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의 ‘한 놈만 팬다’ 시작합니다”…여의도도 ‘유튜브 시대’
‘전희경과 자유의 힘’, ‘이언주 티브이 오피셜’ 등
김성태 자한당 원내대표도 12일 개설
“팟캐스트보다 50·60대도 접근성이 뛰어나”
“김성태의 ‘한 놈만 팬다’ 시작합니다. 보수는 남북한의 평화를 반대한다는 주장이야말로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이번 평양 방문은 실질적 북핵 폐기보다 보수 궤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성태 티브이(TV)’의 오프닝 멘트다. 최근 보수 정치인들이 앞다퉈 ‘유튜브’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보수 논객들이 유튜브 채널로 보수 성향 구독자들을 끌어모으자 주요 정치인까지 이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의원들의 채널 개설을 독려하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인 방송,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개인 계정이 가장 중요해진 것이 시대 흐름이다.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매체에 직접 우리 입장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위력과 ‘자발적 우군’ 형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탓이라고 한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오프라인보다 자유로운 여건에서, 뉴미디어 사용에 밝은 진보층이 인터넷 여론을 장악해 보수진영에 불리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 당원 누구나 방송 녹화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개 스튜디오 ‘영등포 프리덤’도 마련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전에도 정치인 개인의 이름을 내건 ‘1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의원들의 소셜미디어 진출을 반기는 것은 물론 일반 당원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1인 미디어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보수층 사이에서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의원도 있다. 전희경 의원은 총선 직후인 2016년 6월 ‘전희경과 자유의 힘’ 채널을 열고 운영 중이다. 주로 의정활동에서 한 정부 비판 발언 영상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구독자는 2만4500여명이고, 콘텐츠 총 초회수가 500만회가 넘는다. 의원실 관계자는 “영상을 올리고 후원자들에게 배포한다. 유권자들은 편하게 와 닿는 형태의 접근방식을 원한다”며 “민감하거나 이슈가 되는 사안 관련 발언 영상은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자유한국당 성향’을 자주 드러내는 이언주 의원도 지난 8월 ‘이언주 티브이 오피셜’ 채널을 열었다. 두 달도 안 돼 구독자 1만8000명을 모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대선 주자로 나서면서 주목도를 올려 유튜브 채널 조회수도 540만회를 넘겼다.
왜 유튜브일까.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총괄하는 안일호 자유한국당 방송팀장은 “유튜브 앱은 모든 스마트폰에 필수적으로 깔렸고, 링크만 누르면 바로 볼 수 있다. 팟캐스트보다 50·60대도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꼽았다. 보수 1인 채널인 ‘정규재TV’ 등이 유트브에서 성공해 ‘마켓 리더’들이 형성되면서 진입장벽도 한층 낮아졌다. 당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갔다면, 자유한국당은 이제 겨우 보수 지지자들이 유튜브에 모여들면서 비로소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 공식 채널 ‘오른소리’도 한층 풍성해지고 있다. 의원 개인의 국감에서 활약을 조명하는 ‘쇼미더국감’은 의원실에서 직접 찍어 보내온 동영상을 기반으로 제작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증언을 담은 ‘생생한 목소리’ 코너는 각 당협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화면으로 만든다. 11월에는 20~30대를 겨냥한 신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개혁·진보 성향 정치인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금태섭·표창원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비교적 활발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손 의원은 구독자 수(2만9400), 심 의원은 조회수(549만)에서 선두를 달린다. 금태섭 의원실의 조현욱 보좌관은 “현재 언론에 불만을 가진 보수 성향 사람들이 유튜브로 새로 유입된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면 언론 지형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우리도 유튜브 기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이경미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