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식당 외교’ 문 대통령, 이번에 찾을 ‘평양 맛집’은 어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차례 정상 외교서 지역 식당 조찬
베이징·하노이서 현지식 아침 먹으며 시민들과도 접촉
평양서는 ‘동네 식당 외교’ 대신 대규모 식당서 만찬 할 듯
청와대가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 중 “평양 시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환송 만찬을 하고 싶다는 뜻을 북쪽에 전달했다. 환송 만찬은 사흘에 걸친 회담 일정 중 둘째날인 19일 저녁으로 예정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진 국외 정상 외교 중 두 차례, 현지의 소박한 ‘동네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 그리고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다.
중국 베이징의 프랜차이즈 아침 식사 식당
지난해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방문 이틀째였던 12월14일, 베이징의 한 평범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식당은 당시 숙소였던 댜오위타이 국빈관 인근에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 ‘융허셴장’의 지점이었다. 베이징관광청은 이곳을 “정식 식당이라기보다는 간단한 패스트푸드 식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려 할 때 자주 찾는다고도 알려진 곳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베이징 시민들의 흔한 아침 식사 메뉴라고 알려진 요우타이오(한국의 꽈배기와 비슷한 튀긴 빵)와 도우지앙(두유), 샤오롱바오(만두), 훈둔(만둣국)을 주문했다. 김정숙 여사와 노영민 중국대사 부부가 동석해 4명이 둘러앉은 단출한 아침상이었다.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은 이날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문 대통령이 중국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잠시 체험할 수 있었다”는 취지를 밝혔다. 앞서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의 한 거리 식당에서 현지 음식인 분짜를 즐기는 사진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으나, 이날 식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소박한 ‘조찬 행사’였다. 국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날 식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모바일 결제를 체험한 일화도 널리 알려졌다. 베이징에서는 1위안(한화 약 170원)도 큐알코드로 결제한다고 할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해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계좌가 없어 함께 있던 주중 대사관 직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결제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쌀국수 식당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 국빈 방문 기간에도 ‘동네 식당’에서 조찬을 했다. 마지막 날이었던 3일 차 아침 식사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혁 베트남대사 부부가 함께 한 이 날의 메뉴는 한국 돈으로 약 3800원짜리 소고기 쌀국수였다. 이날 식사를 한 ‘포 텐 리쿠억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대중식당이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쌀국수에 라임을 짜 넣어 먹으니 참 맛있다”며 현지 음식을 맛본 소감을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의 동네 식당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도중에 식사를 멈춰가며 식당 직원들, 그리고 식당을 찾아온 주민들의 사진 촬영에 응했다. 식당 주인으로부터 나무 젓가락통을 기념 선물로 받기도 했다.
평양 환송 만찬 장소는 대규모 식당 될 듯
이번에 북쪽에 요청한 ‘평양 시민들이 주로 가는 식당’에서의 만찬은 성사된다 해도 앞서 두 번과는 경우가 다르다. 공식 환송 만찬 자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회담 참석자들과 특별수행원 등 최소 70여명이 식사를 하는 대규모 행사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이나 하노이에서처럼, 정부 관계자가 아닌 현지 주민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알려진 ‘맛집 정보’도 거의 없다시피 한 평양이지만 이만한 규모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몇 곳이 이미 만찬 장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회담 첫날인 18일 현재까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되는 곳들은 ‘여명온반집’과 ‘대동강수산물식당’이다.
평양을 여러 번 방문 취재한 재미언론인 진천규씨는 18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여명온반집’을 유력 후보지로 꼽았다. 진씨는 “(여명온반집의 주 메뉴인) 평양온반은 평양 4대 음식 중 하나”라며 식당이 방북단의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여명 거리에 있다고 전했다. 평양 4대 음식은 평양온반, 평양냉면, 녹두지짐, 대동강숭어국이다. 여명 거리는 중국계 생활용품점 ’미니소’ 지점 등 여러 상점과 식당들이 있는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이다.
‘대동강수산물식당’은 지난 7월 개업 당시 김 위원장이 직접 이름을 짓고 시찰할 정도로 당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홍보한 대규모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유소년 국제축구대회에 참석한 남쪽 선수단과 취재진도 이곳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평양 시민들은 회식 장소로 주로 이용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 두 곳 외에도 고급 양식당 ‘민족식당’, 일식·한식 전문 ‘안산관’ 등도 만찬 장소 후보로 추측되고 있다.
환송 만찬이 아닌, 베이징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조찬 일정이 있었다면 갔을 법한 규모가 크지 않은 식당들도 함께 화제에 오르고 있다. 평양숭어국집, 평양오리고기전문식당, 불고기집인 경흥관 등이다. 오래된 번화가인 창광거리와 2010년대 초반 개발돼 ‘평양의 강남’이라고도 불리는 창진거리 식당가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시내 식당들도 있다. 오찬 장소인 ‘옥류관’과 함께 여행 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 리뷰가 올라와 있는 ‘우정’, ‘모란’, ‘낙원’ 등이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