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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꾸준히 놀면놀면…‘월간 윤종신’ 벌써 8년

여행서 받은 느낌 노래로 표현

8년 전 한 방송 출연 계기로

 

매달 디지털 싱글 꾸준히 발표

힙합·레게·EDM 등 가리지않고

아이돌·인디·중견 음악인과 협업

같은 코드·다른 노래 만드는 등

느끼는 대로 벽없는 음악 실험

 

디지털 싱글→정규앨범 발표

‘대중음악계 공식’으로 만들고

음원 차트 성적 좋진 않지만

‘월간 윤종신’ 팬층 두터워져

‘본능적으로’ 꾸준히 놀면놀면…‘월간

‘지친 하루’, ‘오르막길’은 발표 당시엔 별 반응이 없었다가 뒤늦게 꾸준한 사랑을 받게 된 대표곡들이다. 윤종신은 낮·밤 버전 두 가지로 만든 ‘해변의 추억’을 빛을 못봐 아쉬운 곡으로 꼽는다. ‘좋아’는 윤종신의 ‘좋니’에 대한 후속곡으로, 민서가 불러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몰린’은 ‘윤종신 전문가’를 자처하는 김봉현 음악평론가가 뛰어난 작품으로 고른 노래다.

<월간 윤종신> 8월호 ‘미스터 리얼’이 지난 9일 ‘100호’ 고지를 찍었다. 이는 윤종신이 매달 노래를 발표하는 프로젝트로, 2010년 시작해 9년째 이어지며 색다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일 윤종신을 만나 100달 동안 <월간 윤종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우연한 시작

출발점은 2010년 <엠넷>에서 방송한 음악 프로그램 <디렉터스 컷>이었다. 윤종신은 이 프로그램에서 여행 다니다 받은 느낌을 노래로 표현했다. 이를 계기로 3월부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대 없이는 못살아’, ‘막걸리나’, ‘본능적으로’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지도 않았다. 윤종신은 “성공에 대한 기대 없이 그냥 꾸준히 가보자는 생각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응은 예상 밖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해 10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에서 참가자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원곡이 윤종신의 노래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종신은 2010년 선보인 노래들을 모아 정규 앨범 <행보 2010 윤종신>을 발표했다. 이후 매달 <월간 윤종신>을 발표하고, 연말에는 이를 모아 정규 앨범으로 발표하는 게 정형화된 양식이 됐다. 수년째 반복되면서 <월간 윤종신>의 존재감이 대중에게 각인됐다. 다른 가수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디지털 싱글을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모아 앨범으로 발매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매주 음원을 발표하는 ‘에스엠 스테이션’을 출범했다.

자유로운 실험

<월간 윤종신>의 장점은 자유로운 실험에 있다. 윤종신은 포크부터 힙합, 레게, 헤비메탈, 이디엠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다. 또 다른 음악인과의 협업에도 벽을 두지 않는다. 블락비의 지코·빅스의 켄·세븐틴 등 아이돌 가수부터 킹스턴 루디스카·제이레빗·루싸이트 토끼 등 인디 음악인은 물론, 장필순·김완선 등 중견 음악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월간 윤종신>에 참여했다. 같은 곡을 편곡과 가사를 달리해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는 실험도 했다. ‘본능적으로’와 ‘이성적으로’가 대표적이다. 윤종신 개인적으론 코드 진행은 같지만 분위기와 가사를 180도 달리한 ‘해변의 추억’ 낮/밤 버전을 가장 아낀다. 그는 “보통의 정규 앨범이었다면 절대 해볼 수 없는 실험이다. <월간 윤종신>은 나에게 음악 놀이터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월간 윤종신>은 영화, 책, 게임 등 다른 문화 콘텐츠와 뒤섞는 시도도 했다. 2015년에는 <아메리칸 셰프> <버드맨> <뷰티 인사이드> <이터널 선샤인> 등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들로 <월간 윤종신>을 채웠다. 2014년 8월호 ‘여자 없는 남자들’은 같은 제목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고 만든 노래다. 2014년 9월호 ‘회색도시’는 모바일 게임 ‘회색도시 2’의 스토리를 접하고 만들었다. 래퍼 빈지노와 함께 작업한 ‘더 컬러’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전시회를 보고 만든 결과물이다.

은근한 사랑

<월간 윤종신>의 음원 차트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아이돌 가수와 협업한 경우를 빼고는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사례가 많지 않다. 유일한 예외가 신인가수 민서가 부른 ‘좋아’다. 윤종신이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음원 발표 프로젝트 <리슨>을 통해 발표한 노래 ‘좋니’가 차트를 역주행해 크게 히트한 이후, 이에 대한 여자의 답가로 가사를 바꿔 2017년 11월호로 발표했다. 이 곡은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발표 당시엔 별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사랑받는 곡들도 적지 않다. <월간 윤종신> 자체의 팬이 된 이들이 과거 발표곡을 찾아 듣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호 ‘지친 하루’, 2012년 6월호 ‘오르막길’ 등이 대표적이다.


윤종신 스스로는 빛을 못봐 아쉬운 곡으로 초창기에 발표한 ‘해변의 추억’, ‘치과에서’ 등을 꼽는다. ‘윤종신 전문가’를 자처하는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나이’, ‘지친 하루’, ‘몰린’, ‘12월’, ‘9월’을 명곡으로 꼽는다. <월간 윤종신> 편집팀은 100호를 기념해 ‘<월간 윤종신>과 100인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13일 누리집에 공개했다. <월간 윤종신>에 힘을 보탠 음악인, 연주자, 스태프, 팬 100명이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씩 꼽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오르막길’, ‘지친 하루’를 비롯해 다양한 노래들이 이름을 올렸다.

꾸준함의 힘

<월간 윤종신>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조영철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월간 윤종신>은 콘텐츠가 일정한 감성과 형식, 수준을 갖추고 일관되게 제작되면 그것이 브랜드가 되고 플랫폼으로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작은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수익이 나는지를 떠나 브랜드 자체가 큰 자산임을 <월간 윤종신>은 증명해냈다”고 평가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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