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세스 f 리마스터 "편의성까지 보완한 그 시절 명작"
반다이남코 게임즈의 대표 RPG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스테디셀러다. 게임을 좋아하는 90년대생이라면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리마스터되는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 f' 역시 시리즈 팬들이 사랑하는 타이틀이다. 시리즈 역대 최고의 배틀 시스템을 선보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에서는 이 맛을 100% 즐긴 유저는 적다. 한글 번역이 없었던 탓이다.
이제는 아니다. 명작이 15년 만에 리마스터와 더불어 정식 한글 버전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프리뷰 빌드에서 리마스터 정의에 충실했다는 높은 평가도 이어졌다. 많은 유저들이 1월 기대작으로 꼽는 이유다.
명작을 더 나아진 게임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PC 버전에서는 최대 120프레임까지, 해상도는 2160p까지 지원한다. 모델링이나 디테일이 원작에 비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단점보단 오히려 원작의 느낌을 살린 감상이다.
■ 시대에 맞게 탈바꿈한 그레이세스 f
- 구버전과 리마스터 버전의 그래픽이 엄청 큰 차이는 아니다 |
리마스터 버전답게 그래픽뿐만 아니라 편의성을 다각도로 개선했다. 이 작업은 꼭 필요했다. 최신 게임의 편의성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낭만이 아닌 불편함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고전 JRPG의 공통적인 특징이 별도의 퀘스트 안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모험을 강조한 장르다 보니 직접 실마리를 찾아 돌아다니도록 만들었다. 당시로써는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꽤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지금은 아니다. 아마 100명 중 90명은 길을 헤매다가 짜증 나서 게임을 끄지 않을까. 이제는 스트레스 요인일 뿐이다. 그래서 개발진인 리마스터 버전에서 메인 시나리오의 목적지를 보다 자세하게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원작이 목적지를 대략적인 미니맵으로만 표시해 줬다면 리마스터에서는 방향과 거리까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덕분에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치를 외우고, 어림짐작으로 위치를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
이벤트 배려도 강화됐다. 원작 이벤트는 특정 시간대를 지나칠 경우 참여할 수 없었다. 만료 시간 전에 이벤트를 찾아가는 게 매우 중요했다. 공략을 보지 않는 이상 어디에,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모르니 열심히 돌아다녀도 놓치는 게 생기기 마련이었다.
리마스터에서는 이벤트의 표시를 명확히 바꿨다. 만료 시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낫지 않나 싶지만, 그 자체는 게임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벤트의 시간을 모래시계로 보여주고, 시간이 가장 적게 남은 이벤트를 우선 표시한다.
이외에도 이벤트 스킵이나 인카툰트 오프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2회차부터 이용할 수 있던 그레이드 샵을 처음부터 열어놓았다. 그레이드 샵은 아이템 획득 확률이나 크리티컬 확률을 올리는 각종 아이템을 '그레이드'로 구매하는 상점이다.
- 인카운트 오프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추가된 것은 덤이다 |
■ 전투 하나만큼은 예전부터 명작으로 꼽혔다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 f에서는 '스타일 시프트'라는 새로운 전투 시스템이 도입됐다. 스타일 시프트는 아츠 기술과 버스트 기술 2종의 배틀 스타일을 전환하며 싸우는 전투 시스템이다.
캐릭터마다 모두 다르다. 가령, 캐릭터 '휴버트'는 아츠기와 바스티로 쌍검과 술쌍권총을 쓴다. '쉐리아'는 단검술과 광술(光術)을 보유했다. 각 기술마다 장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하게끔 한다.
스킬마다 그 성질도 다르다. 스킬은 술(術)과 기(器)로 나뉜다. 술은 주문을 외우는 기술로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강력한 공격이나 회복이 가능하다. 기는 무기를 이용해 빠른 공격이 가능하며 다른 기술과 연계된다.
술과 기를 얻는 과정도 중요한 콘텐츠다. JRPG 특유의 반복 플레이가 스킬을 얻는 과정에 묻어난다. 새로운 술과 기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 칭호를 장비하고, 얻고자 하는 스킬의 랭크까지 스킬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
스킬을 하나씩 습득하고 다양하게 조합해 보는 과정이 백미다. 한 번 습득한 스킬은 칭호를 변경해도 유지된다. 여러 가지 칭호를 랭크업하고, 다양한 스킬을 얻으며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간다.
테일즈만의 독특한 실시간 전투 시스템은 그레이세스에서도 이어진다. 체인 키퍼(CC)라고 부른다. 공격이나 방어 등의 행동에 따라 CC 카운터가 상승, 이를 소모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편의성 개선으로 추가된 인카운터 오프 기능은 게임 진행을 매우 매끄럽게 만든다. 돌아다니면서 몬스터에 부딪혀도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덕분이다. 빠르게 이동할 때 이 기능을 쓰면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 호불호 갈리는 스토리지만 한글로 즐기는 첫 작품
- 한국도 이제 스토리를 한글로 본다 |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시리즈다. 선형적인 스토리에 캐릭터 별 시나리오가 사이에 엮여 전개되는 구조다. 원작의 단점이라면 스토리가 꽤 오그라든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지만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라가는 전개가 많고, 평면적인 캐릭터도 많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시리즈에 비해 개그 비중이 많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보단 곳곳에 배치된 개그로 유쾌한 분위기의 RPG다.
원작을 두고 일각에서는 "스토리만 견디면 수작"이라고 표현하는 만큼 게임 이야기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리마스터 버전이기 때문에 원작과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진 않을 전망이다.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게이머라면 스트리머들의 방송 등을 보고 판단한 뒤 구매하길 권한다. 스토리 자체가 재미없으면 말짱 도루묵이 아니겠는가.
물론 리마스터의 의의는 분명 존재한다.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 f를 한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원작은 2009년에 닌텐도 Wii 타이틀로 출시된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정식 출시된 적이 없다.
일본어를 모르는 당시 게이머들은 대본집이나, 다른 유저가 번역해 놓은 글을 읽거나, 한글 번역된 에뮬로 즐기는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가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린 타이틀이다.
최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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