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솔로인척, 착실한척…뒷감당은 하셔야죠
‘심쿵’ 감정이입되는 TV 관찰 예능
김정훈·승리 사태로 진정성 논란
설정된 캐릭터로 시청자 눈 속여
“이미지 포장도 양심껏” 경고
“친구들한테 오빠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까?”
“음… 남자친구라고 해.”
리얼을 표방한 관찰연애프로그램 <연애의 맛>(티브이 조선)에 출연한 가수 김정훈과 한 여성의 대화에 시청자들은 ‘심쿵’했다. 평소 같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했을 시청자들도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진짜 연애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봤다. 왜?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필모 커플’이 실제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김정훈이 임신한 여자친구에게 약속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 당하고, 제작진한테 “2년간 솔로였다”고 거짓말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티브이 예능을 믿은 내가 바보”라고 허탈해하고 있다. 과연 리얼리티 예능의 진정성은 어디까지일까.
한 케이블 예능 피디는 “‘리얼 예능’에서 ‘진짜 리얼’은 없다”고 말한다. ‘리얼’을 내세우지만 제작진과 사전 인터뷰를 한 뒤 그걸 토대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등산을 한 뒤 요리를 배우러 가고 지인을 초대해 저녁을 만드는 등의 일과는 실제 벌어진 ‘리얼’이지만 ‘진짜 리얼’은 아니다. 이 피디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는 않지만 보통 한달에 한두번 했던 일을 촬영 기간 며칠 안에 몰아서 하는 식으로 상황을 설정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 포장은 과장과 동반된다. 한 연예인도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100% 사실이 있을 수 있냐”고 말했다.
하지만 관찰 예능을 보는 시청자들은 ‘리얼이 아닌 리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정 이입한다. 웃자고 만드는 예능이 다큐일 순 없지만, 파급력을 생각하면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빅뱅의 승리 역시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 등에 출연해 건실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클럽 조명을 직접 설치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클럽 운영에) 이름만 빌려주고 그러지 않는다”며 직접 운영을 강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승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을 강조한 프로그램 속 이미지가 그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김정훈처럼 “나는 솔로”라고 말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2017년 배우 이준기도 <내귀에 캔디 시즌2>(티브이엔)에 출연해 박민영과 전화통화를 하며 ‘썸’타는 느낌으로 시청자에게 설렘을 줬지만, 전혜빈과 2016년부터 교제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섭외 과정에서 출연자의 진술에만 기댈 뿐 진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작진이 스타들 탓만 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거짓에 가까운 이미지 포장을 서슴없이 하는 연예인들의 어리석음도 도마 위에 오른다. 빛의 속도로 온갖 정보가 확산하는 요즘 세상에 실체가 탄로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예능은 시청자들이 사실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만큼 예능이니까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올라오는 시대에 거짓은 되돌리기 어려운 이미지 추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