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답지 않은 아파트 인테리어, 연희동 APT. 리모델링
INTERIOR HOME STYLING ① :INSIDE YEONHUI APT.
집을 진정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취향을 탐구해 온 사람들
아파트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파트답지 않은 장면들을 완성했다.
부부의 취향과 노고가 깃든 비일상적 일상 공간으로의 초대.
순환하는 평면 구조 속
스토리텔링에 귀기울이다
자꾸만 질문하고 싶은 집이 있다. 익숙한 모습에서 벗어나 있거나, 공간 구석구석 계획된 디테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집들이 그렇다. 연희동의 한 구옥 아파트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을 만났다.
건축 설계를 하는 장국정, 고유배 씨 부부는 두 마리 반려묘와 함께 살아갈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부부는 정형화된 아파트 평면의 지루함을 타파하고, 최대한 아파트 같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가구를 거의 두지 않고 비워둔 거실. 비어있음으로서 오히려 다양한 행위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위아래로 형성된 처마와 툇마루가 안락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만든다. |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의 경계에 있는 공간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국정 씨는 ‘집’일수록 오히려 비일상적 요소를 지녔으면 한다고 전했다. 석고보드를 들어내고 노출한 벽과 천장, 그리고 거실 전체의 단을 200mm 올려 만든 마루의 특별한 공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실 마루에서 바라본 주방과 서재. 노출콘크리트와 원목, 적색 바닥 타일이 한눈에 담기며 다채로운 인상을 갖는다. 매스감을 살리기 위해 서재 입구 위로 구조물을 덧붙였다. |
아일랜드와 식탁을 일자로 두어 간결한 동선을 만들었다. 안쪽의 조리 공간은 상판과 선반에 사용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함께 조화를 이룬다. |
주방을 중심으로 순환 동선을 이루는 평면 구성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가족들이 만드는 ‘행동의 스토리’를 평면에 녹여냈다. 서재의 캣타워를 통통거리며 내려오는 고양이의 발걸음 소리는 단단한 타일 바닥을 지나, 한지 문 너머 마루까지 이어지며 일상의 한 장면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스토리 라인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여기에 주방에서 안방, 화장실이 하나로 연결되는 동선은 기존의 안방 욕실과 공용 욕실을 하나로 터서 완성할 수 있었다. 유배 씨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여기, 주방 테이블에 앉아 바라보는 집과 가족이다.
확고한 취향과 의지로 구축해 낸 집은 잘 짜인 구조의 드라마 한 편을 보듯 감성적으로 충만하다. 바쁜 부부의 삶에 비일상적 환기 장치이자 휴식처가 되어주는 집의 미래 모습도 궁금해진다.
SECTION
비초에 606 선반이 설치된 서재. 바닥의 적색 테라코타 타일은 청소하기도 편하다고. |
부엌에서 이어지는 뒷 베란다 사이에 창을 제거하고 색다른 휴식 공간을 조성하였다. |
서재 한편에는 천장까지 이어지는 캣타워를 만들었다. |
(위, 아래) 서재는 취미 공간도 겸하고 있다. 뒷 베란다 쪽에도 책장이 설치되어 있어 여러 방식으로 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 |
장국정, 고유배 건축주 부부
@yeonhui_dong_apt
거실 마루를 조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단차를 올릴 때 하중, 난방, 천장 높이, 콘센트의 위치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천장을 노출하면서 층고를 확보할 수 있었고, 난방은 건식 전기 난방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마루 아래 공간에 콘센트 및 설비 기구들을 묻었어요.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도장 벽면이 그 아름다움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마루는 어떤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나
비워두고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페코와 꾸가 먼저 차지해 광합성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현재는 가끔 주말 저녁에 프로젝터를 사용해서 영화를 보곤 합니다. 마루 정중앙에 누워있으면 복잡한 생각들이 비워지기도 합니다. 어떤 행위를 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는 공간이기에 앞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마루 바닥에 숨긴 콘센트와 난방조절기 |
호텔 같은 구조의 욕실도 탐난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화장실을 진행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수도 배관, 변기 위치 등이 전부 바뀌었는데, 바닥에 배관을 묻는 과정에서 화장실 바닥이 바깥보다 더 올라올 뻔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잘 해결되어서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구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가장 포인트가 되는 가구를 꼽자면
첫 번째로 비초에의 606선반. 홈페이지에서 60년 동안 비초에의 선반을 쓰고 계신 노부부의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60년 넘게 대물림할 수 있는 가구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선반을 주문하던 당시, 마침 원하던 구성의 일부 모듈을 중고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 가격에 선반을 완성하게 됐어요. 두 번째로는 스케일을 1/2로 줄여서 직접 제작한 엔조 마리의 테이블이 마음에 듭니다.
취향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은 분들께 조언한다면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일에 국한되어서 지엽적인 카테고리로 검색을 하기보다는 우선 큰 방향성을 설정하길 권합니다. 일상에서 ‘내가’ 좋은 공간이라 생각하는 풍경을 수집하고 들여다보며 공부하면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집에서 더 이루어 나가고 싶은 것이 있나
인테리어를 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다 반영이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없애고 공간을 단순화했다면 이제는 공간에 위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찾고 싶습니다. 지금은 식물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 행잉 플랜트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공들여 디자인한 방문 손잡이 |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욕실 내부가 내다 보인다. 아파트 같지 않은 풍경 중 하나다. |
스테인리스 스틸 캔틸레버 선반과 매립 수전으로 깔끔하게 구성한 세면 공간. |
욕실과 조적 욕조 전부를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했다. 졸리컷 시공 등 모자이크 타일의 까다로운 공사 과정을 거쳐 완성도 있는 욕실이 탄생했다. |
세탁실 겸 드레스룸. 창 앞에 스테인리스 환봉을 설치해 옷을 걸어놓을 수 있게 만들었다. |
안방-욕실-주방으로 연결되는 순환 동선. 안방과 욕실 사이 하얀색 슬라이딩 도어는 열어두었을 때 벽체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크기를 맞추어 제작했다 |
설계 : 장국정, 고유배
시공 : ㈜무궁무진건축 류재호 https://analogatelier.kr/
기획 조재희 | 사진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7월호 / Vol.305 https://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