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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우리 조직의 옵테인 같은 인재

인텔은 지난 3월 27일 옵테인(Optane)을 출시했다. 옵테인은 보통 최신 SSD를 꼽는 소켓에 삽입하는 일종의 메모리. ‘일종의 메모리’라고 표현한 이유는 여기에 쓰인 3D 크로스포인트(Xpoint)라는 3차원 구조의 메모리 매체 기술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옵테인은 저장매체인 SSD와 메모리인 DRAM를 섞은 듯한, 그러니까 비휘발성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의 액세스 속도를 자랑하는 신종이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조인트 벤처가 10년 전부터 만들고 있던 이 괴물, 제품 출시 전에는 기존 NAND 플래시의 천 배 속도라고 자랑했으나, 실제 출시품의 스펙은 그 정도는 아니어서 슬그머니 10배 정도로 내리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월등히 빠르며 수명도 SSD보다 훨씬 길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메모리에 띄워서 처리해야 했던 일들을 그냥 저장매체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그리 빨리 오지는 않는다. 우선 문제는 신제품을 괴롭히는 가격이다. 신기술은 양산이 되어도 고가로 형성될 수밖에 없기에 일반 대중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기 쉽다. 이 신형 메모리의 가격은 플래시 메모리의 4~5배는 될 듯하다. 게다가 2년분의 생산 능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한다. 올해 일반 판매용으로 나온 용량도 그래서 16GB와 32GB로 저용량. 사람들의 물욕에는 속도뿐만 아니라 용량도 중요하다. SSD 전성시대가 되었어도 HDD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옵테인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캐시다. 

 

캐시(cache)란 '은닉 저장소'란 말 그대로 접근 시간이 드는 데이터를 미리 가져다 놓는 임시 저장소. CPU 입장에선 메인 메모리조차 여전히 느리기에 자기 안에 작은 쌈지를 마련해 둔다. 최근에는 SSHD라고 하여 HDD에 플래시 메모리 캐시를 함께 넣어서 고속화하는 제품도 있고, 이미 인텔에는 SRT(Smart Response Technology)라고 저용량 SSD를 HDD 캐시로 쓰는 솔루션이 있었다. 옵테인도 결국 이와 같은 ‘버퍼’의 길을 우선 가기로 한다. 

 

부품이 모인 기계처럼 인간이 모인 조직에도 캐시가 있다. 팀을 만들고 리더를 두는 이유가 바로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현장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버퍼링하며 교환하기 위한 캐시를 두기 위한 것일 것이다. 유능한 인재는 팀장이 되어 캐시처럼 팀을 대변한다. 자신이 리더인지 알고 싶다면, 자신이 최신 캐시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되돌아 보면 좋다.

자네는 우리 조직의 옵테인 같은 인재

옵테인을 캐시로 쓰게 되면 크롬이나 아웃룩처럼 자주 쓰는 앱 들의 경우 5~6배 정도 기동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기업도 좋은 캐시로 그 정도의 역량 증가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지만, 경영진은 최신 CPU 답지 못하고, 캐시가 되어야 할 중간관리자는 전혀 캐시답지 못해 오히려 더 느려 터지고 마는 것이 인간이 모인 조직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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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hyun
채널명
김국현
소개글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