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딸 후임은 계약직…‘맞춤형 정규직’ 채용의혹 커져
KT 관계자들 “김성태 의원 딸, 사무 보조 역할”
경영기획실 “정규직 뽑을 일 아니다”
공채시험·면접 때 김씨 봤다는 사람 없어
입사 동기들 “누군가 했더니…터질게 터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김아무개씨가 케이티(KT)에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퇴사한 김씨 후임으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씨가 정규직이 되고 나서도 같은 업무를 계속했는데, 김씨 퇴사 뒤 그 자리를 다시 계약직으로 충원한 것이다. 김씨의 정규직 채용이 김씨만을 위한 맞춤형이었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케이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월 말 김씨가 케이티스포츠를 갑작스레 그만둔 뒤 김씨가 일하던 팀에는 팀원이 1명밖에 남지 않았다. 팀에서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경영기획실은 “그 자리가 정규직으로 뽑을 만큼의 일은 아니지 않으냐”며 거절했다. 비어 있던 자리는 3개월 뒤에야 1년짜리 계약직으로 채워졌다. 김씨를 계약직으로 뽑을 때는 채용 공고도 없었지만, 이번엔 채용 공고가 있었다. 당시 계약직 채용 공고는 현재 케이티스포츠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2011년 4월 케이티스포츠 계약직으로 입사해 케이티농구단 지원 업무를 하다가 사격과 하키 선수단 운영 지원 업무를 맡았다. 2013년 정규직이 된 뒤에도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한 케이티 관계자는 “김씨가 담당했던 일은 다른 팀에서는 사무보조가 하는 일로 공채 정규직 입사자가 할 일은 아니었다”며 “하키단에서 물품 구매 요청이 오면 처리하고, 선수들 계약이 마무리되면 서류 정리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다른 신입사원들과 달리 오제이티(OJT) 등 필수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부서에 배치됐다는 <한겨레> 보도를 확인하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와 같이 2012년 하반기 정규직 공채로 케이티에 입사한 동기 ㅁ씨는 “실제로 김씨는 (2013년 1월) 입문교육만 받고 오제이티 등 이후 과정은 이수하지 않은 채 (2월) 케이티스포츠에 바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입문교육 기간에 김씨가 케이티스포츠에 배치된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 그렇게 되자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굉장히 부러워했다고 한다. ㅁ씨는 “김씨의 경우 1월에 벌써 ‘스포츠마케팅으로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케팅 직군 입사자들은 처음에 대체로 대리점 마케팅으로 배치된다. 이게 영업 일이라 무척 어렵다. 김씨는 그걸 건너뛰고 교육이 끝나기도 전에 본사로 바로 가서 마케팅 담당을 한다고 하니 신입사원들로선 부러울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2013년 1월2일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해 최소 6월까지, 심화교육 과정까지 이수한 이들은 10월까지도 교육을 받았다고 ㅁ씨는 전했다.
ㅁ씨는 “신입사원 입문교육 당시 김씨를 시험이나 면접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어 ‘대체 누구냐’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티 공채 합격자들은 같이 스터디를 했던 사람이 있거나 최소한 최종 면접 때는 서로 얼굴을 보게 돼서 서로 다 알기 마련인데, 김씨의 경우 전혀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무슨 직무로 합격한 것이냐’ ‘백으로 들어왔느냐’ ‘이석채 회장 손녀, 회장 딸’ 이런 말이 돌았다”고 했다. 실제로 김씨의 특혜채용 의혹 보도 뒤 케이티 2012년 하반기 입사 동기 카카오톡 채팅방들을 확인해보니 “이석채 회장 손녀인 줄 알았던 게 웃기다 ㅋㅋㅋㅋㅋ” “터질 게 터졌다” “헉 걸렸네” 등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김성태 의원은 딸이 다른 신입사원들과 달리 필수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회사의 명령과 판단에 따라 기존에 일하던 부서로 발령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