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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교주들 만행은 현재 진행형…‘나는 신이다’ OTT 공개 파장

OTT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리뷰


지나친 성범죄 현장 묘사·반복 소개는 비판받을 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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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종교로 포장된 사이비들이 역사적 박제가 아니라 현재도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서 마수를 뻗치고 있는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다큐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정명석)와 오대양(박순자), 아가동산(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이재록) 등 4개 사이비 종교의 실체와 그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8편으로 나눠 다루고 있다.


초반 3편을 할애할 만큼 이번 다큐의 핵심은 제이엠에스 편. 앞서 제이엠에스와 총재 정명석(78)씨는 지난달 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막아달라며 제작에 참여한 <문화방송>(MBC)과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일 제이엠에스 측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엠비시와 넷플릭스는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고 “프로그램 중 제이엠에스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제이엠에스와 정명석씨가 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는지는 도입부만 봐도 알 수 있다. 다큐는 정씨가 성폭력을 저지르면서 내뱉는 말들로 시작돼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공개된 녹취록엔 적나라한 정씨의 생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피해자인 메이플이라는 홍콩인의 얼굴과 신상도 공개된다. 그는 정씨 측의 끊임없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가짜 신’의 민낯을 고발하기 위해 용기 내 자신의 신상과 얼굴까지 공개한 것이다.


다큐를 보면 정씨가 자신을 신이나 메시아로 칭하고 여성들을 ‘신의 신부’ ’신앙 스타’로 뽑아 관리하며 국내외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정씨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그를 주님이라며 옹호하는 이들이 있음도 알게 된다. 목자로 신격화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80) 목사 역시 변함없이 그를 응원하는 교인들이 적지 않음이 드러난다.


‘나는 신이다’는 성범죄를 비롯해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이비 교주들의 만행과 법적 처벌의 허점들을 통렬하게 꼬집으며 한국 사회가 사이비 종교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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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신이다’는 박수 쳐줄 만한 제작진의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을 노정했다. 제이엠에스 편을 보면, 비록 스스로 자신을 공개하기로 한 피해자라고 해도, 그가 당한 성범죄를 대대적으로 세세하게 반복해 알려주는 것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피해자·고발인 보호를 져버린 황색저널리즘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범죄의 경우, 미디어의 자세한 묘사는 자칫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벗은 모습도 문제로 꼽힌다.


또 사이비 종교 사건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도 부족해 보인다. 한국에서 왜 종교 사기꾼들이 여전히 활개 치는지, 그들을 우상화하며 무조건 맹신하는 이들이 왜 생겨나는지 등을 시대 상황이나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통해 분석하고 진단해내야 하는데, 이 점이 미흡해 보인다.


소소한 의구심에 대한 답도 명쾌하지 않다. 예컨대 오대양 사건의 경우, 무려 32명이 사망한 채 발견돼 타살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음에도 정권 차원에서 성급히 수사가 집단자살로 마무리된 사건이다. 다큐에서는 이런 의혹이 하나하나 잘 드러나지만, 왜 당시 모든 여성들의 몸에서 정액이 발견됐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만한 실마리가 제공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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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신이다’는 제작에 나선 엠비시가 1999년 만민중앙교회 신도들로부터 방송국이 습격당해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겪으면서도 <피디(PD) 수첩>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이비 종교를 고발해온 저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간 엠비시가 축적해온 자료 화면들이 새로운 제보와 어우러지면서도 위력을 배가시켰다.


정명석, 이재록, 김기순씨 등의 교주가 자신들을 신격화해 신도들을 노예화한 뒤 이를 이용해 돈과 성적 욕망이라는 두가지 사욕을 집요하게 채워 종교적 영성가가 아닌 감각의 노예 상태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서양 선교사로부터 받은 성경을 읽고 꿈에서 예수를 봤다고 하면서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켰던 중국의 홍슈취안(홍수전·1814~64)이 천왕부를 꾸려 지상의 하나님처럼 군림하면서 80인의 궁녀 속에 파묻혀 최고의 호사를 누린 모습을 흡사 현대에 재생한 듯했다.


이 다큐에서는 아가동산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의 정점에 있던 교주 김기순씨가 국내 최고의 변호사들을 선임해 무죄로 석방되고, 정명석씨가 희대의 범죄자임이 드러난 뒤에도 너무도 쉽게 감옥에서 나와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한 ‘유전무죄’의 법 적용이 반복되는 ‘미개한 선진국’ 한국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20년간 제이엠에스 탈퇴자 모임 ‘엑소더스’를 이끌다 부친이 테러까지 당하고 온갖 협박을 받으면서도 치열하게 싸워온 김도형 교수(단국대 수학과) 등 영웅적 헌신자들이 맹신의 음지 한국에서 한 줄기 서광을 비춰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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