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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물러간다

툼벙 뛰어들고 싶은 서울의 계곡들

아이들은 물장구치고 어른들은

물가 바위에서 돗자리 펴고 누워

초록빛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계곡들

갑자기 계곡 물 불 때는 조심해야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긴고랑 계곡

숲이 햇볕을 가리고, 콸콸 흐르는 계곡 물이 서늘한 바람을 몰고 오는 계곡의 여름이 좋다. 아이들은 물에 툼벙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고 어른들은 물가 바위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초록빛 시간을 보낸다. 한여름 복더위는 계곡 숲 밖에서 저 혼자 덥다.

관악산 계곡과 북한산 진관사 계곡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관악산 계곡 하류 물놀이장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약 300m 거리에 있는 관악산공원관리사무소 건물에서 관악산공원 현판이 걸린 문을 지나 걷는다. 포장된 널찍한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길 오른쪽에 물레방아가 보인다. 그 맞은편 ‘야외식물원·물놀이장’ 방향으로 가면 관악산 계곡 물놀이장이 나온다.


계곡을 정비해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관악산 중턱에서 시작된 계곡 물이 이곳에 모인다. 계곡 옆 데크에 천막을 설치했고 천막으로 만든 간의 탈의실도 있다. 물놀이장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라면, 물놀이장 위쪽 계곡은 어른들이 쉬기 좋은 곳이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등산로(연주대 방향)를 걷다보면 너럭바위에 푸른 물이 고였다 흐르는 이른바 ‘명당자리’가 띄엄띄엄 눈에 들어온다. 콸콸대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가슴을 훑고 지나고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계곡이 명랑하다.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관악산 계곡에서 만난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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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쪽에 관악산 계곡이 있다면 북쪽에는 북한산 계곡이 있다. 북한산의 여러 계곡 중 진관사 계곡을 찾았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 쪽으로 올라간다. 절을 지나 북한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계곡 물이 흐른다. 이끼 낀 계곡을 보고 물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맑아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안반바위에 난 물길로 계곡 물이 흐르는 풍경을 만난다. 안반바위 가장자리에 숲 그늘이 드리워 서늘하다. 진관사 계곡은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2030년 12월31일까지 들어갈 수 없다.


진관사 계곡이 청량한 자연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진관사 아래 은평한옥마을 옆 마실길근린공원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곡이다. 이곳은 진관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양서류 산란·번식기인 2월20일부터 6월30일까지는 계곡에 들어갈 수 없다.


계곡 옆에 은행나무 수십 그루가 촘촘하게 자랐다. 개망초꽃 사이로 길이 구불거리며 지나간다. 그 옆에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 몇 그루가 보기 좋다. 그런 풍경 옆에 계곡이 있다.

무수골과 도봉 계곡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도봉 계곡

도봉산에서 흘러내린 도봉천 중류 도봉 계곡과 무수천 중류 무수골도 자연이 선물한 여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봉 계곡은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에서 도봉탐방지원센터 쪽으로 올라가는 길, 도봉구희망목재문화체험장 길 건너편에 있다. 도봉산 우이암 동쪽 구봉사 언저리에서 시작된 계곡 물줄기가 하류로 흐르며 물길을 넓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어른들은 계곡 옆 숲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은 물놀이장에서 논다. 상류로 올라가도 돗자리를 펼 만한 빈자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놀이장 위쪽 돌을 쌓아 만든 보 아래 적당히 깊은 웅덩이는 머리 굵은 청년들 차지다.


무수골 마을 앞개울과 개울 상류 계곡을 보려면 도봉08 마을버스를 타고 도봉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도봉초등학교 앞에서 무수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냇물 흐르는 곳에 물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화강암 안반바위에도 물이 흐르는 골이 따로 있어서 아이들 노는 곳과 어른들 쉬는 곳이 자연스럽게 갈린다.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무수골 계곡

세월교 아래로 흐르는 물은 그 위에 있는 마을 도랑을 지나온 물이다. 집 뒤 으슥한 숲 그늘로 조용하게 흐르는 물길 위에 성신여대 난향별원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성신여대 난향별원 윗마을을 윗무수골이라고 한다. 키 큰 나무가 하늘을 가린 길을 지나면 푸른 논과 계곡이 있는 풍경이 갑자기 나타난다. 논에 벼가 자라고 논둑길 옆에 계곡 물이 흐르는 풍경이 천만 도시 서울에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할머니와 엄마가 빨래하는 옆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옛 시골 고향 마을 같은 풍경에 복더위에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아차산 긴고랑 계곡, 백악산(북악산) 백사실 계곡과 홍제천

군자역 3번 출구 앞 광진02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긴고랑)에서 내린다. 정류장 바로 위에 긴고랑 계곡이 있다. 긴고랑 계곡은 아차산과 용마산 사이 골짜기로 흐르는 물줄기다. 구청이나 동에서 관리하는 공식적인 물놀이장은 아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여름 한 철 물놀이를 하던 곳이기 때문에 출입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얕은 곳은 어린아이 무릎 정도 물이 찬다. 깊은 곳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하다. 이 마을 아이들은 계곡 물놀이에 익숙한지 스스럼없이 자맥질이다. 어른들은 계곡에 드리운 그늘을 찾아 더위를 식힌다. 계곡이 길지 않지만 상류는 아이들이 노는 곳과는 사뭇 다르게 한갓지다.

돗자리 펴고 누우면 무더위는 저 혼자

세검정과 홍제천

한갓진 계곡의 여유로움으로 치면 백악산(북악산) 백사실 계곡만 한 곳이 없다. 백사실 계곡으로 가는 길에 있는 홍제천도 서울에서 보기 드문 시냇가 풍경이다. 세검정 앞을 흐르는 홍제천을 거슬러 걷는다. 조선시대 사람 정약용이 장마철에 물구경을 했다던 바로 그곳이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오면 통쾌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세검정을 울린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찾아간 홍제천에서 정약용이 보았다던 그날 풍경을 떠올려본다.


홍제천 옆길로 걷다가 자하슈퍼를 지나 ‘불암’ 바위가 있는 골목으로 올라가면 백사실 계곡이 나온다. 계곡은 보이지 않는데 물소리가 먼저 들린다. 계곡에 들어선 집 벽 옆 바위 경사면에서 부서지며 흐르는 계곡 물이 서늘한 바람을 몰고 온다.


계곡의 마지막 집 위 안반바위에 작은 폭포 두 개가 연달아 있다. 그 위가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백사실 계곡 숲이다. 푸른 숲이 하늘을 가려 공기도 푸른 것 같다.


출입을 금지한 계곡이 아니더라도 비가 많이 오면 갑자기 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계곡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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