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어린 시절 추억 위에 지은 집 : 제주 선흘아이
특집 : 아이를 위한 집짓기 _ 1탄
“뛰지 마!”
본능적으로 소리치고선 금세 미안하고 까치발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안쓰러운 게 부모 마음. 아이가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을 누리도록 젊은 부부들이 과감히 아파트 탈출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 선배 건축주들이 먼저 만들어 본 아이를 위한 장치부터,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인테리어 조언, 최근 집을 짓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두 가족의 집짓기 후기를 담았다. 그동안 품어왔던 궁금증을 해소했다면, 이제 아이를 위해 용기 낼 일만 남았다.
특집 : 아이를 위한 집짓기 목차
1. 제주 선흘아이
2. 놀고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방 요소
3. 인천 프라이데이 하우스
4. 전문가가 제안하는 아이방 인테리어 솔루션
동화 속에서 본 것 같은 신비로운 형태의 집. 야트마한 언덕 아래 펼쳐진 세모, 네모, 동그라미 다채로운 도형 안에서 오늘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
아이의,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공간
청량한 민트색 타일이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풀장. 70cm 정도의 수심에 24시간 자동 순환·여과시스템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부채꼴 큰 창으로 자연 채광이 들어와 마치 밖에서 물놀이 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
제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두 살 터울의 초등학생 삼 남매를 둔 건축주 부부. 연세(年貰) 임대주택 3년, 구옥 리모델링 8년 총 11년의 단독주택 생활을 거쳐, 한라산을 등지고 바다를 내다보는 언덕 위에 가족만의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작은 마당에서도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웃음은 광활한 땅이 가진 잠재력과 상상력을 일깨웠다. 거주 목적의 단독주택과 함께 아이 친화적인 민박까지 두기로 한 것이다. 평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힘들었던 경험, 환영받지 못하던 분위기를 여기서만큼은 느끼지 않게 오직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건축가와 함께 그려나갔다.
실내 온수풀, 모래 놀이터, 볼풀, 잔디 동산, 피크닉 전용 오두막 등 키즈카페를 방불케 하는 놀이 천국은 오로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했다.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하고 모든 내부 공간이 한눈에 보이도록 경계 없이 배치돼 아이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부모는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다. 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삼각형의 평면, 곡선의 창문, 파스텔톤의 가구 등 다양한 공간 체험이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해 질 녘의 선흘아이. 비현실적인 모습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외관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
DIAGRAM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남4길 37-2대지면적 ▶ 1,575 (476.43평)|건물규모 ▶ 지상 1층(주동 + 민박동)|거주인원 ▶ 5명(부부 + 자녀3)건축면적 ▶ 316.85 (95.84평)|연면적 ▶ 296.19 (89.59평)건폐율 ▶ 20.12%|용적률 ▶ 18.81%주차대수 ▶ 4대|최고높이 ▶ 7.6m(주동), 8.1m(민박동)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단열재 ▶ 수성연질폼 100㎜외부마감재 ▶ 외벽 - 골패턴 콘크리트 / 지붕 – 무근콘크리트 위 수성페인트담장재 ▶ 제주 자연석 쌓기창호재 ▶ 이건창호 PVC 시스템, 알루미늄 창호 43mm 삼중유리, 제작 커튼월 등조경 ▶ 듀송 플레이스전기·기계·설비 ▶ 정연엔지니어링구조설계 ▶ 한길구조엔지니어링설계 ▶ ㈜요앞건축사사무소 070-7558-2524 http://yoap.kr/시공 ▶ G.A.U 아키팩토리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아이생각 친환경수성페인트 / 바닥 - 엘림 마모륨(프레스코, 콘크리트), LG하우시스 강마루욕실 및 주방 타일 ▶ 이공세라믹, 이누스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이케아, 이시스, 앙트레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와셀로 www.wacello.co.kr, 이케아조명 ▶ 루이스 폴센, 르위켄계단재·난간 ▶ 멀바우 + 강화유리 제작현관문 ▶ YKKAP 베나토 w04 러스틱 우드중문 ▶ 제작 슬라이딩 도어 금속자재 + 도장 마감 + 망입유리방문 ▶ 영림임업 ABS 도어데크재 ▶ 현무암 판석
HOUSE POINT - 민박동
각 호 앞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반원형의 전용 마당과 모래 놀이터가 준비되어 있다. 수영장 벽체는 유리벽으로 가볍게 구획해 놀이터, 거실, 식당 등의 경계 없이 한 공간을 이룬다.
