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구이 붕어빵 먹어봤어?…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대
알고보면 역사 100년, 겨울 간식 대장
‘뉴트로’ 유행하며 붕어빵 지도도 인기
서울 광장시장의 ‘총각네붕어빵’에서 갓 구운 붕어빵이 종이컵에 담긴 모습. 조서형 제공 |
“붕어빵 시세나 붕세권(붕어빵+역세권, 붕어빵 파는 가게 인근의 권역) 얘기를 종종 하죠. 대화를 시작하기에 가볍고 좋잖아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 권일(34)이 말했다. 오르는 물가는 모두의 관심사지만 집세나 주식 얘기를 나누자니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이런 때 묻기 좋은 게 붕어빵 시세다. 진짜 붕어빵 시세는 어떨까? 붕어빵은 동네와 레시피별로 가격이 다르다. 어느 정도 지역 물가를 대변한다. 서울 시내만 살펴봐도 제각각이다. 강남구 삼성동에서는 한마리 700원, 성동구 성수동 뚝도시장에서는 두마리 1천원, 구로구 구로동에서는 세마리 1천원, 동대문구 회기동에는 아직 다섯마리 1천원 붕어빵이 남아 있다.
붕어빵은 세대 구분 없이 좋아하는 겨울 간식이다. 누구와 대화를 이어나가기에도 좋다. 겨울 초입이면 어김없이 붕어빵 얘기가 시작된다. ‘붕어빵 트럭 벌써 나왔더라’, ‘이게 올해 나의 첫 붕어빵이야’처럼 붕어빵이라면 무엇이든 할 얘기가 있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제철 간식, 붕어빵.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최근 붕어빵 포장마차의 위치, 시세, 맛 평점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붕어빵 노포를 찾아서
붕어빵은 모두가 사랑하지만, 엠제트(MZ)들은 특히 그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지도 앱에서 검색되지 않는 붕어빵 포장마차 위치를 서로 공유하는가 하면 각 지역 붕어빵 시세와 맛 평점을 매기는 식이다. 이때도 엠제트답게 SNS와 어플리케이션 등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인스타그램 5만 팔로어의 인플루언서 마케터인 제레는 지난해와 올해 11월마다 자신의 계정(@zele._.park)에 성수동 붕어빵 지도를 공유했다. 자칭 ‘성수동 로컬 큐레이터’로 동네 정보를 공유하는 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붕어빵 지도에 대한 반응이 4배쯤 더 크단다. “성수동에 젊은 직장인이 많아졌잖아요. 그에 따라 붕어빵 관심도도 커지는 것 같아요.” 올해 성수동에는 붕어빵을 포함한 겨울 간식을 파는 노점도 늘었다. 지난해 성수동 붕어빵 포장마차는 세곳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아홉곳으로 세배 늘었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을 만날지 모르니 가슴 속에 3천원을 지니고 다녀야 해.” 길거리 음식 가이드 앱 ‘가슴속 3천원’이 내세우는 모토다. 전국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 앱을 실행하면 내가 현재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붕어빵 가게의 평점과 리뷰까지 볼 수 있다.
‘붕세권’이 아니라 아쉽다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출시한 붕어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유독 붕어빵을 디저트로 출시한 카페 브랜드가 많다. 이디야, 메가커피, 설빙 등이 그렇다. 반응도 뜨겁다. 검은깨를 활용한 ‘흑임자 붕어빵’ 2종을 시즌 한정으로 출시한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출시 3주 만에 붕어빵 13만봉지(총 65만개)가 판매됐다고 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 꿀호떡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겨울 간식 대장급인 붕어빵에 도전했다”며 “전국 3천여개 가맹점 가운데 특히 군사지역이나 산업지역 등 붕어빵 노포를 찾기 어려운 곳에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붕어빵을 위해 언제든 3천원은 지니자.” 노릇노릇 익은 붕어빵이 대기 중이다. 조서형 칼럼니스트 |
붕어빵은 의외로 100년 가까운 긴 역사를 가졌다. 따지자면 근본 있는 음식이다. 책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거리 음식의 역사>에 따르면 서양의 와플과 동양의 찐빵에서 영감을 얻어 일본이 도미빵을 만들었고 이것을 우리나라가 1930년에 들여왔다. 미국 곡물 원조로 국내에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온 1950년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밀가루를 풀 반죽처럼 묽게 만들어 빵을 구웠다. 빵이라 부르지만, 발효 과정이 없고 박력분을 쓰므로 구움 과자, 제과류에 가깝다. 이때는 붕어빵에 앙금이 거의 없었다. 소금만 조금 뿌려 구워 먹었다. 붕어빵은 쭉 서민의 점심 대용으로 인기가 많았다.
