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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자율주행’이란 말을 버린 이유

웨이모, ‘자율주행’ 대신 ‘자동주행’ 부르기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과 차별화 의도


한겨레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미니밴. 웨이모 제공

전 세계 자율주행차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이 ‘자율주행’(self-driving)이란 용어를 버렸다. 대신 ‘완전 자동주행’(fully autonomous driving)이란 말을 쓰기로 했다.


구글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인 웨이모는 6일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율주행이란 말을 부정확하게 사용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우리는 대신 ‘완전 자동주행’이란 용어를 도입해, 단순히 인간 운전자를 돕는 기술과 차별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이날 블로그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이는 브랜딩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작은 변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확한 언어가 중요하고, 이것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웨이모가 이날 언급한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테슬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웨이모는 자동차 업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엔엔’은 웨이모가 지난 몇달 동안 테슬라와 충돌해 왔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1만달러짜리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이 시스템이 ‘완전 자율주행 능력’(full self-driving capability)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이는 테슬라의 기존 운전자 지원 기술을 확장한 것일 뿐이며 운전자는 여전히 전면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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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웨이모 드라이버’에 저장된 지도와 실제 도로 영상. 웨이모 제공

엄밀하지 않은 자율주행 단계 구분 기준도 혼란 불러

완전자율주행이란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잠을 자도 될 정도로 차 스스로 안전하게 주행하는 상태를 뜻한다. 웨이모가 ‘완전자동’이란 용어를 통해 표현하려는 것도 이런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고 하는 오토파일럿 시제품을 사용해본 고객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오토파일럿의 기능은 운전대에서 손을 놓기에는 부족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테슬라 역시 운전자들에게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을 것을 당부한다. 테슬라는 하드웨어에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나중에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이를 여전히 ‘완전자율주행’ 기능이라고 부른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틀 통해 “웨이모는 고도로 전문화된 솔루션(highly specialized solution)을, 테슬라는 종합 솔루션(general solution)을 제공한다”는 말로 두 회사의 소프트웨어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구별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의 세계 표준으로 통하는 미국 자동차공학회의 자율주행 5단계 분류 기준이 엄밀하지 못한 점도 혼란의 한 이유로 지적한다.


웨이모는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정된 지역에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머스크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은 올해 평균 운전자 이상의 안전도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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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 자율주행 택시를 부르는 전용 앱. 웨이모 제공

용어를 통한 기술 차별화 전략은 통할까

웨이모는 2017년 ‘자율주행을 이야기하자’(Let's Talk Self Driving)라는 제목으로 일반인을 위한 자율주행차량 교육 캠페인을 시작했다. 웨이모는 이 캠페인의 명칭도 ‘자동주행을 이야기하자’(Let's Talk Autonomous Driving)로 바꿨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지난해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웨이모 드라이버’ 5세대 버전을 내놓은 데 이어 10월부터는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시작했다. 웨이모는 “웨이모 드라이버는 사람과 물품을 완전 자율 모드로 운송하기 위해 매일 수십억번의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와 언론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로 ‘self-driving’과 ‘autonomous driving’을 혼용해 왔다. 한국에서도 별다른 구분없이 자율주행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번역했다. 이번에 웨이모가 내놓은 용어 구분 전략이 과연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단어를 우리말로 자율주행, 자동주행으로 구분해 번역하는 것도 아직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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