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인 더 루프. 미래의 기동전사에 탑승할 때
작년에 도쿄에 카페가 하나 개장했다. 로봇이 서빙을 한다고 한다. 로봇이야 사람 같이 생겼지만 대단할 것은 없어서 팔이 있고 바퀴로 움직이며 얼굴에는 카메라와 스피커가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로봇은 그냥 로봇은 아니었다.
그 로봇은 사람이 원격에서 조종하고 있었고, 그 조종사들은 사지 마비의 중증장애인들. 시급으로는 1,000엔 정도이니 일반적 수준이다. 커피를 나르고 대화를 하는 등 표준적 알바 업무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마음이 대신 로봇을 통해 취업한 셈이다. 이렇게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뺐기도 하지만 주기도 한다. 특히 자립과 자활이라는 중증장애인의 오랜 과제이자 숙원을 해소하는 방식이니 반가운 일이다.
사실 로봇의 조종석에는 누구나 잠깐 손쉽게 앉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원 봉사자가 대신 눈이 되어 주는 앱이 있다. 이미 십만 시각장애인을 이백만 자원 봉사자가 돕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시간을 잘게 쪼개 준 덕에 우리는 기계 뒤에서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기계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인간을 강화하는 '수트'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훈련된 우리는 스스로 기계 안으로 들어가 로봇이라는 가면 뒤에 숨으려 할지도 모른다. 여러 이유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서툰 이들이 많다. 여전히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하는 서비스업 알바들도 많다. 로봇은 그런 우리에게 손발이 되어줄 수 있다. 마치 ‘기동전사’나 ‘에반게리온’처럼.
드론에서 청소로봇까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으로 99%가 운영된다고 해도 1%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니 세상일들은 다 그 모양이다. 그 1%의 결정적 차이를 기술은 좁히려 노력할지 모르지만, 영원한 간극으로 남을 것 같다. 수많은 기술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과 판단을 결국은 원하기 때문이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가치의 지평선, 그 끝에 인간이 있다.
'휴먼 인 더 루프'라는 인공 지능의 모델이 있다. 'in the loop'란 미국식 구어로 결정 등에 관여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휴먼 인더 루프란 사람을 참여시킨다는 뜻인데,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사람으로 보완하면서 결국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래의 일은 그렇게 확장된 신체의 끝에서 발견될 터다. 우리는 미래가 손짓할 때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두려워 말고 관여해야 한다. 미래는 용기 있는 이의 것. 세상만사 결국은 책임소재가 필요하고, 권한이란 책임과 함께 온다.
모든 일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기계가 더 많은 일을 벌일수록,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조종석에 있던 누군가에게 '설명책임'을 지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잘못된 결정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어 진보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 미래의 ‘콕핏’에 ‘인 더 루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