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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보기 방해하는 ‘스타링크 위성’ 군집, 한국서도 포착

천문연구원, 22일 밤 스타링크 위성 궤적 촬영


일출·일몰 전후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


스페이스엑스, 지금까지 597기 위성 발사

한겨레

2020년 6월22일 오후 9시13분(노출 300초) 충북 괴산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13과 스타링크 8기의 궤적(한국천문연구원 박영식 선임연구원 촬영).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인터넷용 군집위성 `스타링크'(Starlink)가 별자리 관측을 방해하는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영식 선임연구원은 하지 다음날인 6월22일 저녁 허큘리스 별자리에 있는 구상성단 M13을 관측하던 도중 스타링크 위성이 빛을 반짝이며 밤하늘을 가로질러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M13은 북반구 밤하늘에서 가장 큰 구상성단으로 지구에서 약 2만광년 떨어져 있다. 박 연구원은 이날 망원경에 포착된 8개의 스타링크 위성들이 남긴 궤적을 사진에 담아 공개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고도 550km의 저궤도를 도는 군집위성으로 일출, 일몰 전후 지구 그림자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약 2시간 사이에 태양 빛을 반사하면서 천체 관측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관측은 저녁 9시를 넘어선 시각임에도 스타링크 위성들이 밝게 관측되었다고 밝혔다. 박영식 선임연구원은 “하루의 낮 길이가 가장 긴 하지 다음 날은 더 늦은 저녁 혹은 이른 새벽에도 스타링크 위성들이 밝게 관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우주인터넷 사업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지상 500~1200㎞의 지구 저궤도에 1만2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걸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27일 10번째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다. 이로써 지구 저궤도를 도는 스타링크 위성은 모두 597기가 됐다. 스페이스엑스는 800기가 되면 올해 안에 북미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페이스엑스말고도 아마존, 원웹 등 몇몇 업체들이 현재 수백~수천개의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우주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겨레

2020년 6월 22일 기준 지구 상공에 떠있는 스타링크 인공위성의 궤도. 한국천문연구원

지상 광대역 탐사 망원경 이미지 30~50% 영향 우려

천문학계에서는 우주인터넷 사업이 천체관측에 방해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중이다. ESO(유럽남방천문대)는 군집위성이 천체관측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군집위성의 반사광으로 인해 특히 지상의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4월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저널'(Astronomy and Astrophysics)에 게재된 연구 결과를 보면, 1년 동안 야간 관측을 기준으로, 관측 이미지의 30~5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광대역 탐사 망원경은 매우 빠르게 하늘의 넓은 부분을 촬영하는 망원경으로, 초신성이나 지구위협소행성들을 찾아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국제천문연맹은 군집위성 전파 전송 대역이 전파천문학 연구에서 많이 쓰이는 주파수와 겹쳐 전파망원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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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반사하지 않도록 차양막을 씌운 스타링크 위성. 스페이스엑스 제공

스페이스엑스, 위성에 차양막 씌워 우려 해소 나서

스페이스엑스는 천문학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햇빛 반사율을 낮추는 검은색 도료를 코팅한 다크샛(DarkSat)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최근엔 좀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바이저샛(VisorSat)을 개발해 발사하고 있다. 바이저샛은 위성에 햇빛 반사 방지용 차양막을 씌운 것이다. 스페이스엑스는 6월9일 이후 발사하는 스타링크 위성에는 차양막을 적용하고 있다. 박영식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이미 발사된 위성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여전히 지상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는 심우주 천체를 관측하기 전에 스타링크 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을 미리 분석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관측된 스타링크 인공위성들의 궤도를 분석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최진 연구원은 “스타링크 위성 중 일부는 지상 고도가 550km 이므로, 다목적 실용위성 5호 등해 고도가 비슷한 위성들과의 충돌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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