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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예능 출연, 득일까 독일까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한겨레

〈편먹고 공치리〉(SBS) 장면 갈무리.

한겨레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다. 대상 스포츠는 축구, 농구, 배드민턴, 야구,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뭉쳐야 찬다2〉(jtbc), 〈골 때리는 그녀들〉(SBS·이상 축구), <세리머니 클럽〉(jtbc), 〈골프왕〉(TV조선), 〈편먹고 공치리〉(SBS·이상 골프) 등 축구와 골프의 경우 복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티티(OTT·Over The Top) 공세 속에 티브이(TV) 시청자층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옛 향수를 자극할 만한 은퇴 선수들을 예능에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전, 현직 선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갈린다. 우호적인 시선은 선수들의 대중적 노출이 해당 종목의 관심도를 증가시키고 결국 신규 팬 유입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다. 실제로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의 예능 출연은 여자배구 인기를 더 끌어올렸다. 허웅·허훈 형제 또한 부친인 허재 전 감독과 티브이 출연이 잦아진 뒤 인기가 더 올라, 올 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 투표에서 나란히 역대 최다표를 기록했다.


부정적 시선은 보수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운동 본연의 길에서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역 선수의 경우 단체 훈련이나 팀 케미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퇴 선수의 경우도 지도자로 변신하기보다는 방송가를 먼저 기웃거리는 경향 또한 강해졌다. 올림픽 메달을 딴 한 은퇴 선수는 방송 1회 출연료로만 700만원을 받는데, 지도자 월급 등에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액수다.


스포츠를 예능으로 접근하면서 해당 종목이 오히려 더 재미가 없어지는 역효과도 낼 수 있다. 스포츠 예능에서는 매주 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경기는 많지 않다. 스포츠를 다큐가 아닌 예능의 영역으로 봤을 때의 문제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골 때리는’ 편집을 통해 잘 드러났다.


선수들의 잦은 예능 출연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스포츠 원로는 대뜸 이런 질문을 했다. “그들이 아마추어 현장에는 한 번이라도 갔나요?” 예능 현장에 집중하느라 정작 그들을 필요로하는 스포츠 현장은 외면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아마추어 선수는 자신의 우상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가르침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기회는 아예 없거나 제한적이다. 현금, 현물 등의 기부 소식은 종종 들리지만 원 포인트 레슨 같은 재능 기부 얘기가 최근 뜸해진 것도 사실이다. 비대면을 강조하는 코로나19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전, 현직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 출연은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또한 한때라는 것이다. 요리 예능이 유행하다가 한 순간 썰물처럼 사라진 것처럼 스포츠 예능 붐도 때가 되면 사그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강호동, 서장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능인’과 ‘스포츠인’의 경계에서 진지한 고민은 필요할 듯 보인다. 중학생 아들이 이승엽을 ‘홈런왕’이 아닌 ‘골퍼’로 인지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스포츠 팀장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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