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빛나는 벽돌 중정 집
김천 해담家
인상적인 붉은 벽돌집은 세 가지를 재료삼아 지어졌다.
일곱 식구의 유쾌함과 기본에 충실한 시공, 그리고 배려를 담은 설계.
정영균, 손희경 씨 부부의 집짓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일곱 식구를 품기에 아파트는 한계가 컸고, 부부는 그때도 여느 하우징 업체를 통해 집을 지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기 어렵듯, 첫 주택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적잖았다. 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지어져 지금의 가족을 품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아이들도 커가며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고, 부부도 일상을 보내면서 보충하고 싶은 부분이 점점 눈에 보였다. 마치 넘칠 듯 가득 찬 물컵 같은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넷째 다인이의 외침이 하나의 물방울이 되어 흘러넘쳤다. “왜 내 방은 없어요?”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경북 김천시
대지면적 ≫ 589.00㎡(178.17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거주인원 ≫ 7명(부부, 자녀 5)
건축면적 ≫ 139.60㎡(42.22평) │ 연면적 ≫ 260.45㎡(78.78평)
건폐율 ≫ 23.70% │ 용적률 ≫ 44.22%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73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기초 - 압출법보온판 특호 125T / 벽체 - 비드법단열재 가등급 75T 두겹 시공 / 지붕 - 경질폼 170mm
외부마감재 ≫ 외벽 - 두라스택 S500 / 지붕 – 알루미늄징크
창호재 ≫ 살라만더 독일식 시스템창호 82mm
열회수환기장치 ≫ ZEHNDER ComfoAir
에너지원 ≫ LPG │ 조경석 ≫ 현무암, 화산석
조경 ≫ 비오토프 갤러리
설계·시공 ≫ GA건축사사무소 × 공간디자인큐브
ㄷ자 모양이 선명한 주택의 입면. 돌출된 매스의 중간에는 특별히 디자인한 주소판이 배치됐다. |
안마당 데크는 파고라와 폴딩도어를 두어 안과 밖을 잇는 전위공간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한다. 티룸이 되기도 하고, 때론 물놀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
그날로 부부는 여러 건축가와 시공사를 수소문했다. 부부는 설계와 시공이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건축가였으면 했고, 가격보다 원하는 것을 발견해주는 건축가를 찾았다. 부부는 “평당 얼마”로 대화를 시작하는 시공사를 예닐곱 군데 거치고 나서야, ‘슬기로운 건축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협업해 활동하는 ‘GA건축사사무소’와 ‘공간디자인큐브’를 만났다. 그들의 첫 마디는 “어떤 집을 짓고 싶습니까?”였고, 그 뒤로 내리 두 시간 넘게 그동안의 갈증을 채우듯 질문과 답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7달 뒤 가족은 그들의 손을 거친 ‘해담가’를 만나게 되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라스로 꾸민 작은 웰컴가든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
주방과 안방의 사이에는 가족실이 놓였다. |
해담가는 ‘예산의 합리화’, ‘하자의 최소화’, ‘편의성의 극대화’라는 세 가지 원칙에 방점을 두고, 가족의 요구사항을 녹여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다락이나 평지붕, 차고 등 여러 가지 로망이 생략되거나 바뀌었지만, 부부는 건축가의 판단을 존중했다.
|
주방은 아내의 주 활동 공간. 다섯 아이들을 챙기는 베이스캠프이기도 하고, 대외관계를 다지는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
공간디자인큐브의 김진호 대표와 GA건축사사무소 김지아 소장은 “결국 큰 비용을 들이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은 건축주”라며 “하자 가능성이 보이는 데도 건축주의 로망에만 맞춰 집을 짓는 것은 전문가의 직무유기”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하자는 세 주체 간 정보격차에서부터 생긴다고 생각한 그들은 건축사와 시공사, 건축주라는 삼각관계에서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해 숨기는 것 없이 투명하게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그것은 편리하면서도 재밌는 공간과 안정적인 주택 성능, 디테일에서 세심한 실내외 마감 품질로 돌아왔다.
