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깡 vs 노가리칩, 맥주 맛 살리는 안주 과자는?
박미향의 요즘 뭐 먹어ㅣ‘어른들의 과자’ 먹태깡 vs 노가리칩
맥주 전문가들, 안주 과자와 맥주 어울림 평가
수제맥주, 맥주 부르고…시판맥주, 과자 부르고
먹태깡·노가리칩과 맥주 맛의 조화를 살피고 있는 전문가들. 왼쪽부터 이인기 비어바나 대표, 김정환 비어바나 양조팀장, 백문영 맛 칼럼니스트. 박미향 기자 |
먹태와 노가리는 대표적인 맥주 안주다. 흑태라고도 불리는 먹태는 색이 검게 변한 황태(3개월 이상 눈과 바람을 맞으며 자연 건조한 명태)를 말한다. 노가리는 명태 새끼를 말린 것이다. 오랫동안 맥주 안주로 사랑받은 먹태와 노가리가 최근 과자 형태로 변신해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농심이 출시한 ‘먹태깡 청양마요맛’(이하 먹태깡)은 출시 12주 만에 누적 생산량이 600만봉을 넘었다. 생산 공장도 늘렸다. 출시 당시부터 각종 에스엔에스에 ‘먹태깡 오픈런’, ‘먹태깡이 뭐라고’ 등을 해시태그로 단 시식 후기가 올라왔다. 엠제트 세대의 호기심과 재미 추구 성향을 제대로 저격한 먹태깡이 ‘뜨는 먹방 콘텐츠’가 된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를 ‘노포 맥줏집에서 먹는 안주 먹태’로 잡은 먹태깡은 ‘어른들의 과자’란 별칭을 얻으며 저출산 시대에 과자류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다. 이에 질세라 롯데웰푸드가 도전장을 내밀며 지난 9월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이하 노가리칩)을 출시했다. 노가리칩도 구매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이 과자들과 맥주와의 ‘푸드 페어링’은 어떨까. ‘안주 과자’를 천명했으니, 맥주와 맛의 조화가 잘 맞아야 하지 않을까. 수제맥주 양조장 비어바나의 이인기(51) 대표(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와 김정환(31) 양조팀장, 백문영(35) 맛 칼럼니스트가 나섰다. 비어바나는 지난 5월 미국의 ‘월드 비어 컵’과 함께 세계 맥주대회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유로피언 비어스타’에서 자사 맥주 ‘영등포터’로 2위를 차지한 브루펍이다. 지난달 25일 이들은 수제 맥주 4종, 대기업 상업 맥주 3종과 과자들의 푸드 페어링을 따져봤다.
짠맛 씻어주는 흑맥주
이인기(이하 이) 먹태나 노가리를 맥주와 먹었을 때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려 구운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올라오죠. 하지만 과자라면 다를 수 있어요. 전분이 들어가잖아요. 맥주도 곡물로 만들죠. 푸드 페어링 이론을 보면 ‘상생’과 ‘상극’이 있어요. ‘피맥’(피자와 맥주 조합)은 상생에 해당하는데요. 이 과자들을 만든 목적도 상생일 텐데, 오늘 그 정도를 들여다보면 좋겠네요.
김정환(이하 김) 우리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과자에 술안주 이름을 붙인 게 신기한 거예요. 이 과자가 주는 ‘재미’가 중요한 포인트죠.
최근 돌풍을 일으킨 ‘어른들의 과자’ 먹태깡. 박미향 기자 |
기자 먼저 과자 맛을 볼까요?
이 먹태깡은 먹태의 맛과 향을 잘 살렸군요. 먹태 구웠을 때 껍질에서 나오는 향과 ‘청양마요’(청양고추+마요네즈) 향이 잘 버무려졌네요. 노가리칩도 노가리 느낌은 덜 하지만 식감이 말린 쥐포 같아서 그 맛을 잘 살렸어요.
김 먹태깡은 먹태 맛에 좀 더 집중한 것 같아요. 청양마요 맛은 떨어지네요. 노가리칩은 맛의 강도가 조금 센 편입니다. 청양마요 맛이 강하게 느껴져요. 먹태깡은 바삭한데 노가리칩은 ‘바삭’이 아니라 조금 ‘딱딱’의 느낌이 드네요. 과자로써 먹기에는 먹태깡이 나은 것 같고, 안주로는 노가리칩이 좋은 거 같아요.
백문영(이하 백) 먹태깡은 식감이 푹신해서 먹기 좋은데, 술안주로 한다면 소스가 더 필요할 거 같아요. 노가리칩은 무난한 술안주군요. 먹태깡은 입안에서 살짝 도는 비린 맛이 아쉽네요. 그래서 오히려 술을 더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기자 이제 맥주와 두 과자의 페어링을 따져볼까요. 수제 맥주 비바라거부터 시작하죠.
김 일반적인 독일식 라거입니다. 맥주 브랜드 카스나 테라는 미국식 라거를 지향하는 거고요. 미국식보다 몰트(맥아·보리의 싹을 틔워 말린 것)와 홉(맥주 재료가 되는 향신료)의 맛이 강한 편입니다. 음식과 술의 맛 강도가 비슷해야 ‘좋은 페어링이 된다’는 이론이 있어요. 맥주에 견줘 노가리칩은 맛이 좀 강하네요. 이 맥주는 먹태깡이 좀 더 어울리네요.
