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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신 다음날 분식집 파스타로 해장을?

독특한 분식점 늘면서 메뉴도 다양

곱창 떡볶이, 시래기 떡볶이 등

순대도 거듭 변신…해장 파스타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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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라면, 쫄면, 우동, 김밥, 만두, 볶음밥, 순대, 튀김, 어묵, 덮밥.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아니라도 분식집 차림표를 채울 음식은 많다. 김밥 프랜차이즈에서도 찌개류나 냉면 등을 판다. 20대 고객이 많은 대학교 근처 분식집에서는 파스타도 판매한다. 외식이 발달하면서 분식집 메뉴는 한식과 경양식을 넘나들었다. 최근엔 더 과감하게 변신하는 중이다. 식재료는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저렴하다. 고객들의 입맛과 외식 수준이 올라가 간단한 소스조차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다. 분식점의 형태가 새로워지니 메뉴도 당연히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떡볶이 ▶ 곱창 떡볶이·투움바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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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윤’의 곱창 떡볶이.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분식 메뉴 중에서 떡볶이는 존재감이 유난히 큰 스타다. 앉은 자리에서 떡볶이를 직접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는 분식집 단일 메뉴로 독립한 지 오래다. 요즈음 떡볶이 마니아들은 쌀떡이냐, 밀떡이냐, ‘국떡’(국물떡볶이)이 맛있느냐, ‘즉떡’(즉석떡볶이)이 더 좋냐 등을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더 독특한 아이디어로 입맛을 사로잡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썬데이스낵’ 떡볶이 옆엔 김밥처럼 썬 핫도그가 있다. 떡볶이 국물이 핫도그 빵에 촉촉하게 스며들었을 때 먹어야 제맛이다. 분식점 ‘하이윤’의 떡볶이 위엔 한우 곱창이 올라간다. 마늘을 많이 넣고 끓인 떡볶이 국물에 기름이 자글자글한 곱창을 풍덩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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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분식’의 국물 떡볶이.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남도분식’은 좀 더 향토적인 분위기다. 시래기를 넣어 끓여 해장국 느낌을 살린 시래기 떡볶이나 콩나물을 넣어 개운함을 더한 ‘빨콩 떡볶이’ 등이 떡볶이 메뉴다. 그 밖에도 크림을 졸여 맛을 낸 ‘투움바 떡볶이’도 분식집 여러 곳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메뉴다.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에서 파는 ‘투움바 파스타’의 맛을 떡볶이에 구현한 것이다. 투움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도시 이름이다. 간장과 고추장까지 넣어 만든 붉은 크림소스는 맛이 독특하다. 그밖에도 돈가스를 토핑하거나 짜장 소스를 섞은 떡볶이, 통째로 튀긴 오징어를 위에 올린 떡볶이 등이 인기다.

돈가스 ▶ 가츠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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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분식’의 ‘돈가스샌드’.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두툼한 돈가스를 식빵 사이에 끼우고 돈가스 소스와 겨자 소스를 살짝 뿌려 먹는 일식 ‘가츠산도’는 양식 레스토랑과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다. 일본, 동남아 음식을 분식에 접목한 ‘도산분식’이 선보인 ‘돈가스샌드’가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를 타고 20대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자 다른 분식점들도 덩달아 메뉴판에 넣고 있다. 언뜻 보면 살코기가 두툼해서 식감이 퍽퍽할 거 같지만, 지방도 적당히 섞여 부드럽다. 칼로 썰어 먹어야 하는 커다란 왕돈가스보다 크기가 작아 먹기 편하다. 튀긴 식빵 가장자리를 곁들인 가츠산도를 파는 곳도 있다.

순대 ▶ 순대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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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분식’의 순대 튀김.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최근 20대가 열광하는 세련된 분식집 메뉴의 특징 중 하나는 차림표에 순대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순대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분식점에서 직접 만들기가 어려워 주인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분식에 순대가 빠지면 어쩐지 섭섭하다. 그런 마음인 이들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첩첩분식’에선 순대를 튀겨서 내놓는다. 튀긴 순대를 얇게 채 썬 깻잎과 함께 먹는데, 파기름, 땅콩, 라임주스,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매콤하고 짭짤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촉촉하다. 술안주로 먹기에도 더없이 좋다. ‘남도분식’에서는 우렁이를 다져 넣은 막장을 순대 위에 올려 먹는 ‘우렁막장 순대’를 판매한다.