이 붕어빵은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잠시 사라졌다. 길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사라졌던 붕어빵은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 무렵 다시 돌아왔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길에 나와 붕어빵을 구웠고 사람들은 다시 식사 대용으로 붕어빵을 사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붕어빵 판매량은 불황 지표로 여겨진다. “붕어빵이 좋은 이유요? 싸고 맛있어서요.” 2022년에도, 서울 망원동에서 ‘피알커피클럽’을 운영하는 정재은(25) 역시 비슷한 이유로 붕어빵을 좋아한다.
붕어빵이냐 잉어빵이냐
붕어냐, 잉어냐. 팥이냐, 슈크림이냐. 붕어빵을 두고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이자 햄릿적 고민은 인류가 붕어빵을 먹는 한 쉬이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먼저 붕어빵과 잉어빵은 어떻게 다른가.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붕어빵의 붕어 입 모양은 ‘붕’, 잉어빵의 잉어 입 모양은 ‘잉’” 이라 말한다. 정말 그럴까?
서울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9번 출구에서 20년 넘게 붕어빵을 판 김순옥 여사에게 물었다. 그는 요즘 많이 보이는 기다란 모양이 아닌 넓적한 붕어빵을 판다. “(틀을) 특수 제작했으니까. 붕어빵도 아니고 잉어빵도 아니지.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묻는 사람 많은데 어디서도 살 수 없어요.” 자기만의 붕어빵을 파는 김순옥 여사가 둘의 명확한 차이를 설명했다. “모양이 다른데 반죽도 달라요. 요새 사람들 먹는 건 거의 잉어빵이 많아.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이 두껍고 단단해요. 속에 뭘 넣어도 비치지 않고. 잉어빵은 반죽에 버터를 넣어. 반죽에 기름이 많아서 속이 보이고 붕어 모양도 흐릿해져요. 빵을 담아온 봉투에 기름이 배어 나왔다면, 그럼 그건 잉어빵.”
붕어빵과 잉어빵은 탄생부터 다르다. 붕어빵의 인기를 보고 잉어빵이 생겼다. 잉어빵의 탄생은 1998년 대구,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황금어장식품의 김승수씨가 특허를 냈다. 잉어빵은 대체로 반죽과 팥 믹스가 본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굽는 사람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없다.
붕어빵의 근본은 무엇인가. “근본은 팥이죠. 붕어빵이라 하면 다 팥을 떠올리잖아요. 다른 맛은 그저 잠깐 지나가는 거예요.”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건축가 조은형(27)은 ‘정통 붕어빵파’다. 한편으론 이런 반응도 있다. “바싹하게 구운 슈크림 붕어빵이 좋죠.” 장안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재은은 이제 슈크림 붕어빵을 오리지널 반열에 끼워줘도 될 거라 생각한다.
팥도, 슈크림도 아니지만 여름에도 줄 서야 살 수 있는 붕어빵 맛집이 있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의 ‘총각네붕어빵’이다. 지난 16일, 문을 여는 낮 12시 정각에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붕어빵을 손에 쥔 시각은 12시23분. 한 사람에 4개까지 주문할 수 있었다. 반죽과 속은 매일 직접 만든다고 한다. 고구마와 크림치즈, 호두와 팥, 팥과 크림치즈, 피자 등 네개의 다른 맛을 시켰다. 가격은 일반적인 붕어빵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2천원. 가게 앞에 섰던 손님 구지원(29)은 그 맛에 찬성했다. “식어도 맛있어요.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한마리 2천원이라니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는데 제값 하네요. 추천이에요.”
