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딥한 웹 속 어둠의 뒷골목
딥웹(Deep Web)이라는 용어가 있다. 구글 등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 다시 말하면 빛이 들지도 않고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깊고 은밀한 으슥한 공간이다. 하지만 딥웹은 흔하다. 웹이란 기본적으로 누구나 보고 또 인용할 수 있는 두루마리 문서라지만, 여기에 로그온 창을 달고 주소를 계속 바뀌게 하면 웹은 웹이지만 문서라고 부르기 힘든 웹이 된다. 회사의 인트라넷도 이렇고 심지어 네이버나 페이스북의 상당수 내용도 딥웹이라 볼 수 있다.
한편 다크웹(Dark Web)이라는 용어도 있다. 여긴 토르(Tor)라는 특수한 보안 브라우저로만 접근 가능한 생경한 공간이다. 도메인 명도 보통 .onion으로 하는 등, 크롬이나 사파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웹브라우저로는 접속조차 안 되는 곳. 흔히 말하는 ‘어둠의 경로’는 네트워크의 경로가 만들어진 이래로 늘 존재해 왔지만, 열린 공간이기에 추적이 가능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이란 사실 덧없는 것. 정보 열람과 갱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고, 망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제시한다면 개인을 특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이버수사대는 그렇게 여러분 현관으로 어느 날 들이닥친다.
치기 어린 장난이 덜미를 잡히는 것쯤이야 인과응보이겠지만, 전제 국가의 폭정을 피해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 경로는 개인 일탈이 아닌 공동체의 생존 문제가 된다. 토르는 빛이든 어둠이든 공평하게 안전한 경로를 제공해 준다. 전 세계 독지가들의 서버를 거치고 거쳐 돌고 돌아 사이트로 들어가니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은 핍박받는 이들을 위해 토르 네트워크 위에도 접속지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 주소는 https://facebookcorewwwi.onion 주소조차 암호말 같다.
하지만 허락받지 않은 이들이 빛이 없는 곳에 모여 하는 일들은 그다지 인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마약 거래나 무기 밀매처럼 지하 경제만이 신속히 양성화되었다. 어둠 속 이베이나 아마존이라 불릴만한 쇼핑 플랫폼이 특히 흥해서, 어린이들이 마약을 구매해 먹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굳이 긍정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판매자 별점을 보고 거래를 하니 예전처럼 폭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일은 줄었다는 정도일까.
‘실크로드’에서 ‘알파베이’까지 이들 지하경제의 플랫폼은 하나가 철퇴를 맞으면 그 옆에서 그 잔해를 영양 삼아 버섯처럼 다시 피어난다. 실크로드의 로스 울브리히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았다. 인류 역사상 컴퓨터로 뭔가 해서 이렇게 가혹한 처벌을 받은 이가 또 있냐며 탄원 운동까지 벌어졌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한 알파베이의 알렉산더 카제스는 도주 중 방콕에서 체포되었는데, 이달 초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카제스도 울브리히트도 모두 열정도 능력도 뛰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마이너스를 곱하고 말았다.
호기심이라 말할지 모르나 온라인의 뒷골목의 자극은 찰나적이라도 우리를 마이너스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마이너스라도 상관없다. 열정과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는 충분한 파국의 연료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