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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터널루프’는 교통 혁신일까 재미일까

곽노필의 미래창

지하터널 도심 교통 시스템 구축중

라스베이거스에 내년 초 개통 목표

재밌고 지속가능한 교통 혁신 주목

한겨레

2018년 스페이스엑스 본사 인근에 건설한 시범 터널루프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보링컴퍼니 제공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려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은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은 억만장자 기업인 일론 머스크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가로 꼽히는 그의 원래 꿈은 지속가능한 교통수단과 에너지, 우주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대학 시절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로켓과 우주선, 전기차, 태양전지판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2016년 12월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도심 교통 체증에서 자유로운 지하터널 교통 시스템 `터널 루프'(tunnel loop)다. 그가 2013년 제안한 진공튜브형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의 축소판이다. 하이퍼루프가 도시간 원거리 교통을 염두에 둔 것인 반면, 터널루프는 시내 단거리 교통을 겨냥했다. 그의 터널루프 발상은 이런 것이다. "터널을 통해 다니면 도심 교통 정체가 크게 완화되지 않을까. 높이가 다른 터널들을 여럿 만들면 교통 수요를 더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30층짜리 터널을 만들 수 있다면 도시 정체 문제는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미래 교통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는 플라잉카(비행택시)와는 다른 발상이다. 머스크가 새로운 교통 공간으로 하늘 대신 터널을 택한 것은 크게 3가지 이점 때문이다. 첫째는 항공기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음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둘째는 날씨 변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셋째는 추락 사고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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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센터 루프의 마지막 터널 구간 공사를 마무리하는 순간.

미국 네바다주 사막의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요즘 터널루프 공사가 한창이다. 최근 굴 파기가 마무리됐다. 편도 1.37㎞ 길이인 두 개의 단방향 터널로 구성돼 있다. 올해 신축 중인 새 전시장과 기존 3개 전시장을 잇는다. 깊이는 12m다. 폭약을 사용하는 재래식 굴착과 달리 회전식 원형 절삭기로 땅을 파쇄하며 터널을 만든다.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는 걸 전제로, 시 당국은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시이에스'(CES)에 맞춰 개통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걸어서 15분 걸리던 거리를 2분 이내에 갈 수 있게 된다.


터널루프를 운행하는 교통수단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기차다. 16인승으로 개조한 모델엑스나 모델3을 투입해 운행한다. 터널루프에서의 주행 방식은 몇차례 바뀌었다. 처음엔 스케이트보드 같은 판 위에 차를 올려놓는 방식을 구상했다가, 차 앞바퀴 양쪽에 롤러를 부착하는 식으로, 다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식으로 바뀌었다. 승차감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터널루프는 지하철보다는 지하고속도로에 가깝다. 중간역에 서지 않고 목적지까지 직행한다. 지상 출입용 터널이 따로 있어서 차량별로 목적지를 달리해 운행한다. 중간 정차가 필요 없어 더 빨리 갈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교통 당국은 추후 공항과 호텔을 연결하는 터널도 만들 계획이다. 완공될 경우 목표 속도는 최고 시속 2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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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링 컴퍼니가 개량한 터널굴착기.

터널루프의 지향점은 빠르고 저렴한 교통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머스크는 터널 지름을 8m에서 4m로 줄였다.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둘째 터널 보링 머신(TBM)의 굴착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달팽이가 움직이는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작업 시간의 공백을 줄이는 문제가 있다. 보링 컴퍼니는 공사 때 나오는 흙을 현장에서 벽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벽돌로 터널 내벽을 쌓는다. 비용도 줄이고 환경 영향도 줄이는 방법이다.


2015년에 나온 머스크의 첫 공식 전기집은 그를 `미래의 설계자'로 표현했다. 그는 손대는 것마다 그 분야의 산업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후반 페이팔이라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소매 유통의 흐름을 바꿨다. 이때 번 돈으로 세운 스페이스엑스는 로켓 재활용과 민간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별을 탐험하면서 사는 미래와 지구에 갇혀 사는 미래를 비교해봤다. 우리는 언제 화성에 가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세운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 모델로 변신시켰다. 전기차는 이제 세계 자동차의 미래를 이끄는 한 축이 됐다. 2006년 세운 태양광패널업체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미국에 집 지붕 바꾸기 바람을 일으켰다.


머스크의 목표 지점은 ‘재밌으면서도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 개발이다. 머스크의 터널루프는 이런 혁신의 연장선에 있을까? 아니면 흥미롭긴 하지만 더 확대 적용하기는 어려운 한때의 시도로 그칠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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