백 먹태깡에 도는 살짝 비린 맛을 씻어주는 느낌이에요. 좀 달아서 든 거부감도 없어지고요.
이 몰트 맛이 강해서 그래요. 안주로는 노가리칩이 무난하네요.
먹태깡, 노가리칩과 푸드 페어링한 비어바나의 수제맥주들. 왼쪽부터 영등포터, 야누스엔이(NE)페일에일, ’복날의 햇살’, 비바라거. 박미향 기자 |
김 두번째 맥주는 ‘복날의 햇살’인데요. 도수가 6도로 좀 높은 독일식 라거예요. 견과류의 고소함과 단맛이 많이 느껴지실 겁니다.
백 아로마와 꽃 향이 많이 나는 맥주네요. 단맛도 나고요. 노가리칩과 먹으니 그 향이 죽는 느낌입니다. 먹태깡과는 무난하게 어울리네요.
김 이 맥주와 먹태깡 둘 다 단맛이 있다 보니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고 오히려 질릴 수도 있어요. 노가리칩에 한표 던집니다.
기자 야누스엔이(NE) 페일에일 마셔볼까요. 이전 라거와는 다른 에일류군요.
김 뉴잉글랜드 페일에일 스타일의 맥주인데 홉의 과일 향이나 화사함을 극대화한 거죠.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부드러운 맛입니다.
이 양파깡과 잘 어울릴 거 같네요.(웃음) 에일류 중에서 홉이 많이 들어간 페일에일이나 아이피에이 같은 맥주들은 이 두 과자와 안 맞는군요. 고르라면 노가리칩이요.
김 둘 다 안 어울립니다. 이 맥주의 풍부한 향들이 죽는군요. 과자들의 시즈닝(조미료와 향신료를 배합해 만든 양념) 향과 상충되는 거 같아요. 고르라면 먹태깡이요.
백 노가리칩의 살짝 도는 산미가 이 맥주의 산미를 잡아먹는 것 같아요. 먹태깡 선택할 거 같아요.
기자 네 번째 맥주인 영등포터는 검은색의 흑맥주(다크비어)군요.
김 검은색 에일인데 태우거나 구운 몰트를 많이 사용해서 커피나 초콜릿 풍미가 나요. 노가리칩과 잘 맞는군요. 어느 쪽도 위거나 아래인 듯한 느낌이 없어요. 편의점 ‘다크 비어’들과 먹으면 잘 어울릴 듯해요. 먹태깡도 나쁘지 않아요.
최근 돌풍을 일으킨 ‘어른들의 과자’ 노가리칩. |
백 다크비어가 과자들의 짠맛을 잘 씻어주네요. 감칠맛도 드러내 주고요.
이 다크비어도 잡지 못하는 먹태깡의 강한 향이 있는데, 회사가 튜닝하면 좋을 거 같아요. 이 회사는 과자를 잘 만들잖아요. 처음 먹었을 때 ‘이거 먹태네’ 하는 느낌 주려고 한 것 같아요.
과자 더 당기는 상업 맥주
기자 대기업 상업용 맥주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지난 4월 출시한 켈리(화이트진로)와 꾸준히 인기가 있는 카스(오비맥주), 테라(화이트진로) 순으로 마셔볼까요.
김 켈리는 아쉬움이 있는 맥주죠. 카스는 완성도가 있는 편이고요. 다른 얘기지만 화이트진로의 맥스(지난 6월 단종 결정)는 수제 맥주 마니아들도 칭찬하는 훌륭한 맥주죠. 단종 되어 아쉬워요. 카스는 과자들의 맵고 짠맛이 더 지속되게 하네요. 맥주를 더 마시게 돼요. 탄산도도 높죠. ‘클렌징 해준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런 효과가 좋네요.
이 우리만 맥주 마실 때 뭘 먹죠.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만 수십년간 먹어온 환경과 관련 있다고 봐요. 다채로운 맛에 집중하게 하는 맥주가 거의 없었잖아요. 본격적인 수제 맥주 역사라고 해봐야 6~7년 정도고요. 먹태든 노가리든 심심풀이로 씹어 먹을 게 필요했던 거죠.
백 수제 맥주에 견줘 안주를 더 먹게 하는 장점이 있군요. 과자들의 풍미와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나요. 수제 맥주는 과자와 서로 싸우거나 포용하거나 했는데 말이죠.
김 동의합니다. 수제 맥주와 달리 과자 맛이 많이 살아나네요.
먹태깡, 노가리칩과 푸드 페어링한 대기업 상업용 맥주들. 왼쪽부터 켈리, 카스, 테라. 박미향 기자 |
기자 총평 부탁합니다.
이 맥주 안주용 과자 출시는 맥주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죠. 그 과자를 보면 맥주가 생각날 테니까요. 상업용 맥주는 과자들을 더 당기고 수제 맥주는 맥주를 더 당긴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김 수제 맥주가 과자와의 마리아주(맛의 조화)는 더 좋았어요. 푸드 페어링하면 고상한 걸로 여기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대중적인 과자 출시)와 이어지는 페어링이 맛의 다양성 확대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백 음식에 가까운, 안주 과자잖아요. 시장이 넓어졌다는 게 느껴져요. 어떤 맥주든 어떤 과자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아닐까요.(웃음)
이 ‘과자도 취향이 시작됐다’로 보면 되겠군요.(웃음)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