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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깔려도 끄떡없는 ‘철갑 딱정벌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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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만들 때 핀 휘어 드릴로…겉날개 봉합선 맞물림 구조가 하중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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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서부 참나무숲에서 균류를 먹고 사는 투박한 딱정벌레에 ‘악마의 철갑 딱정벌레’란 이름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날지 못하는 이 딱정벌레는 장갑차처럼 단단한 키틴질 껍질로 자신을 지킨다.


천적에 들키면 돌멩이 흉내를 내며 죽은 척하는데 새가 부리를 쪼는 것은 물론 사람이 밟거나 심지어 자동차가 바퀴로 깔고 지나가도 끄떡없다. 초기에 이 딱정벌레를 채집한 곤충학자가 핀을 꽂으려다 핀이 휘는 바람에 드릴로 구멍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날개가 없는 대신 날개덮개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한 이 딱정벌레가 어떻게 엄청난 외력에도 잘 견디는지 밝혀졌다. 제수스 리베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재료공학자 등은 2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강인함은 두 개의 철갑 같은 겉날개 사이의 봉합선이 맞물리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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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파블로 자바티에리 미국 퍼듀대 토목공학 교수는 “봉합선은 마치 그림 조각 맞추기처럼 복잡하게 맞물리는 형태여서 등의 겉날개부터 배의 키틴질 껍데기까지 다양한 외부골격과 연결돼 하중 에너지를 분산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또 봉합선은 여러 개의 얇은 층으로 이뤄져 외부에서 힘을 가해도 부드럽게 층이 변형될 뿐 외골격이 일시에 무너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딱정벌레가 견디는 최대 하중은 체중의 3만9000배인 150뉴턴으로 측정됐다. 비포장도로에서 타이어의 하중이 100뉴턴임에 비춰 자동차가 깔고 지나가도 끄떡없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악마 철갑 딱정벌레는 7∼8년을 산다. 몇 주일 동안을 사는 다른 딱정벌레에 견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철갑구조를 갖추는 데 큰 투자를 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항공기 가스터빈 같은 강하면서도 유연한 물성이 필요한 재료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항공기 가스터빈에는 금속과 복합물질을 기계적 잠금장치로 연결하는데 이 장치가 스트레스를 가해 금이 가거나 부식하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잠금장치 대신 금속과 복합물질을 철갑 딱정벌레의 봉합선처럼 연결했더니 기존의 장치보다 더 강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0-2813-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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