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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고왕”··· 별난 집배원의 따스한 이야기

커버스토리┃우체국


산골 노인들에게 걸려온 보이스피싱


김진옥 집배원이 해결해···신고왕 등극


별난 이름 때문에 유명한 오세용 집배원


“행복을 전하는 집배원이 되자”


한겨레

집배원은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다. 반가운 얘기도 있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두메산골이나 첩첩산중까지 편지를 전달하는 그들은 예기치 못한 일을 접하기도 한다. 그 현장을 지혜롭게 해결한 두 명의 집배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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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랖 집배원의 초능력


괴이한 비행체가 허공을 갈랐다. 요란한 움직임, 귀를 울리는 굉음. 수상했다. 2017년 8월3일 오전 9시50분, 강원도 영월군 남면 연당리. 연당우체국 김진옥(47) 집배원은 오토바이를 세웠다. 북한의 소형무인기가 강원도 군사기지를 촬영한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던 시기였다. 배달해야 할 우편물이 산더미 같았지만, 마을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신고부터 하기로 했다. “여보세요? 여기가 어디이냐면요…….” 전화를 끊은 뒤 푹푹 찌는 뙤약볕을 견디며 군 수색대를 기다렸다.


수색이 개시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밝혀진 괴비행체(?)의 정체는 국방부에서 띄운 훈련용 드론이었다. 지난 10일, 김 집배원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미심쩍어서 신고한 거였지만, 민망하기도 했어요. 상당히 많은 군인이 출동했거든요.” 결론이 다소 허망(?)했을지언정 그의 노고는 치하받기에 충분했다. “북한 정찰기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어요.” 그는 제36보병 사단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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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김 집배원은 평소에도 ‘신고왕’으로 유명하다. 대체 어떤 신고를, 얼마나 많이 하기에 그런 별명이 생겼을까? 2011년 4월의 일화를 들어봤다. 주민이 통화하는 광경을 보게 됐는데, 낌새가 이상했다. “무슨 일이냐 물어도 휴대전화만 붙든 채 하얗게 질려 계시더라고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임이 분명했다. “아들이 쓴 사채를 송금하지 않으면 납치한 아들을 죽인다고 했대요.” 주민이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은 김 집배원의 신고와 설득이 있고 난 뒤였다. 2015년 2월에는 무장탈영병을 신고해 검거하기도 했다. 그가 육사단 사단장 표창과 강원도 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동시에 받게 된 이유다.


‘신고왕’의 레이더가 포착하는 대상에 예외란 없다. 동네주민을 신고한 것도 수차례. “작년 겨울이었어요.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더니 혼자 사는 할머니가 처마에서 마당으로 추락해 쓰러져 계셨어요.” 그는 즉시 119에 신고했고, 병원까지 동행했다. 엄동설한의 날씨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그는 겸양의 태도를 고수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저만 하는 일도 아닌 걸요, 뭐.”


그는 “강원도 지역 다른 집배원들도 다 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편물을 배달할 때마다 어르신들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요.” 외진 산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집배원들은 독거노인이나 치매노인을 발견하면 군청에 신고하고, 진료 및 세탁, 빨래, 목욕 등의 서비스를 받도록 연계한다. 김 집배원은 여태 10명 남짓의 노인을 ‘신고’했다. “그 집에 다시 갔을 때 달라진 환경을 보면 잘했구나, 싶죠.”


활달한 성격인 그는 바쁜 와중에도 주민들과 대화하길 좋아한다. 24년 전 집배원이 된 까닭도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는 게 좋아서”였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생경한 풍경일 수 있겠으나, 주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그렇게 고맙단다. “‘진옥씨, 이거 어떻게 해야 해?’라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감사하고 기뻐요.” 날마다 되뇌는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자!” 그 말에 ‘빵 터졌다.’ 가히 ‘신고왕’다운 말이었다.


그는 강원도 영월이 고향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이 그리워 내려와 집배원이 됐다.


자녀 둘도 강원도 원주 등에서 일을 한다. “결혼을 일찍 해서”라며 아들·딸 자랑을 수줍게 한다. 아들은 간호사, 딸은 건강보험공사 원주지사에서 일한다. “서울보다 (여기서 집배원 하는 게) 좋지요!(웃음)”


오늘도 오세용, 오세용!


