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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오늘의 전시가 내일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늘 그렇듯 올해의 운세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재미로 한 번 들여다봤다가도 별 것 아닌 한 문장에 마음이 들렸다 내렸다 한다. 하지만 본인의 미래는 스스로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고, 현재는 미래의 자화상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미래가 궁금할수록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되곤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중인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는 그런 점에서 올해 관람할 첫 전시로 추천할 만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1세기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 당대를 빛냈던 화가 20인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눈으로 더듬다 보면 현재의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문득 깨달을 수도 있다. 듣고 보니 흥미는 생기는데 무작정 가기엔 너무 생소하다면? 당신을 위한 ‘행운의 키워드’ 3가지를 정리해보았다.

행운의 숫자 : 1,2,3 (점,선,면)

점이 하나 있다. 두 개가 되면 선이 생긴다. 점이 세 개가 되면 최초의 면이 형성된다. 중학교 수학 시간에 들어본 듯한 점, 선, 면의 탄생 비화이다. 입체파 화가들은 실존에 접근하기 위해 형태의 원초적 형태인 점, 선, 면으로 회귀했고 구성주의 화가들 역시 가장 근본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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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황소, El Toro' (1945-45)


피카소의 ‘황소’ 드로잉을 보면 일반적으로 보기에 황소의 모습과 유사한 드로잉이 어떻게 점점 단순화 되는가를 볼 수 있다. 피카소는 존재의 실재를 이루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으로 물질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 드로잉에서 사라진 면 뒤로 남은 최소의 점과 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황소라고 말하고 있다. 피카소 특유의 그림풍은 바로 이러한 점, 선, 면이 해체된 결과물이다.

 

전시 두 번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선과 면이 만들어낸 균형감에 색이 주는 확장성까지 더해 단순하지만 정체되어있지 않은 그림들을 탄생시켰다.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피에트 몬드리안 Piet Mondrian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 Composition rouge jaune bleu' (1927)

수많은 규칙과 원리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가 보기에 그들이 점, 선, 면을 가지고 노는 표현 방식은 신선할 수 밖에 없다. 거장들이 우리에게 남긴 그림을 통해 유쾌한 충격을 느끼고 세상을 처음 마주한다는 듯 호기심 어린 고양이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행운의 장소 : 베네수엘라

이번 전시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배경이 되었다. 화려한 라인업과 작품들은 베네수엘라 국립 미술관 재단이 관리하는 최고의 소장품들 중 엄선된 것들이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기도 한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놀라운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피카소 ‘알제의 연인들’ 유화의 드로잉 석판화도 내한했다. 지난 2년 간의 1위 자리를 내어준 프란시스 베이컨의 다른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으니 이번 전시 라인업의 화려함이 새삼 느껴진다.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알제의 여인들, Femmes D Alger' (1955)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세면대를 붙잡고 있는 인물(Figure at washbasin)’ (1976)

애정운 : 새로운 익숙함, 오마주

사랑에 빠졌을 때, 연인의 모습은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다. 넋을 잃고 보다 보면 어떻게 이런 것까지 매력적일 수 있나 싶은 것들이 보인다. 유독 뾰족하게 나온 팔꿈치 라던지, 웃을 때 살짝 보이는 콧구멍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눈이 멀었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은 것이기도 하다. 화가들 역시 종종 그림과 사랑에 빠지곤 했는데 그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가 ‘오마주’라고 부르는 작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퀴헬 Kochel’ (1902)

칸딘스키는 30살의 나이에 돌연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는데 계기가 된 것은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었다. 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에서 칸딘스키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회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번 전시에는 칸딘스키가 모네에 심취했던 초기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거장들의 처녀작이나 초기 작품을 보는 건 결말을 알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의 유일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피카소의 ‘황소’를 오마주한 래리 리버스, 마네 ‘풀 밭 위의 식사’를 오마주한 피카소 등 총 100여점의 작품들 가운데 화가들의 ‘오마주’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상을 향한 열렬한 경의(오마주)가 자신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되었던 것이 단지 거장들의 운이 좋아서는 아니다.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있다면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훌륭한 창작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

앤디 워홀 Andy Warhol '마릴린 먼로 Portafolio de Manrilyn Monroe' (1967)

전시장의 출구로 향하는 길에는 앤디 워홀의 대표적 실크스크린 작품 ‘마릴린 먼로’가 한결 같은 얼굴로 나란히 웃고 있다. 올해 첫 전시의 끝자락에서 아직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떠나려는 관객이 있다면 그녀가 했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때로 당신은 일을 망치게 될 거에요. 그건 우주의 진리죠. 하지만 좋은 점은, 그걸 어떻게 망칠 지를 당신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 마릴린 먼로

 

This life is what you make it. No matter what, you are going to mess up sometimes, it’s a universal truth. But the good part is you get to decide how you are going to mess it up. – Marilyn Monroe”

글 계란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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