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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온기를 머금는 대가족의 집

호평동 트인 집 

천마산 자락 높은 땅에 햇살과 자연을 향해 활짝 트인 집이 있다. 
이곳에서 일곱 식구의 마음도 환하게 트여간다.

“우리 집은 휴양지 리조트 같았으면 좋겠어요.” 건축주의 바람이었다. 건축주 가족은 부부와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까지 다섯 남매, 고양이 3마리로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건축주는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거주를 힘들어했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도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없지만, 가족들의 삶이 기능적으로 파편화되면서 피로도가 높아졌고 가족들만의 온전한 보금자리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공동주택에서 살다 보면 합리적인 조합이 만드는 삶 속에 격리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유를 찾기 위해 집을 벗어나 여행을 즐긴다. 건축주가 리조트 같은 집을 바랐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일상에서 여유를 갖고 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SECTION

지하 1층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출입 동선과 서로 간섭이 없도록 했다. 현관 옆에는 구릉을 조성해 식재가 길에서도 노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매스감이 두드러지는 주택 측면. 방향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트인 집.

1층 공용 공간과 2층 침실들을 이어주는 계단실.

주택이 자리한 대지는 남양주 천마산 자락을 깎아 만든, 일대에서 가장 높은 땅이다. 처음 땅을 살피러 갔을 때 토목공사가 미완인 상태로 방치된 채 토석이 쌓여 있었다. 대지가 도로보다 어설픈 높이로 조성된 상태여서 쌓여있던 보강토 옹벽을 철거하고 지하 주차장과 콘크리트 옹벽을 제안했다. 집이 놓일 땅의 높이를 더 올려서 대지를 조성하고 집으로 드나드는 넓은 계단과 구릉을 조성하여 식재가 길에서도 노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족관계의 밀도가 높았던 아파트 공간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집이 공간적인 관계로 이뤄진 물리적 형태라면 가족관계의 심리적 긴장감 역시 집에 담긴다. 이완된 공간은 긴장된 정신이나 분위기를 풀어주는 틈새를 만들고 자연 요소와 접점을 넓히며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시선이 마당 레벨과 맞닿는 복층 구조의 거실. 거실 층고가 높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양옆에 전창을 내 자연광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거실. 창을 통해 내외부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안락한 느낌이 더해진다.

‘트인 집’이라는 이름답게 거실, 주방, 다이닝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며 트여있다. HOUSE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대지면적 ≫ 857㎡(259.2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다락, 지하 1층 │ 거주인원 ≫ 7명(부부, 자녀5)
건축면적 ≫ 169.01㎡(51.12평) │ 연면적 ≫ 364.72㎡(110.32평)
건폐율 ≫ 19.72% │ 용적률 ≫ 32.64%
주차대수 ≫ 3대 │ 최고높이 ≫ 9.10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경질우레탄 보온판 2종2호, 준불연 비드법보온판 2종1호
외부마감재 ≫ STO 외단열시스템 (기린건장), 규화처리 삼나무
담장재 ≫ 게비온 돌담장, 시멘트사이딩 건식담장
창호재 ≫ 필로브 3중유리 시스템창호
열회수환기장치 ≫ 경동나비엔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 ≫ ㈜천일엠이씨 │ 기계설비 ≫ ㈜한빛안전기술단
구조설계(내진) ≫ 델타구조
시공 ≫ 춘건축
설계·감리 ≫ ㈜투닷건축사사무소

PLAN

​가족들의 침실은 병렬된 구조나 합리적인 면적에 맞춰 배열하기보다는 위계에 따라 조망, 햇빛, 공간감을 우선해 배열했다. 이로써 벽 구조로 막힌 집이 아닌 탁 트인 구조로, 1층 거실은 외부 공간인 마당과 하나로 통하여 자연 속에 머물게 된다.

중정이 내다보이는 1층 자녀 방.

안방은 취미실을 포함해 널찍하게 조성했다.

회전 계단을 적용한 2층 자녀 방. 복층 구조로 설계해 마치 ‘집 안의 집’과 같은 느낌을 줘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자연과 격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집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성격의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열린 조망이 가능한 각도를 찾고 대지 경계와 공간적인 틈을 만들 수 있도록 집을 틀어 이웃하는 집들과 어색한 대면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벽이나 담장을 두르는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유연하게 공간적인 관계를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시선이 열리는 방향으로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게끔 땅을 돋우고 벌어진 틈으로 자연이 스며들도록 땅의 모양을 살렸다.

본디 이 지역은 수목이 울창하였다고 한다.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외관에 담고 싶어 했던 건축주의 바람을 목재로 표현했다. 각재가 부착되는 면에 깊이를 만들고 음영이 주는 변화로 가벼운 볼륨을 만들었다. 볼륨감 있는 2층은 1층에서 분리된 듯 떠 있는 집처럼 보인다. 다만 목재는 습기에 약하고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기후에서는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재에 규화제를 입혀 처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도 나이를 먹듯 서서히 차분해지고 단단해진다.​

다락방엔 환기에 용이한 천창을 냈다. 천창을 통해 낮엔 햇살이, 밤엔 별빛이 흘러든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 바닥 - 포세린 타일,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타일 ≫ 키엔세라 포세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더존테크
주방가구 ≫ 리바트가구 │ 주방가전 ≫ 밀레
주방후드 ≫ 팔맥 │ 조명 ≫ 라이탄, 바리솔
계단재·난간 ≫ 화이트오크 원목 계단재, 유리난간

지하 1층에는 주차장을 배치해 출입 동선과 서로 간섭이 없도록 연결했다. 계단으로 현관에 들어서면 파티오를 지나 자녀들의 침실이 보인다. 자녀들의 침실은 파티오와 더불어 아늑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지상 1층에는 거실, 다이닝과 주방이 통합되어 복층의 공간을 갖는다. 시선이 마당 레벨에 가깝도록 선큰 거실을 제안했다. 안락한 느낌이 더해지고 시원한 거실 창으로 내외부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위에서 바라본 주택 모습.

주택 2층의 볼륨은 1층에서 분리된 듯 떠 있는 구조로 보이기도 한다.

2층에는 가족 구성원들의 취향대로 침실이 제각각 배치되어 있다. 화이트와 무채색 톤의 공용 공간과 자연스러운 우드와 화이트 톤의 침실 공간이 가볍게 마감 처리된 계단으로 연결된다. 취미실이 딸린 안방, 나선형 계단이 적용된 방, 중정이 보이는 방, 천창이 뚫린 다락방 등 방마다 변주를 줘 다채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마감의 완성도와 비용을 두고 균형 잡힌 판단을 위해 건축주와 함께 끝까지 고민해 완성한 호평동 ‘트인 집’이다. 글 : 모승민, 조병규


건축가 모승민, 조병규_ ㈜투닷 건축사사무소​
TODOT의 지향점은 건축가로서의 전략적 직관을 통해 통찰과 창의가 발휘되는 건축이다. 2014년에 시작하여 봉구네, 자경채, 삼남매집, 중정삼대, 바라봄, 밭은집, 숨집, 쉐어하우스 ‘휴가’ 등의 주택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였다. 소형 공동주택의 정체성 찾기와 거주자와 건축주가 함께 만족스러운 집 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양수리로 터를 옮겨 두 건축가의 집 ‘모조’를 짓고 직주 근접을 실현하며,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02-6959-1076|www.todot.kr

취재_ 오수현  |  사진_ 천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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