자, 당신이 이런 카톡을 받았다고 치자. 〈OOO님이 보낸 택배 운송장번호 3782041272를 12:00~15:00 도착 예정입니다. 합천우체국 오세용〉장난인가 싶어서 짜증이 나거나 무슨 소리인가 잠깐 고민에 휩싸일지 모른다. 택배 물건을 받으러 합천우체국까지 가야 하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당신, 지극히 평범하다.


이건 택배 얘기가 아니다. 집배원 얘기다. ‘오세용’이 그 집배원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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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택배를 우체국으로 받으러 오라는 겁니까?” 경남 합천군 합천우체국 오세용(47) 집배원이 자주 받는 항의다. 지난 9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합천우체국 오세용입니다.” 묘했다. 알고 걸었는데도 우체국으로 오라는 것 같았다. 말로 들어도 이러하니 카톡에 적힌 글자로 보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직접 우체국으로 찾아오는 고객도,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고객도 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끊는 전화도 많다. 아마도 상황 파악이 되고 나니 당황해서 끊은 거겠지. 어쨌거나 최종 반응은 비슷하다. “와하하”이건 ‘피식’이건 웃음을 터뜨린다. “제 이름이 오세용입니다, 말씀드리면 한바탕 웃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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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찍이 인터넷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그의 이름이 담긴 문자는 여전히 ‘짤(이미지 캡처본)’로 돌아다닌다. 2011년 티브이(TV) 화면에도 나왔다. <한국방송>(KBS) 예능프로그램인 <스펀지>에서였다. “방송 타고나서는 항의가 뜸했었는데, 잊힐 만하니 다시 항의 전화가 오네요. 기사가 나가면 한동안 또 뜸해지겠죠?(웃음)”


‘오세용’은 사실 상당히 세련된 이름이다. 뜻도 좋다. 나라이름 ‘오’(吳), 세상 ‘세’(世), 용 ‘용’(龍). ‘세상의 용이 돼라’는 뜻이다. 외삼촌이 지었고, ‘세’는 집안의 돌림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화제가 되는 건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어딜 가나 ‘오세요’ 하지, ‘오세용’ 하진 않았잖아요. 언제부턴가 ‘오세용, 오세용’ 하기 시작하면서 재밌는 오해도 받게 된 것 같아요.” 맞다. 화용론(話用論) 탓이 크다. 택배의 출현도 ‘유죄(?)’다. “우체국 택배가 없었더라면 택배 문자도 없었을 거고, 그럼 이런 에피소드도 없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오 집배원은 택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택배를 기다린다. 요금고지서나 법원등기보다는 택배를 전하는 그를 더 반기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에 호감을 느껴 집배원이 됐는데, 요즘은 ‘선물’을 전해드린다는 생각도 들어요. 택배를 기다리는 분들께는 택배가 선물이니까요.”


합천이 고향인 그는 합천군 일대에서 집배원으로 일한 지 어느덧 26년. 군 복무를 마치고 바로 집배원이 됐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배달의 가치를 믿는다. “배달은 정성이 담긴 서신과 물건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행위잖아요. 저희가 그 행위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거고요.” 생활신조를 물었다. “항상 친절하고 정직하자! 욕먹지 말자! 행복을 전하는 집배원이 되자!” 뭐랄까. 꾸밈이 없다. 말뿐인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당신의 택배는 무사히 갈 것이다. 그러니 이제 카톡을 받아도 화내지 마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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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우체국 편지쓰기는 문학이나 영화의 오래된 주제다. 예전에는 편지 같은 우편물을 접수하고 배달하는 곳이 우체국이었다.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우편물이 급감하자 요즘은 택배와 예금·보험 판매가 우체국의 주요 수입원이다. 우체국은 전국 2천여개가 있으며, 우편 업무만 취급하는 우편취급국도 있다. 우편 사업의 적자를 만회하려고 ‘알뜰폰’ 판매나 건물임대, 인터넷쇼핑몰 같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4차 산업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우체국을 신설하거나 1인용 전기차를 도입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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