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트로피에 이름 새겼다?…‘기안84’, 이번에도 대박
나는 막사는데 내가 뭐라고 그거까지 받겠나
올해 연예대상 유력 대상 후보가 생각하는 대상치곤 너무 날것의 반응인데요. 대상 후보의 겸손한 대답이라고 보기에도 색다르죠.
하지만 ‘그’라면 너무나 어울리는 답변이었습니다. 요즘 그가 등장하기만 하면 시청률과 화제성, 감동까지 잡는다는 반응이 이어지는데요. 이름하여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이제는 방송인이 더 어울리는 웹툰 작가 기안84입니다.
기안84는 현재 ‘2023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데요. 아니죠. 이미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옵니다. 지난해 대상을 받은 전현무조차 “이미 9회말 2아웃 상황이다”라며 기안84의 대상을 점치고 있죠. 그만큼 그의 활약은 올해 너무나 빼어났습니다.
기안84의 ‘대상로드’는 MBC 예능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가 시작이었는데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에게 찰떡같은 네이밍 프로그램이었죠. 이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작품이었는데요.
전편에 이어 ‘태계일주2’에 등장한 기안84는 6월 방영분에서 인도를 찾았죠. 지독한 위생개념으로 악명높은 인도를 이겨낸 그였습니다. 현지인조차 시선을 뗴지 못한 엄청난 맨손 먹방을 보여주는가 하면 더럽기로 소문난 갠지스강 또한 꿀꺽 마셔버렸죠. 그런 행위(?)를 거치고서도 ‘물갈이’ 하나 없던 기안84였는데요. ‘한국 자연인’의 인도 점령기와 다름없었습니다.
위생적이지 못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릴만한데도 불구하고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기안84의 모습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는데요. 특히 갠지스강 앞에서 벌어진 바가지 종교의식 행위에도 당당히 10분의 1의 가격을 내미는 모습까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죠. 기안84는 그 가격 또한 ‘흔쾌히 바가지요금을 냈다’라고 알고 있어 격한 웃음까지 동반됐습니다.
26일 첫 방송 된 ‘태계일주3’에서도 그는 변함이 없었는데요. 이번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떠났죠. 그야말로 예능신이 강림하사 기안84에겐 분량축복이 쏟아졌는데요. ‘원시의 바다’를 찾아간 기안84 앞에 천둥, 번개, 폭우 등 천재지변의 온갖 변수가 함께했죠. 이 또한 “저는 계획이 없는 여행이라 좋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며 세상 너그러운 현자의 모습으로 분했습니다.
그야말로 강건너 물건너 도달한 미지의 땅 어촌마을 ‘벨로스르메르’에 도착한 기안84는 자신만의 로망을 실현했죠. 현지 베조족들과 함께 작살 낚시를 했고, 야생 그대로를 사는 그들의 모습에 존경심을 표했는데요. 그가 꿈꾼 그대로 갓 잡은 물고기를 회를 떴고, 베조족에게 권했습니다. 하지만 구운 고기만 먹어왔던 베조족은 이를 거절했고, 기안84는 직접 가져온 초장을 곁들어 날생선 먹방을 보여줬죠. 경악하는 베조족의 얼굴 뒤로 만족스러운 기안84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야생 현지인을 이겨내는 ‘더한 현지인(?)’이라는 넘치는 박수를 받았습니다.
온몸으로 원시 바다를 느끼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이 여행을 즐기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현지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한국식 회를 그들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훈훈함과 함께 폭소를 동시에 선사했죠.
이 모든 것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이어졌는데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태계일주3’ 시청률은 전국 5.7%, 수도권 기준 6.4%로, 전 시즌 중 가장 높은 첫 방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작살 낚시 후 체력 고갈로 뻗어버린 장면은 분당 시청률은 7.3%까지 치솟았죠.
전작의 ‘갠지스강 물먹방’을 이겨낼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우려했던 순간이 무색해진 회차였습니다. 기안84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바로 ‘핫플레이스’ 자체가 돼 버렸죠.
그가 만든 감동 드라마는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지난달 27일 방송된 나혼산에서는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을 한 기안84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같이 함께 뛴 도전자들과 봉사자들, 시민들의 격려 속에 다시 일어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는데요. ‘4시간 27분 08초’란 기록으로 결승점에 골인한 그의 모습에 다들 “대상‘산’에 깃발을 꽂았다”라고 평했죠.
기안84의 마라톤 도전기는 8%대 시청률로 평균 회차 시청률보다 웃도는 성적을 거뒀는데요.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하는 장면은 분당 시청률 12.6%까지 찍었습니다.
그의 감동스토리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까지 퍼져나갔는데요. 해당 방송에 출연한 남미 볼리비아 포르피 가족의 한국지인으로 기안84가 등장한 거죠. ‘태계일주1’에서 기안84는 포르피 집에 머물며 우정을 쌓았는데요. 포르피 가족 또한 기안84를 그리워했습니다.
1년 만에 기안84와 재회한 포르피는 격한 포옹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현지에서부터 직접 챙겨 온 가방과 팔찌를 선물하며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기안84 또한 “올해 본 사람 중 가장 반갑다”라며 그들을 데리고 식사, 작업실 투어뿐 아니라 스포츠용품까지 선물했죠. 해당 방송분은 시청률 3.5%를 기록, 지난주 1.9%보다 2배에 달하는 시청률 상승을 이뤄냈습니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몰고 다니는 남자. 기안84의 대상 로드는 이렇게 차곡차곡 탄탄한 빌드업을 쌓아왔는데요. 기안84가 대상을 받게 된다면 그간 역대 대상 수상자들과는 또 다른 기록을 써내게 됩니다.
역대 대상 수상자들은 공중파 공채, 특채 출신 개그맨들이나 혹은 다른 방송 분야에서 예능계로 진출한 방송인들이 차지했는데요. 기안84가 대상을 타게 된다면 비방송계 출신 대상자가 최초로 탄생하게 되죠.
이제는 그의 ‘대상 소감’이 기다려지는데요. 그간 무대 위에 선 기안84의 수상 소감에 동료들도 시청자들도 불안감(?)에 떨었던 터라 더 긴장되는 상상이 아닐 수 없죠. 역대급 대상 소감이 될 거라는 건 우리 모두 예상하는 바인데요. 기안84는 주변의 기대가 조금은 부담스러운지 “솔직히 좀 무섭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뭐든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살아가는 ‘태사남’이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뭐든 받아들이는 그의 ‘쿨함’에 느껴지는 왠지 모를 ‘낭만’. 오그라들지 않는 그만의 감동과 여운, 웃음이 최고로 빛나는 그 순간을 기다려봅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 kki@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