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죽였다”… 쌍용차 해고자들 폭우 가른 절규
‘쌍용차 폭력진압’ MB 청와대 승인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촉구
“공소시효 끝나도 특별법 제정
이명박·조현오 죗값 받게 해야”
‘노조와해 문건’ 진상조사도 요구
“이명박이 죽였다.”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라.”
폭우가 쏟아지는 경찰청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울부짖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28일 경찰의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진압이 ‘이명박 청와대’의 최종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밝힌 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당시 진압작전의 ‘최종 승인자’인 이 전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경찰, 검찰과 노동부, 회사 쪽은 일사천리로 합동작전을 벌여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짓밟았다”며 “청와대가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 명시됐고,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이었다”고 강조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는 특별법을 제정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진압작전 당시 쌍용차 조립공장 옥상에서 농성을 벌였던 해고노동자 김선동씨는 “경찰특공대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았던 당시 동지들이 맞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복직을 한다 해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이 억울함을 반드시 해결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해고노동자 강환주씨도 “2009년 7월 용역 깡패에게 쇠파이프로 맞아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새총에 맞아 귀도 잘렸다”며 “저를 때린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들이 죗값을 받게 해달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경찰은 헬기에서 2급 발암물질이 주성분인 최루액을 섞은 물 20만ℓ를 노동자들을 향해 뿌렸다. 저공비행하는 헬기의 ‘하강풍’을 이용해 해산을 시도하는 ‘바람 작전’도 시도했다. 또 당시 대테러장비로 규정되어 있던 테이저건, 다목적 발사기 등을 노동자들에게 사용했다. 대테러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구성된 경찰특공대가 공장에 투입돼 파업을 진압하면서 경찰 동료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 차원의 폭행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위반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의 위법한 작전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참가자들은 또 쌍용차 파업 진압의 전모를 밝히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며, 특히 쌍용차 ‘노조 와해’ 의혹 문서 100여건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겨레>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회사 쪽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입수해 경찰과 검찰, 노동부 등이 회사 쪽과 공조해 노조를 와해하려 한 정황을 지난 4일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진상조사위는 경찰 등 정부기관이 회사와 협조해 노조 와해를 시도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조사위가 못한 쌍용차 노조 관련 비밀문서 조사를 해야 한다.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은 쌍용차 파업 당시 회사와 노조의 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현오 전 청장은 지난달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시 주아무개 정보분실장과 김아무개 경정이 노사 중재를 했다”고 밝혔다. 중재에 나섰던 김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교섭 때 회사 쪽 노조 대응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6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국가폭력을 밝히기 위해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이미 30명이 숨진 만큼 이제라도 국가가 짓밟힌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정환봉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