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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에도 청각은 살아 있다…따뜻한 작별 인사를

뇌파 측정 결과, 의식불명 상태서도 소리에 반응

한겨레

사람의 뇌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변의 소리에 반응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제공

통상 청각은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까지 작동하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로 의료 현장의 경험에서 나온 추정이지,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부족했다. 보통 심장박동이 정지된 뒤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s)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이 확실한 증거라면 증거였다. 예컨대 영국 사우샘프턴종합병원 의료진이 심정지 상태에서 소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 10%가 근사체험에 해당하는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의료진이 시행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에게 시행된 인공소생술을 기억하고 설명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연구진이 이번에 청각에 대한 통설을 뒷받침해주는 실험 결과를 국제 학술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망 직전의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청각이 여전히 작동하는 증거를 포착한 것. 연구 결과대로라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말을 해주는 것이야말로 죽음을 맞는 사람에 대한 마지막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건강한 실험 참가자와 말기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 비교했다. 주로 암환자들인 말기 환자들에 대해서는 의식이 있을 때와,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로 나눠 두 차례 뇌파를 측정했다.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밴쿠버의 세인트 존 호스피스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실험에는 가족 동의 아래 13명의 환자가 참가했다. 연구진은 2차 테스트를 하기 전에 숨지거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빼고 5명의 환자로부터 사망 직전 무반응 상태에 빠졌을 때의 뇌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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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뇌파측정장치(EEG). https://www.flickr.com/photos/tim_uk/8135755109/

“사랑해요” 마지막 위로 중요...전화 목소리도 OK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전극과 전선이 빼곡한 뇌파측정장치(EEG) 모자를 씌우고 소리에 대한 뇌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늘상 접하는 소리, 낯선 소리를 주파수를 바꿔가며 5가지 패턴으로 들려줬다. 그 결과 숨지기 몇시간 전까지 일부 말기환자들의 뇌가 젊고 건강한 참가자들과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심리학과 박사과정 엘리자베스 블런든 연구원은 “대개의 경우 사망하기 마지막 몇 시간 동안 무반응 상태에 빠진다"며 "뇌파 데이터로 보아 의식이 전혀 없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뇌가 소리에 반응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실험 결과는 임종 순간을 함께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적잖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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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을 때(위)와 의식불명일 때의 말기환자 뇌파 활동. 사이언티픽 리포츠

실험에 함께 참여한 30년 호스피스 근무 경력의 로메인 갤러거 박사는 "말기 환자들을 돌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말을 건네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청각이 마지막 감각인지 궁금했었다"며 "이번 연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죽음을 맞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는 호스피스 의사와 간호사들의 인식을 신뢰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지막 순간에 직접 또는 전화로 사랑한다는 말과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뇌파가 움직인다는 것 자체는 청각이 살아 있다는 걸 말해 주지만, 자신이 듣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블런든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직도 풀어야 할 질문들이 많다"며 "하지만 처음으로 얼핏 들여다본 정도의 이번 연구는 죽음을 맞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뇌 속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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