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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나

다큐영화 ‘휘트니’ 23일 개봉

가족·친구·동료 인터뷰로 본

‘인간’ 휘트니 휴스턴 48년의 삶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나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의 열풍은 대단했다. 톱스타 가수 배역으로 출연한 휘트니 휴스턴이 직접 부른 오에스티(OST)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는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4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아이 해브 나싱’, ‘아임 에브리 우먼’, ‘런 투 유’, ‘퀸 오브 더 나이트’ 등 거의 모든 수록곡이 히트했다.


너무 큰 성공이 독이 되었던 걸까? 하늘 높이 떠오른 아내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인기 가수 출신의 남편 바비 브라운은 잇따라 사고를 쳤다. 불안감을 약물에 의존해 잊고자 했던 휘트니 휴스턴은 흉한 몰골을 보이기 일쑤였다. 새 앨범을 내고 투어를 돌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전성기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에 팬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2012년 2월11일,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약물 과다복용 탓이었다. 그의 나이 48살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나

그로부터 3년째 되던 어느 날, 세 사람이 만났다. 휘트니 휴스턴을 <보디가드>에 캐스팅한 니콜 데이비드, 12년간 매니저를 했던 올케 팻 휴스턴, 인터뷰어 리사 에스파머는 ‘인간 휘트니 휴스턴’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캐빈 맥도널드를 찾아갔다. 감독과 제작진은 1500여개의 비디오테이프, 250여개의 원본 영상, 2000여장의 스틸사진을 찾았다. 또 가족, 친구, 동료 등 30여명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휘트니 휴스턴이 데뷔하기 전 어린 시절부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슬픔을 안겼다. 영화에서 새롭게 제기한 의혹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 사촌 디디 워윅에게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바비 브라운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데 집착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가 흑인 사회의 자부심을 높이고 세상을 바꾼 측면도 조명한다. <보디가드> 상대역이었던 케빈 코스트너는 말한다. “휘트니 휴스턴이 제 상대 여주인공이라는 게 흑인 사회에선 큰 이슈였나봐요. 전 그런 식으로 안 보고, 단순하게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가수 아가씨로 봤죠.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영화에서) 이 아가씨는 비행기를 멈춰요. 그리고 수많은 백인 여배우들이 그랬듯 계단을 뛰어내려가서 남자주인공과 키스하죠. 그게 모든 걸 바꿔놓아요.”


휘트니 휴스턴이 1991년 미국 슈퍼볼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본래 4분의3박자에서 4분의4박자로 바꿔 흑인음악 스타일로 부르는 대목은 미국인이 아니어도 뭉클해지는 명장면이다. <휘트니>는 23일 국내 개봉한다. 이어 <보디가드>도 다음달 재개봉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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