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아니다…2만4천년만에 살아난 얼음 속 동물
2만4천년 전 얼어버린 영구동토층의 담륜충
해동하고 먹이 주자 되살아나 번식까지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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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작품에 곧잘 등장하는 인공 동면, 또는 냉동 인간의 부활 장면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무려 2만4천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언 상태로 있던 동물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화제의 동물은 ‘델로이드 로티퍼’(Bdelloid rotifer)라는 이름의 무성생식 다세포 담수동물이다. 로티퍼는 라틴어로 바퀴 모양의 동물(담륜충)이란 뜻이다. 습지, 웅덩이를 비롯한 전 세계 담수지역에 두루 분포하는 이 담륜충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로 작지만 뇌와 장기에서 근육, 생식기관에 이르기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동물이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이 동물을 발견한 곳은 시베리아 북동부 알라제야강의 북위 69도 영구동토층이다. 과학자들은 2015년 이곳에 3.5미터 깊이의 구멍을 뚫어 파낸 시료에서 얼어 있는 담륜충을 발견했다. 이곳 영구동토층의 평균 온도는 영하 10도 안팎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동한 뒤 먹이를 줬더니, 다시 살아나 무성생식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시작했다고 지난 7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가속기 질량 분석법(AMS)을 이용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애초 이 동물이 살았던 시기는 2만3960~2만4485년 전으로 추정됐다. 이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1만2천년 전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러시아 토양과학물리화학생물문제연구소 토양빙설학연구실 스타스 말라빈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살아 있는 털북숭이 매머드를 목격한 동물을 소생시켰다”고 말했다. 긴 털로 뒤덮인 매머드는 빙하시대를 대표하는 코끼리과의 대형 동물로 수천년 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구동토층의 유기체 발굴을 전담하고 있는 이 연구실은 이전에 많은 단세포 미생물과 3만년 된 선충류를 되살려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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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장기 가진 다세포 동물의 장기 냉동 후 부활 확인
몸집이 4분의 1mm에 불과한 이 동물은 지구 최강 생명력 보유자로 평가받는 또다른 초소형 동물 물곰과 마찬가지로 방사능, 저산소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물과 먹이 없이도 수년간 버텨내는 등 극한환경에서의 생존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추위에 강해 과학자들은 이전 연구에서 영하 20도에서 최대 10년을 생존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보다 수천배 이상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다세포 생물도 대사 활동이 거의 완전히 멈춘 휴면 상태로 수만년을 버틸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준다”며 “오랜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부활하는 것은 많은 작가들이 상상해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체가 복잡할수록 산 채로 냉동 보존하는 것이 더 까다롭고 포유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비록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작기는 하지만 단세포 생물을 넘어 장과 뇌 등의 기관을 가진 유기체에서 이를 확인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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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상 서서히 동결되는 과정 겪은 듯
연구진은 그러나 이 동물이 어떻게 이런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또 다시 살아난 뒤 얼마나 오랫동안 신진대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동물을 번식시켜 냉동 및 해동 과정을 실험한 결과, 연구진은 이 담륜충이 7일 이상 서서히 냉각, 동결되는 과정을 견뎌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동물이 얼음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얼음 결정은 작은 칼날과 같아서 세포를 파괴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생화학적 메카니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메카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면 세포나 장기 조직을 냉동 보존하는 기술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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