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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잎 정리하기! 그런데… 식물도 통증을 느낄까?

언뜻 평화로운 베란다 풍경이다. 바람을 좋아하는 겹 캄파눌라는 베란다 창과 제일 가까운 곳에 두었다. /윤미지 기자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베란다 식물들도 용케 생존하면서 본 기자의 정성 어린 관심 하에 1월 1일을 맞이했다. 첫 번째 ‘식집사 오늘’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나름 추운 겨울을 이겨내 보겠다고 위치도 옮겨보고, 식물 생장 등도 시간마다 쬐게 해주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식집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식물이라는 것이 참 정직한 게 하루 이틀 관심에서 멀어지면 금세 티가 난다. 본 기자의 식물들은 아직 여린 아기들이라 그런지 혹은 관리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조금만 소홀해도 잎이 시무룩하거나 색이 바래지는 등 관심 여부에 따라 무섭게 티를 낸다. 물을 주며 너무 엄살이 심한 것 아니냐고 타일러 보기도 하는데 가끔은 궁금하다. 식물도 소통이 되는 생명체인지.


우선 확실한 건 겨울철이 되면서 잎이 마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춥기 전에는 싱그러운 초록 잎을 오래가지고 있었다면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누렇게 변한 잎이 자주 눈에 띈다. 그래서 초보 식집사는 오늘도 시든 잎을 정리한다.

12월 24일. 시든 잎 발견! 너무 놀라지는 말자
‘식물 잎이 시드는 다양한 이유들’

잎이 누렇게 변하고 마르면서 시들어 버리는 상황이란 초보 식집사에게 매우 큰 사건이다.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은 잎의 색이 변하면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믿는 경향이 큰데, 의외로 잎이 시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래된 잎이 지고 새 잎이 자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므로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초록잎 사이로 누렇게 변한 잎이 눈에 들어온다 /윤미지 기자

물론 자연적인 현상 외에도 다른 원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여름철 햇빛이 너무 강하면 식물이 타 들어갈 수도 있고, 잎 끝이 검은색으로 마르기 시작한다면 의외로 과습이 문제일 수도 있다. 과습으로 인한 잎 갈변 현상은 여러 식집사 일기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사례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건 과습도 피해야 하고, 건조함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습도 유지가 되지 않으면 보통 잎이 마르고 색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되고, 건조함이 문제라면, 물을 공중 분무하거나 빨래를 널어 두는 방법 등으로 습도를 올려주면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화분 갈이를 해준다던 지 갑작스러운 환경적 변화를 준다던 지 등의 이유 또한 잎이 시드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본 기자가 키우는 식물 잎이 시드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자리를 찾는다고 여러 번 들고 자리를 옮겼으니 식물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환경적 변화로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겨울철 따뜻한 곳에 잠시 피신했던 화분들 모습. 어수선한 작은 방에 갑작스레 옮겨졌다. 하지만 잦은 화분 이동은 좋지 않다고 하니 참고. /윤미지 기자

사진은 겨울철 따뜻한 곳에 잠시 피신했던 화분들 모습. 어수선한 작은 방에 갑작스레 옮겨졌다. 하지만 잦은 화분 이동은 좋지 않다고 하니 참고. /윤미지 기자

그리고 또 흔한 이유 중 하나는 수돗물 사용이다. 수돗물에 있는 염소 성분으로 인해 잎의 색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수돗물을 받아 두고 하루 이틀 염소 성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물에게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물에 물을 주고 나면, 꼭 다음 날 줄 물을 미리 받아둔다. /윤미지 기자

그렇다면 잎이 시드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현상과 문제 현상을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일반적으로는 위에 새로 자라나는 잎이 싱싱한데, 아랫부분의 잎만 색이 변한 거라면 오래된 잎이 자연 탈락 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시든 잎을 정리해 주는 작업이다.

12월 31일. 겹 캄파눌라와 워터코인 시든 잎 정리

당연하게도 처음엔 시든 잎을 정리해 줘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잎이 시들어서 죽게 되면 알아서 자연 탈락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 반, 막상 가위를 가져다 잎을 정리하려고 하니 올라오는 죄책감 반까지 시든 잎을 두고 보는 이유도 다양했다.


하지만 겹 캄파눌라 화분에 싱싱한 잎보다 마른 잎이 더 많아지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바람을 좋아하는 겹 캄파눌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물도 잘 주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가지까지 말라버려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뭔가 이건 그냥 죽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겹 캄파눌라의 시든 잎. 정리가 필요하다 /윤미지 기자

사실 전부터 겹 캄파눌라 잎과 꽃이 시들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해왔다. 하지만 잎을 제대로 정리해 본 적이 없어서 흐린 눈으로 일관하고 무시했던 게 결국 화를 불렀다. 결국엔 원예 가위를 집어 들었다.


여린 겹 캄파눌라에 비해 원예 가위는 너무 컸다. 행여나 얼마 남지 않은 초록 잎과 가지들이 다칠 새라 아주 조심스럽게 노란 가지들을 잘라냈다. 노란 가지들을 잘라낼 때마다 화분이 허전해지고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노란 가지를 쳐내는 작업이 꽤 길게 이어졌는데, 그만큼 죽은 가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반 가위와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원예용 가위를 사용하면 더 깔끔하게 잎이나 가지를 정리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마른 가지를 쳐 내고는, 살아 있는 가지에서 시든 잎을 마저 잘라냈다. 말라버린 흰색 꽃도 잘라냈다. 잎과 꽃이 잘린 자리에 종종 하얀 진액이 흘러나왔다. 아주 작은 양이지만 식물의 싱그러운 향이 느껴졌다.