붕어빵 포장은 종이봉투가 제격이다.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지”
평범한 붕어빵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도 있다. 퇴근길 붕어빵 노점이 보이면 외면하지 않고 들른다는 회사원 권일에게 팁을 구했다. “얼마 전 침착맨 유튜브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붕어가 앙버터로 진화한 버전인데요, 붕어빵을 갈라 얇게 썬 버터를 속에 넣어요. 붕어는 아직 뜨끈하고 버터는 아직 차가울 때 먹어야 맛있어요.” 이미 붕어빵이 식었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붕어빵을 갈라 크림치즈를 발라요. 그다음에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를 설정하고 5분만 돌리면 돼요. 물론 붕어빵은 찬 바람 맞으며 길에서 사자마자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눅눅한 붕어빵을 피하려면 봉지를 닫아서는 안 됩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밀클레버 냉동 붕어빵. 마켓컬리 제공 |
누구나 ‘붕세권’ 가능합니다
‘우리 동네만 붕어빵 없어’라고 안타까워할 필요 없다. 전국의 ‘풀빵 김정호’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했다. 내가 현재 위치한 근처 어딘가 붕어빵 살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앱과 지도를 활용하면 어디서든 ‘나도 붕세권’이다. 전국 곳곳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회심의 붕어빵을 내놓았다. 이도 저도 어렵다면 냉동 붕어빵도 활용해보자.
① 앱 ‘가슴속 3천원’
‘겨울에는 언제 붕어빵을 만날지 모르니 누구나 가슴 속에 3천원쯤은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가슴속 3천원’은 전국의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앱이다. 실행하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한 지도가 열리고 가장 가까운 붕어빵 판매지가 하트 아이콘으로 뜬다. 하트를 누르면 문을 연 붕어빵 노점과 위치, 이동 시간, 가격, 평점과 리뷰까지 볼 수 있다. ‘가슴속 3천원’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위치를 제보하고 잘못된 정보는 삭제 요청도 할 수 있다. 붕어빵뿐 아니라 길거리 간식인 호떡, 땅콩빵, 국화빵, 군고구마, 문어빵, 계란빵, 어묵, 떡볶이, 순대, 와플, 꼬치, 토스트, 군옥수수 판매처까지 알 수 있다. ‘성수동 큐레이터’ 제레 역시 이 앱을 기반으로 게시물을 만들었다.
② 대동풀빵여지도
2017년 전국의 붕어빵 가게 위치를 표시해 공유하는 ‘대동붕어빵여지도’가 만들어졌다. 구글 오픈맵을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노점을 표시하고 정보를 갱신하는 형식이다. 현재는 누리꾼들이 잉어빵, 국화빵, 땅콩빵, 호떡 등 노점 위치를 표시해 ‘대동풀빵여지도’로 업그레이드했다. 22일 현재 1055개의 가게가 등록되어 있으며 130만 뷰를 기록했다. 전국의 풀빵 김정호 같은 사람들이 붕어빵 맛, 가격, 팥소의 양, 가게 오픈 시간, 주인 친절도까지 적어두었으니 참고하면 된다. 대동풀빵여지도는 앱을 따로 설치하거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포털사이트에서 ‘대동풀빵여지도’를 검색해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③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 메가커피, 설빙 등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도 붕어빵을 즐길 수 있다. 이디야커피는 ‘흑임자 붕어빵’ 2종을 시즌 한정으로 출시했다. 미니사이즈 붕어 다섯마리가 들어 있고, 팥과 슈크림 중 고를 수 있다. 가격은 2500원. 메가커피는 붕어빵, 초코 조개빵, 앙버터 호두과자로 구성한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를 내놓았다. 오전 시간 내 하루치 양을 모두 소진할 만큼 인기가 좋다. 설빙은 ‘한입쏙붕어빵 피자맛’과 ‘국화빵’ 2종을 출시했다. 세곳 모두 배달도 된다.
④ 냉동 붕어빵
‘밀클레버 미니 붕어빵’은 온라인 식품마켓 마켓컬리 ‘추천템’으로 사람들 사이에 자주 공유되는 품목이다. 단팥, 슈크림, 우유, 고구마 네가지 맛이 있다. 길거리 붕어빵과 식감이나 맛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특유의 포근한 맛이 매력적. 언제나 냉동실에 저장해둘 수 있는 든든함 또한 장점이다. 에어프라이어에 5분 구우면 된다. 15개입 5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