어 보호소에서 나온 폐사체 양도 2016년 25㎏ 기준 37마리(926㎏)에서 지난해 같은 기준 100여 마리(2.5톤)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박 대표는 왜 보호소에서 책임지지 못할 정도로 많은 개를 활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조했던 걸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에게 구조를 많이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니 “도살장에 끌려갈 애들을 보면 차라리 내가 데려와 안락사를 시켜주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보호소를 운영하려면 안락사가 필요하다며 “동물들은 계속 들어오는데 안락사를 할 수 없으면 보호소가 과밀해져 관리가 안 된다. 그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안락사해주는 게 낫다. 밥주고 예뻐해주는 사람이 ‘따끔’하고 (주사 놓는 게) 안락사다. (나는)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물보호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은 그가 “동물 구조 활동에 중독됐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애초에 부족했거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구조 지상주의’ 박 대표가 구조를 중시한 이유는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공공연한 비밀과 연결된다. ‘불쌍한 동물을 구조하면 지지를 많이 받는다’는 말이다.

‘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구조와 모금의 상관관계

실제로 애니멀 호딩이나 개농장 등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생명을 이어가는 불쌍한 동물을 구조하는 모습이 언론에 많이 소개될수록 진정성 있는 단체라는 인식이 퍼진다고 한다. 한 단체 대표는 “아픈 동물을 구조해야 돈이 모이고 회원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무리하게 구조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털어놓았다. 16년 동안 케어가 한국 대표 동물보호단체로 성장하고 사랑받아온 이유는 열정적으로 동물을 구조하는 박 대표의 이미지가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어의 활발한 구조 활동은 자발적 회비와 후원금으로 연결됐다. 케어의 2017년 결산서를 보면, 전체 예산 16억원 가운데 회비(10억원)와 후원금(3억5000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케어는 지난해 네이버가 운영하는 기부 포털 ‘해피빈’을 통해 29번에 걸쳐 1억9290만원을 모았다.

‘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보통 반려동물 구조 활동은 포털사이트 모금 코너에 자주 소개된다. 케어 누리집에도 ‘해피빈 모금’이라는 제목을 단 구조 활동 일지가 빼곡하다. 지난해 50여 마리가 안락사 됐다는 경기 남양주 개농장의 260여 마리 구조 활동도 포함돼 있다. ‘개농장을 보호소로’라는 이름을 내걸었는데, 6개월간 2326명이 적게는 100원, 많게는 10만원씩 모두 1943만원을 기부했다. 44마리 중 절반 가까운 20여 마리가 안락사 된 경기 부천 개농장 구조 활동도 8개월 동안 990만원이 모금됐다. 부산 애니멀호더 고양이 구조 때는 860만원을 걷었다. 박 대표는 “케어는 다른 단체와 달리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될 수 없다. 모금을 해야 조직이 운영된다”며 모금 활동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많은 단체가 모금에 나서는 이유가, 현실적으로 동물에게 돈이 많이 필요해서이지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은 타당성이 있다. 구조 작업 자체에 들어가는 인력, 시간과 돈, 이송비와 치료비, 보육비 등을 고려하면 구조를 많이 할수록 단체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구조→모금→무리한 구조→안락사로 이어진 ‘악순환’이 케어 사례로 확인되면서 다른 선량한 동물보호단체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박 대표는 구조 활동에 환호하는 대중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2011년 연평도 포격 당시 섬에 들어가 고양이를 구조해 나와 화제였다. (구조 후 허피스에 걸린 고양이를 안락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같은 해에는 경기 과천 농장에 ‘침입’해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해 특수절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구조 1위 케어에 대한 지지가 늘었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 대표는 ‘천사’로 불렸다.


박 대표를 오래 지켜본 단체 관계자는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박 대표가 구조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다른 단체에서 거절한 구조도 케어가 다 한다. 마음이 약해서 거절할 수 없다. 들어오는 구조 요청의 1/3은 나간다. 그래서 구조 직원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던 동물보호활동가의 몰락에 많은 이가 할 말을 잃은 것은, 그만큼 동물을 아낀다는 사람이 안락사를 쉽게 결정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케어에서 동물보호교육을 받았던 한 대학생은 “평소 박 대표와 케어가 학대 당한 동물 구조에 앞장섰기 때문에 지지했다. 그러나 치료를 통해 살 수 있던 동물마저 안락사시킨 일은 공간 부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천사’로 불린 케어 박소연 대표,

“구조 이후, 생각해야”

이 일을 계기로 동물권 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보도 이후 한 단체 대표는 “우리도 대규모 구조를 했다.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의 개체별 카드부터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 대표는 “구조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활동은 완결성이 떨어진다. 적은 수의 개라도 구조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개들도 다른 반려견과 똑같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이후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지 않고 ‘깜깜이’ 기부하던 문화도 돌아봐야 한다는 반성도 나온다.


지난해 말 찾은 경기도 포천의 케어 보호소는 180여 마리 개들이 살고 있었다. 녹색 철망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고, 한 곳에 서너 마리의 개가 함께 지냈다. 개농장보다는 확실히 공간이 넉넉했다. 그러나 개들은 한겨울 날씨를 온전히 견디고 있었다. 한쪽 우리를 제외하고는 지붕이 뻥 뚫려 있었다. 그나마 천막이 쳐진 한쪽도 낮에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밤새 물그릇이 얼기 때문에 매일 오전이면 관리인이 얼음을 깨고 뜨거운 물을 붓는 작업을 해야 했다. 제보자는 ‘한겨레’ 등 언론에 케어의 이중성을 제보한 이유 중 하나로 케어의 동물보호소가 개들에게 든든한 쉼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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