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RTX 2080Ti GPU를 사기 전에 읽어 둘 레이 트레이싱 이야기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 카드가 출시되었다. 갑자기 형번이 2000대로 뛰고 시리즈명도 GTX가 아닌 RTX로 이름도 바뀌었다. R은 ‘레이(Ray)’를 뜻하는 것 같다.
레이 트레이싱이란 컴퓨터로 현실의 빛의 움직임을 모방해 실제 같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현실 속에서는 물체와 물체는 서로 반사하면서 간접적으로 조명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빛이 산란하며 표면의 질감을 만든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것도 반사된 빛을 통해서다. 그리고 그림이란 그 빛을 그리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일반 영화에서도 이제 CG는 기본인 시대다. 영화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중 실제를 가려내기가 힘든 요즈음이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극사실 모방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전통적인 3D CG에서는 대상 물체를 삼각형의 조합으로 뼈대를 만든 후, 그 위에 텍스쳐를 입히고 음영과 같은 각종 효과를 더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을 썼다. 그런데 극사실주의로 넘어가면서 물체의 표면이 그 질감에 따라 세상을 어떻게든 반사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실 속 사물은 모두 빛을 반사 중이었다. 이를 나타내니 표현력이 한 층 올라갔다. 레이 트레이싱 기법은 그렇게 등장한다. 레이 트레이싱은 화면 속 대상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빛의 궤적을 점들로 따라 그린다. 반사광이나 그림자, 투명과 같은 효과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패스 트레이싱이라고 레이 트레이싱의 진화형 알고리즘도 있는데, 구분 않고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빛의 궤적을 추적하는 일이 컴퓨터 그래픽의 주요 기술로 등극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 레이 트레이싱은 빛의 알갱이를 계산해야 하는 셈이니 엄청난 계산능력을 소모하게 된다. 영화야 아무리 계산에 시간이 걸려도 어차피 녹화해서 정속 재생하면 끝이지만, 실시간으로 이를 그리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따라서 영화처럼 미리 렌더링해두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바로 생성해야 하는 게임 등으로의 적용은 힘들었다.
몇 년 묵은 GPU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은 힘든 일이다. |
그러나 이제 이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 자동차 본네트에 어렴풋이 반사되는 적의 실루엣을 실시간으로 알아차리고 사격하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그렇지만 게임은 지금까지 이조차도 적절한 눈속임으로 흉내 내고 있었기에 게임 플레이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또 게임이 잘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 체험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모델은 늘 초창기에는 애로사항이 발생하기 마련이므로, 기다렸다가 다음 세대를 사는 것이 안전한 투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그 차이는 다시금 확연하다. 지갑은 그렇게 열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