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 `곰탕집 성추행`…대법, `유죄` 최종 확정
사회적 논란 `곰탕집 성추행` 상고심
1·2심 모두 유죄…대법원도 사실 인정
중요부분 일관…징역 6월·집유 2년 확정
“피해자 진술 신빙성 함부로 배척해선 안 돼”
지난 2017년 11월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발생한 ‘곰탕집 성추행’ 사건 당시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노란 원 안이 사건 당사자들. (사진=보배드림) |
지난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일관되게 유지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A(39)씨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2년 만에 내려진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식당에서 피해자의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 부위를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 현관 근처에서 일행을 배웅하던 중 여성 B(32)씨의 오른쪽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아 강제로 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피해자의 진술·폐쇄회로(CC)TV 영상 등의 증명력이다. A씨는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추행의 고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단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찬반 논쟁이 벌어졌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의 사실 인정을 받아들이고 법리오해가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
앞서 1심은 지난해 9월 B씨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1심 선고 직후 A씨 아내는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사건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A씨 아내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남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판결문 내용과 사건 당시 CCTV 영상 등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해당 사건이 찍힌 식당 CCTV 영상에서 A씨가 해당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식당 CCTV 분석 결과 피해자와 스쳐 지나치는 시간은 1.333초에 불과했다.
A씨의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하다고 올린 사연에는 3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이 정부의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동의를 얻었던 데는 함께 공개된 영상의 영향이 컸다.
실제 추행 여부와 별개로 양형의 적절성을 두고도 뜨거운 공방이 일었다. 특히 1심은 검찰 구형량인 벌금 300만원 보다 무거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A씨를 법정구속했다. A씨가 구속된 지 3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진행된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추행의 정도가 무겁지 않은데다 가족들의 탄원 등이 고려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받았다.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