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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세 번째 집

용인 사암리 주택

어느덧 칠십에 가까운 나이. 하고픈 일은 망설이지 않았고, 여행도 원 없이 다녔더랬다. 유명 건축가의 작품으로 불리던 집에서 음악은 언제나 볼륨을 최대로 높여 들었다. 세월이 흘러 삶의 후반에 접어든 지금. 부부가 마침내 다다른 곳은 아늑한 다락이 있는 단층집이다.

인생의 후반부, 멋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노부부의 소박한 집

칠십 가까운 나이에 세 번째 집을 지었다. 놀러 온 손님들은 “고것 참 옴팡지다”고들 한다. 범상치 않은 초콜릿색 주택의 첫인상은 높은 담장 위로 지붕만 살짝 내비치는 모습.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 속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사실, 이곳은 동네에서 가장 안 좋은 땅으로 불렸다. 나비 모양처럼 생긴 부정형의 대지라 집을 앉히기 애매했던 것. 하지만 이는 오히려 설계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지 폭이 가장 좁은 중앙 부분을 기준으로, 콤팩트하게 설계한 주택을 한쪽에 배치함으로써 마당을 최대한 확보했다. 방향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한 콘크리트 담장은 집을 중심으로 대지를 감싸고 돌며 후원, 테라스, 마당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을 만든다.

SECTION

대지를 따라 담장이 낮아지며 주변 풍경을 향해 열린 마당과 주택의 모습. 담장에는 지붕과 같은 소재의 두겁을 둘러 관리의 수고를 덜고 디자인적 효과도 냈다.


도로에서 바라본 주택의 정면. 흑갈색 알루미늄 징크와 스터코로 마감해 통일감을 주었다. 담장은 행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높이로 하고, 창을 최소화했다.


빨래를 널거나 버섯, 나물을 말리곤 하는 남쪽 테라스. 처마를 길게 내어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대지면적 ≫ 349m2(105.57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15.34㎡(34.89평)
연면적 ≫ 115.34㎡(34.89평) / 다락 - 13.03㎡(연면적에 비포함)
건폐율 ≫ 33.05%  |  용적률 ≫ 33.05%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5.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 경량목구조 외벽 2×6 구조목 + 내벽 S.P.F 구조목 / 지붕 - 2×8 구조목
단열재 ≫ 그라스울, 비드법단열재 2종2호
외부마감재 ≫ 벽 - 스터코 / 지붕 - 알루미늄 징크
내부마감재 ≫ 벽 – 합지 벽지 / 바닥 - 이건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강타일(용인시)
수전 등 욕실기기 ≫ 콜러, 대림
주방가구 ≫ 샤인  |  조명 ≫ Linno, Muuto, 을지로 메가룩스
계단재·난간 ≫ 애쉬판재 + 철제튜브 손스침 난간
현관문 ≫ 이건도어  |  중문 ≫ 이건라움 슬라이딩도어
방문 ≫ 영림도어  |  데크재 ≫ 방킬라이 19mm
담장재 ≫ 철근콘크리트 위 스터코 또는 페인트
창호재 ≫ 이건창호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철물하드웨어 ≫ 허리케인타이
에너지원 ≫ LPG  |  조경 ≫ 건축주 직접 시공
전기·기계·설비 ≫ ㈜태인엠이씨  |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감리 ≫ BHJ 건축사사무소 010-8962-0439 www.bhj-architects.com

시원한 공간감의 거실. 한식 덧창을 달기 위해서 창호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설치하고, 창 외부에는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알루미늄 징크 프레임을 둘렀다.


지붕창 너머의 빛이 다른 쪽 창을 통해 거실까지 전달되는 다락방. 벽에는 자녀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PLAN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부부의 일상이 그대로 담긴 주방과 다이닝 공간. 거실과 하나로 이어진다.


주방은 아내의 개인 공간이기도 하다. 공간을 분리하되 창을 내어 음식 준비를 하면서도 거실, 다이닝 공간에 있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현관을 중심으로 동쪽에 침실과 욕실이, 서쪽에 거실과 주방, 정원이 놓여 하루 일과와 태양의 동선이 집에 고스란히 담긴 모양새다. 천장이 높아 시원한 거실과 ‘ㄷ’자로 넉넉하게 구성한 주방은 남쪽과 서쪽으로 열려 환하다. 손주들이 놀러 왔을 때를 대비해 마련한 작은 다락은 거실과 통하는 작은 창을 내어 연결 통로이자 환기구가 되어준다. 집 안 곳곳엔 동서양의 스타일, 앤티크와 모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상반된 느낌들이 스스럼없이 공존하는 집. 작지만 넉넉하고, 한가롭고도 알찬 집이 건축주 부부의 성격을 쏙 빼닮았다.


메인 욕실은 산뜻하고 화사한 색감의 타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다양한 스타일의 소품이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주방에선 건축주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여러 마당을 가진 달팽이 집

집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꽤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주택 외벽과 담장이 모호한 경계를 가지며, 대지를 한 바퀴 도는 달팽이 같은 모습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사람 키 높이에 맞춘 북쪽 담장은 남쪽으로 갈수록 점차 낮아져 주변 풍경을 가득 펼쳐 보여준다. 담장이 본래 위치로 되돌아오는 지점에는 담장과 주택 외벽 사이로 좁은 입구가 있다. 그 너머 마당엔 장독대와 작은 가마솥이 자리하고, 동쪽 침실 창 너머로는 아침 햇살이 눈부신 작은 후원이 반긴다. 담장을 낮춘 정남향 쪽에는 뜨거운 볕을 피해 처마를 길게 내고 거실 창에 덧창을 달았다. 부엌에서도 시선이 닿는 창마다 마당과 산 풍경이 담긴다.


중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남편의 방.


주방 가장 안쪽 다용도 공간. 마당 수도와 바로 연결되는 동선으로, 세탁실을 겸하는 살림 공간이다. 창에는 담장 너머 산과 하늘의 풍경이 액자처럼 담긴다.


늘 그렇게 살아왔듯, 부부는 여전히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누구의 눈치 볼 것도 없는 전원에서의 삶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풍경 속 잔잔하게 자리하는 이 아담한 집이 더없이 좋은 나날이다.

누군가 내게 단층집을 짓겠다면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데 부담을 느껴선 안 된다고, 부부는 누누이 말한다. 단층집의 진정한 매력은 땅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주거형식이라는 데 있다. 집과 땅 사이에 얼마나 개성 있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그 집의 성격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건축가’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대지 조건이 쉽지 않을수록 그 중요성은 더더욱 강조된다. 앞서 두 번의 집짓기로 전원주택에 23년 이상 살았던 터라 훈수 아닌 훈수를 놓았을 법도 한데, 부부는 설계 과정에선 늘 선을 지켜왔다. 소통은 적극적으로 하되, 건축가의 설계 콘셉트를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부가 전하는 집짓기 비결이다. 무엇보다 합이 잘 맞는 건축가를 만나야겠지만 말이다.

취재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5월호 / Vol.26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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