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9의 광고 차단, 악의 근절 혹은 생명선의 절단?
[김국현의 만평줌] 제15화
인터넷 광고는 인터넷 기업의 생명선이다. 콘텐츠의 조달과 제작에는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 그 비용을 사용자가 아닌 광고주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 싫은 광고일수록, 억지로라도 보여주고 싶은 광고주는 돈을 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우리는 인터넷의 무료 콘텐츠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원치 않는 광고가 우리 화면에 뜰 때까지 우리의 데이터와 우리의 CPU를 소진한다. 그리고 가장 귀한 자원인 우리의 집중력이 흩어진다. 저질, 악성 광고라면 말할 것도 없다.
새롭게 등장한 iOS9의 콘텐츠 차단 기능은 광고 차단 툴을 만드는 데 제격이다. 광고회사 구글은 해줄 리 없는, 애플만이 놓을 수 있는 한 수였다. 그 덕에 다양한 앱들이 등장했고, 그중에 군계일학으로 인기가 있었던 것이 피스(Peace)라는 앱이였다.
36시간이나 유료 톱에 군림하던 이 앱. 단 이틀 만에 개발자 스스로 내려버리고 말았다. “광고 차단에는 중요한 별표(주의점)가 따라온다: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처 입을 이유가 없는 이들까지.”라고 말하며.
인기 개발자이기도 했지만 인기 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광고라는 필요악 덕에 움직일 수 있는 선(善)도 때로는 있음을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광고란 마케팅의 일부다. 그리고 마케팅은 기업 활동의 일부다. 가치를 만들어 팔고 생계를 이어가는 인간 생활이 지속하는 한,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절대로 차단될 수 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또 끊임없이 변모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오늘날의 광고를 그리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광고가 광고임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건져내고 한쪽으로 밀어둘 수 있었던 순진했던 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