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양키스냐 자이언츠냐…MLB 향한 한국 선수들의 도전
10월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경기 종료 후 키움 이정후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올해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거취도 속속 결정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낸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은 겁니다.
특히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행선지에 이목이 쏠린 상황입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외신도 이정후의 거취를 예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수많은 빅리그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죠.
KBO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이정후 외에도 MLB를 바라보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현지에서 거론되는 이들의 유력 행선지와 몸값, 평가 등을 살펴봤습니다.
3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 키움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있다. (뉴시스) |
이정후, 20개 구단이 ‘눈독’…“내년의 신인왕”
2017년 휘문고를 졸업한 이정후는 1차 지명으로 키움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입단 때만 하더라도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 ‘바람의 손자’로 주목받았는데요. 첫해부터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차고 정규 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걷어냈습니다.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2도루 OSP 0.812로 맹활약하면서, 각종 신인상까지 휩쓸었죠.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18 시즌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6홈런 57타점 11도루 OPS 0.889로 성장세를 이어갔고,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해당 연차 최고 연봉 신기록 행진에 나섰죠. 골든글로브만 2018년부터 연속으로 5개를 모았습니다.
지난해엔 커리어 정점을 찍었는데요.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5도루 OPS 0.996으로 타격 5개 부문을 독식,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타격왕에 올랐을 뿐 아니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기쁨을 맛본 겁니다.
국제대회에서도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특례를 받았고,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꾸준히 나섰죠.
이정후는 키움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습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3명의 빅리거를 배출한 경험이 있는 키움은 그의 요청을 빠르게 수용했죠. 키움은 2020시즌 후 김하성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15시즌 종료 후 박병호를 미네소타 트윈스, 2014시즌 종료 후 강정호를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보낸 바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구단 30개 팀 중 20개 팀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겁니다. 뉴욕포스트는 이정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이유로 그가 평균적인 자유 계약 선수보다 훨씬 젊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호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MLB닷컴은 “이정후가 자신의 재능을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발휘할지는 모르겠지만, 잠재력만큼은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한 다른 타자들보다 높을 수도 있다”며 이정후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 매체는 2024 FA 타자 랭킹에서 이정후를 8위로 꼽았습니다. 1위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2위는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3위는 J.D. 마르티네스(LA 다저스)가 차지했죠.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추신수 이후 최고의 재능을 가진 한국 야수”라고 표현했고, CBS스포츠는 아직 소속 팀도 정해지지 않은 이정후를 ‘내년의 신인왕’으로 일찌감치 점찍었습니다.
10월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8회말 대타로 나선 키움 이정후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이언츠 vs 양키스, 최종 행선지는?…“몸값 1100억 원” 거론
현재 이정후의 이적 가능성이 높은 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입니다.
자이언츠는 이정후에 대해 가장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는 팀인데요.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자이언츠가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과 볼넷 유도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키움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뛰는 이정후를 관찰하기도 했죠. 이정후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자, 푸틸라 단장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팬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한 에이전트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그 한 타석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정후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정후는 그곳에서 슈퍼스타였고, 그를 스타 선수처럼 대우하는 팀에게 계약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벨린저는 올해 오프시즌 최고의 FA 중견수 자원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는 이정후가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반했고, 3번이나 스카우트를 파견했다”고 전했습니다.
양키스 이적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키스가 이번 스토브리그 FA 최대어 중 하나인 벨린저 영입에 실패하면 그 대안으로 이정후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죠.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계약 규모를 4~5년 총액 6000만 달러(약 774억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대 6년 9000만 달러(약 1161억 원)도 가능하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LG 트윈스 고우석(왼쪽), 함덕주. (뉴시스) |
고우석·함덕주도 MLB 관심…LG는 고민일 듯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25)도 미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입단 첫해부터 올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354경기 368⅓이닝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는데요. 2019년엔 65경기에 등판,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마크하면서 LG의 새로운 클로저로 거듭났습니다.
2020년에는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존재감을 알렸죠.
지난해에는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 홀더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LG도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기쁨을 안았죠.
다만 올 시즌엔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로 예년보다 부진한 성적을 남겼는데요.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4⅓이닝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아쉬움을 자아냈으나,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던 5차전에서 마지막 이닝을 도맡아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고우석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영입 대상에 올랐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와 미주리주를 기반으로 한 일간지 벨레빌 뉴스 데머크랏은 “세인트루이스가 FA 시장에서 고우석과 일본인 좌완 마쓰이 유키 영입을 검토한다”며 “이제 불펜 보강에 나선 세인트루이스는 그들을 불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죠.
그런데 LG 왼손 투수 함덕주(28)에 대한 MLB의 관심도 포착됐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MLB 사무국으로부터 함덕주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을 받고, 해당 선수는 FA 신분으로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신분임을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신분 조회가 실제 영입 제의로 반드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함덕주는 그동안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었고,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보인 적도 없었기에 다소 놀라운 소식이었죠. 그는 정규시즌 57경기에서 55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4세이브 16홀드에 평균자책점 1.62로 LG 불펜 핵심으로 활약했습니다.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경기에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4회말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투수 랜스 린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AP/뉴시스) |
FA 최대어는 오타니…슈퍼스타의 정착지는?
‘슈퍼스타’ 오타니도 올 시즌을 끝으로 FA 선수가 됐습니다.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을 입어 다음 시즌 투타 겸업은 힘들어졌지만, 그는 굳건한 FA 최대어죠.
지난달엔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습니다. 1위 표 30장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총점 420점을 기록한 겁니다. 2021년에도 만장일치로 생애 첫 MVP를 수상했던 오타니는 역대 최초로 2회 이상 만장일치 MVP를 기록한 선수가 됐는데요.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에서도 지명타자 부문 수상에 성공해,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기록을 갖게 됐죠. 여기에 한 해 최고의 지명타자에게 주는 상인 ‘에드가 마르티네스상’까지 3년 연속 받았습니다.
오타니는 예상대로 에인절스의 퀄리파잉 오퍼(QO)를 거절하고 시장으로 나왔는데요. 주가는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5억 달러(한화 약 6500억 원)의 장기 계약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일각에서는 5억 달러를 넘어 무려 6억 달러가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오타니를 획득할 구단으로는 LA 다저스가 유력한데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타니는 자금 사정이 넉넉한 빅클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죠.
MLB닷컴은 “MLB 윈터 미팅 기간 오타니가 새 소속팀과 계약을 맺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구단 임원들은 이번 윈터 미팅에서 오타니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윈터 미팅은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립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 yxxj@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