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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600억 횡령 사태…어떻게 이런 일이

대규모 횡령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심지어 이번 횡령은 1금융권 은행에서 발생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이 60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대규모 횡령이 발생할 수 있었던 걸까요?

6년간 600억 횡령...기업 매각대금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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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직원 A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됐습니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A씨가 자수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의 수백억 원대 횡령 사실을 확인한 우리은행은 전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A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1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재직한 직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00억 원을 개인 계좌로 인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자금은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무산에 따른 계약금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2011년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할 당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계약이 파기되면서 우리은행은 엔텍합이 납부한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해왔는데, A씨가 이 돈의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횡령한 돈의 사용처와 공모범 유무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도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금융권 횡령사고, 처음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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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미지투데이

신뢰가 생명인 1금융권에서도 횡령사고는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5년 조흥은행에서는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공금 400억 원을 빼돌려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다 적발됐습니다. 2013년에는 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90억 원어치를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에서는 2015년에도 여의도지점 부지점장이 고객 예금 20억을 빼돌려 잠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직원들의 비위 적발 사례는 40건에 이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 등 7개 업종의 금융사 68곳에서 적발된 사기,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도난·피탈 등 금융사고는 총 40건입니다. 사고 금액은 총 181억5000만 원에 이릅니다.


다만 이번 우리은행의 600억 원 횡령 사건은 단일 은행 금융 사고로서 매우 이례적일 만큼 큰 액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 사고는 △사기 8건(6억8만 원) △배임 3건(41억9000만 원) △횡령유용 165건(67억6000만 원)이었습니다.

미약한 처벌이 횡령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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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미지투데이

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기업에서도 횡령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닥 상장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직원 한 명이 2215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1월 상장폐지가 결정된 신라젠 역시 그 사유가 횡령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횡령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원인으로 경제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을 꼽습니다.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업무상 횡령죄의 경우엔 처벌이 더 무겁습니다. 형법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돼 가중 처벌됩니다. 횡령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횡령액 50억 원 이상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려지는 처벌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열사 6곳에서 2235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경우 1월 열린 1심 선고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횡령금액을 철저히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횡령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환수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해 복구가 곤란한 경우 국가가 나서서 몰수·추징할 수 있는데요.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횡령 범죄 피해액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환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실제로 1월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21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0년 횡령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2조7376억 원에 달했지만 회수된 금액은 4.8%인 1312억 원이었습니다.


횡령죄는 회사와 직원,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회사에 투자한 일반 개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횡령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투데이/강문정 기자 ( kang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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