그 옆에 워터코인도 노랗게 변한 잎이 눈에 띄었다. 마찬가지로 가장 아랫부분을 톡톡 잘라냈다. 그러다가 문득 ‘식물도 통증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데려올 때, 식물을 보내는 숍의 주인분들이 종종 ‘노랗게 변하거나 시든 잎, 가지는 잘라 주시면 돼요’라는 안내를 하곤 했다. 근데 ‘이렇게 잘라버리면 얘네도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 기분이 찜찜했다.

1월 2일, 물 아카시아, 너 죽은 건 아니지?

다르게 물 아카시아가 시무룩해 보였다.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 마음이 급해졌다. 괜히 데려와서 식물 하나의 삶을 끝내는 건 아닌지 죄책감이 몰려왔다. 물 아카시아는 추위에 약한 식물이다. 자연스럽게 날이 추워서 비실거리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베란다의 온도는 영상권이었다.

어쩐지 죽어가는 듯한 물 아카시아 /윤미지 기자

우선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기로 결심했다. 잎의 색이 노랗게 변하고 물 아카시아의 가지가 아래로 떨어지듯 힘을 잃은 모습이라 이 부분에 관해서 문의했다. 다행히도 답변은 희망적이었다. 전문가에 의하면 아직 죽은 것으로 보이진 않고, 잎 끝에서 새순이 올라오는지 확인해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단부 잎이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잎 끝에서 새순이 올라오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하단부 잎은 시간이 지나면 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윤미지 기자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물 아카시아를 살폈다. 일단 색이 노랗게 변한 잎들은 다행히도 아래 가지였다. 잎 끝에서는 새순은 올라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새순이 살짝 시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생기가 도는 것 같다는 판단하에 시든 잎을 정리해 줬다.

아직 위쪽 잎은 시들지 않았다 /윤미지 기자

다행히도 시든 잎은 아래쪽에 붙어 있다 /윤미지 기자

가지가 힘을 잃고 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것도 큰 걱정은 안 하기로 했다. 물 아카시아는 햇빛을 향해 자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수형이 아름다운 수생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식집사 나름대로 수형을 잡아가기도 한다. 해 쪽으로 웃자라는 느낌이 든다면 방향을 한 번씩 돌려주면 다시 원래대로 형태를 잡아갈 수 있다. 당분간 물 아카시아에 집중해 변화를 관찰해 보려 한다.

아직 죽지 않은 것 같다니 다행이다 /윤미지 기자

식물이 고통을 느끼는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영역

식물이 고통을 느끼는지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다양한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식물이 고통을 느낀다’에 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연구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고 식물은 이를 느낄 수 있는 뇌나 감정적인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식물을 연구하는 다수의 전문가들도 식물이 고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식물이 외부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서 단서를 찾아 식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추측한 사례도 있다.


과학 전문매체인 ‘사이언스 얼럿’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찾았는데, 미국 미주리-콜롬비아 대학이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식물은 무언가 자신을 씹을 때 느끼는 진동을 느끼고, 이를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식물이 자신이 씹히는 시기를 알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방어 화학물질을 방출한다는 연구 내용이다.

픽사베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물은 무언가 자신을 씹을 때 느끼는 진동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픽사베이

하지만 이는 식물이 정말로 고통을 느끼는가에 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로는 빈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사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여기는 시각이다. 우리가 식물이 정말로 고통을 느끼는지에 관해서 추측해 볼 수 있는 여지는 다양하지만, 현재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영역이기에 이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의 고통, 인간의 관점일 뿐
시든 잎 정리는 식물 건강에 꼭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의 관점으로 생각한다. 초보 식집사인 본 기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식물의 잎을 정리해 주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식물의 고통을 생각한다는 것은 식물에 관해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우선 식물에는 통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점이 없으니 아픔을 느낄 수도 없다. 식물은 묵은 잎을 스스로 탈락시키기도 하며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혹시 식물의 고통에 관해서 여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 적어도 아직까지 인간이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이는 순전히 인간의 관점일 뿐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겹 캄파눌라를 키울 때 꽃 부분 쪽 갈변된 부분을 똑똑 떼어내주면 흰 꽃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는 영양분이 시든 잎이나 꽃으로 가지 않도록 해주는 과정이다 /윤미지 기자

물론 식물이 다치거나 아프면 식집사의 마음이 함께 꺾이는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든 잎 정리나 가지치기에 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식물이 묵은 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것을 인간이 돕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시든 잎 정리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새잎을 향해 뻗어가야 하는 영양분이 시든 잎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잎 정리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초보 식집사 기자가 키우고 있는 겹 캄파눌라 역시 시든 잎과 가지를 정리해 준 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고 새 잎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셈이다.

예쁘게 핀 겹 캄파눌라 흰 꽃 / 윤미지 기자

오늘도 식물에게 배운다

일전에 본 기자는 취재를 하며 식물연구원이자 식물 세밀화가와 짤막한 통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당시 식물 세밀화가는 본 기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식물은 식물의 삶을 살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의 관점에서 식물의 고통과 아픔을 예측하려 한다. 식물은 그저 생존할 뿐이고 이와 어우러져 사는 것은 인간이다. 식물은 식물대로, 인간은 인간대로의 삶을 살 뿐이다. 그저 서로 해치지 않고 위하고 살면 될 뿐이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 묵은 잎 정리는 꼭 필요한 과정임을 이제는 알 수 있다. 2023년 계묘년, 묵은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목표와 다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렇게 또 식물에게 배운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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