가족들에게는 ‘편의점’으로 통하는 주방 수납장. Blum의 고급 주방하드웨어가 적용되어 넉넉한 수납공간과 사용감이 우수하다. |
엄마의 주방은 여럿이서 쉽게 모일 수 있는 넉넉한 규모와 편리한 동선, 사용감 좋은 하드웨어를 적용한 주방가구를 갖춰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 방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동선과 입체적인 복층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유쾌한 공간이 되었다. 패시브하우스에 가까운 든든한 단열과 기밀, 걱정 없는 방수층,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시켜주는 열회수환기시스템은 주택의 성능을 중시한 아빠를 만족시켰다. 장인의 손을 거쳐 모서리에 크랙 하나 없이 온전한 실내 마감은 특별한 고가의 자재가 아니어도 공간의 심미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족은 어느새 새집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학교를 마치면 식당에 모여 서로의 숙제를 봐주고, 데크 위에는 여름을 맞아 오 남매 전용 워터파크가 개장해 설렘을 더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재밌게 에너지를 쏟아내는 모습을 거실에서 부부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러다 가끔 일상에 치여 지치거나 기분이 가라앉으면 2층 발코니에 둘러앉아 가족끼리 마음을 나눈다.
1층에는 침대를, 2층에 책상을 두는 2층 구조의 아이방. 다락 대신 층고를 높여 가능한 구조였다. |
층고가 낮은 부분에서의 아이방. |
아이들이 해를 담을만큼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지은 집 이름, ‘해담가’. 해담가의 일곱 식구는 어른도 아이들도 집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으로 오늘도 그만큼 자랄 것이다.
가족의 또 다른 실내 속 야외공간인 2층 발코니. 벽면에는 네온사인으로 다섯 남매에게 하고 싶은 엄마의 말이 적혔다. |
SECTION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체 - 던에드워드 친환경 페인트 / 바닥 –포세린타일, 구정마루
욕실·주방타일 ≫ 포세린타일
수전·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더죤테크
주방가구 ≫ 공간디자인큐브 자체제작(싱크대, 수납장), 보컨셉(식탁)
거실가구 ≫ 디바쎄(소파)
아이방가구·붙박이장 ≫ 공간디자인큐브 자체제작
계단재·난간 ≫ 구정마루, 평철 및 환봉 난간
현관문 ≫ ㈜성우스타게이트
방문 ≫ 무늬목 제작도어
데크재 ≫ 합성목재
바깥에서 보는 발코니. 수전과 전기를 배치해 간단한 캠핑 느낌도 낼 수 있다. |
다섯 남매가 머무르는 2층 가족실에서는 서로 모여 공부를 봐주기도 한다. |
조경은 마사 바탕에 현무암과 그라스류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제주도 해변가의 느낌을 살렸다. |
SPACE POINT
POINT 1_수분 침투를 막는 기초 처리
콘크리트 수분이 지반에 침투하면 바닥 강도가 저하돼 기초가 부러질 수도 있다. PE비닐은 0.1mm 이상 겹시공하고, 단열재도 꼼꼼히 테이핑한다.
POINT 2_빈틈없는 단열재 접착
단열재를 부착할 때 면의 40% 이상, 테두리는 100% 채워 부착한다. 단열재의 수축·팽창을 최소화하고, 화재 확산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POINT 3_도장 마감의 완성은 모서리
모서리 부분에는 코너비드로 각을 살려야 한다. 코너비드를 재단해 부착하고 퍼티를 펴 발라 고정 및 빈틈을 메우고 그 위에 도장을 한다.
건축가 김지아, 박경란, 김진호, 정재민, 민경곤 _ 슬기로운 건축생활
‘슬기로운 건축생활’은 비용 위주의 틀에 박힌 지역건축문화를 바꿔보고자 GA건축사사무소 김지아 소장과 공간디자인큐브 김진호, 박경란, 정재민, 민경곤 빌더 등 열정적인 건축 전문가들이 모인 건축협업그룹이다. ‘좋은 집 짓기’라는 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건축가와 좋은 시공자, 그리고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축주가 건강한 삼각관계를 이뤄야 좋은 건축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054-455-4006, 054-439-4447 | green_a2016@hanmail.net, cube40006@gmail.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