쫄면 ▶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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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분식’의 ‘가지가지한 아라비아따’.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근 문 연지 얼마 안 되는 분식집에서 면 요리 대장은 단연코 파스타다. 쫄면, 우동, 라면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는 근사한 파스타는 아니다. 이탈리아인이 즐겨 먹는 퍽퍽한 파스타도 아니다. 흥건한 국물에 면을 만 한국식 파스타다. 파스타는 이제 나이 불문하고 전 세대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간편 요리다. 동네 작은 분식집에서도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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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분식’의 ‘알럽 크림 파스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서울 중구 산림동에 있는 ‘이멜다 분식’에서는 해장이 필요한 사람이나 매콤한 면 요리를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가지가지한 아라비아따’ 파스타가 있다. 마늘을 듬뿍 넣어 매콤한 맛을 살렸다. 토마토소스에 달콤한 맛을 더한 뒤 두툼하게 썬 가지를 올린 면 요리다. 면에 국물을 듬뿍 묻혀 한 입 말아 먹으면 쓰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명란과 검은색 날치알을 아낌없이 올린 ‘알럽 크림 파스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찾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1만원이 넘지 않는 파스타도 있어, 2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파스타 전문점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게 이곳을 찾는 20대들의 평가다.

라면 ▶ 비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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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분식’의 ‘도산비빔면’.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그동안 라면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변신했다. 하지만 평범한 동네 분식점에는 생각보다 라면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라면에 치즈, 어묵 등의 재료를 추가로 넣어 먹는 식은 이제 평범한 축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토핑 재료를 올려 먹는 분식 마니아가 많다. 하지만 최근 인기있는 중국 면 요리 탄탄면을 변형한 비빔면을 파는 곳이 있다. ‘도산분식’의 ‘도산비빔면’은 오키나와의 인기 있는 식당 ‘마제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메뉴다. 국물 없이 이국적인 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 비빔면인데, 면은 인스턴트 라면의 면이다. 불고기 양념에 재운 고기를 얇게 잘라 익혀 올리고, 일본 미소 된장과 마요네즈를 추가로 넣었다. 걸쭉하게 비벼 먹는 스타일이다.

사이다 ▶ 밀크티와 칵테일

이제 분식집에는 콜라와 사이다만 팔지 않는다. 밀크티는 복고풍 분식집 차림표에서 빠지지 않는 음료 중 하나다. 서울의 몇몇 카페에서 가게 로고가 찍힌 플라스틱병에 밀크티를 담아 판매하자 이를 따라 한 분식점이 생겨났다. 이런 형태의 밀크티는 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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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분식’의 ‘치즈로만 속을 채운 바삭 치즈 만두’.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술을 파는 분식집도 많아졌다. 맛있는 분식을 먹을 때 한두 잔 술을 곁들이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떡볶이나 볶음밥을 먹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크래프트 비어나 소주 등을 함께 주문하는 풍경을 분식점에서 자주 목격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바바라스키친’은 밤이 되면 손님들 거의 모두가 술을 마신다. 떡볶이 한 점 먹고, 특이한 칵테일 한 모금 마시는 식이다. 복분자주부터 하이볼과 증류식 소주까지 다양하다. ‘첩첩분식’에선 소주와 토닉워터를 섞어 만든 칵테일 ‘소주토닉’과 상그리아(와인에 과일, 탄산수, 얼음, 설탕 등을 넣어 차게 마시는 음료)가 잘 팔린다고 한다.

분식
분식(粉食)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싼 가격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를 통칭하던 분식이 최근 복고풍 트렌드에 편승해 변신하고 있다. 1970~8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주방 소품 등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의 분식점이 2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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