체크인 시간이 오후 4시경인 것을 감안, 큰 창을 통해 오후 햇살이 스며들도록 건물을 남서쪽으로 길게 배치했다. 실내로 들어오면, 풀장에 쏟아진 빛이 영롱하게 반사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수영장 말고 볼풀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내 놀이터다. 왠지 자주 손 씻고 싶은 산뜻한 핑크색 세면볼과 연두색 수납장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록달록한 조명은 루이스 폴센Cirque Pendant 제품.
단지로 처음 들어섰을 때 보이는 건물의 입면. 수직 패턴을 입힌 노출콘크리트는 제주 돌담이나 현무암의 거친 질감을 연상시키고, 둥글게 표현한 코너부는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
상상과 현실 사이, 동화책에서 본 듯한 주택
동화책에서 나온 집 같은 유선형의 지붕 곡선은 산·파도·바람 등 제주의 자연을 연상시킨다. 이를 극대화하는 노출 콘크리트 수직 패턴 역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돌담과 현무암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표현한 결과다.
건축주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은 전체 분위기를 이어가되, 실용성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우선, 민박동과 동선이나 시선이 겹치지 않도록 45° 틀어서 남향을 바라보도록 배치했다. 두 딸을 위해 화장실 딸린 넓은 방을 주고, 아들에게는 다락을 선물했다. 남쪽으로는 독립된 정원도 갖췄다.
민박동과 마찬가지로 오픈된 공용 공간의 중심인 주방에선 거실과 정원, 반대편 복도까지 한눈에 인지된다. 외부에서 시작된 삼각형의 형태는 평면과 내부 경사 천장으로 이어져 공간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삼각형의 평면은 욕조나 창고 등 적당한 쓰임새를 찾아 예각 부분을 해결했다.
이 집은 어릴 적 건축주가 손수 심은 감귤나무밭 위에 지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렇게 부모의 기억 위에 아이들의 추억이 쌓여간다.
HOUSE POINT - 주거동
주거동 진입로는 단지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고, 민박동과 접하는 면에는 최소한의 개구부만을 계획했다. 대신 관리의 용이함을 위해 세탁실이나 창고 등을 주요 동선 중간에 배치했다.
경사진 천장과 사선 매입 조명이 독특한 공간감을 구현하는 거실 겸 주방. 벽, 천장, 바닥 모두 화이트 바탕이지만, 아일랜드 포함 주방가구와 벽면 모두 블랙으로 마감해 대비를 이룬다.
아이들 공간에서 보이는 시선 끝에 위치한 주방. 언제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동선이 가족 간의 유대감을 북돋운다. 삼각형의 평면과 박공지붕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진입부의 공간 활용 역시 주목할 만하다.
캐치볼 하기 더없이 좋은 모여동산. 완만한 경사의 언덕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들판이, 특히 겨울에는 눈썰매장이 되어 준다.
PLAN
SECTION
건축주가 전하는 TIP. 이렇게 짓자!
아이 친화적인 민박을 만들기로 했을 때, 형태나 색상보다 더 신경을 썼던 건 안전이었어요. 실내 벽은 친환경 페인트를, 바닥재는 천연소재인 마모륨을 적용했고, 가구는 모두 원목을 가공해서 만들었죠. 코너는 라운드화하고 친환경 오일로 마감했으며. 비치된 장난감은 모두 KC 인증된 제품만 들였답니다. 패브릭 역시 알레르기와 아토피로부터 안전한 내부 충전재를 썼어요.
취재 _ 조성일 사진 _ 류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