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 범민주 진영 압승…투표율 사상최고 '71%'
중간 개표 범민주 201석…첫 '과반 확보' 전망
친중파 28석 참패…젊은 층 투표율 크게 늘어
시위대 동력 찾고, 정치 개혁 목소리 커질 듯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25일 친중파 후보의 낙선이 확정되자 즐거워하고 있다.[사진=AFP제공]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이 24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가 홍콩 시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오전 5시 54분 기준 개표 결과 무려 201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 과반의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친중파 진영은 고작 28석에 그쳤다. 중도파에게는 12석이 돌아갔다. 나머지 211석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홍콩 내 친중파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오전 5시 30분 기준 후보자 중 21명이 승리를 거두고 156명이 패배를 당했다. 친중파가 주장해온 ‘침묵하는 다수’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민주 진영인 공민당은 전체 36명 후보 중 32명이 이겼고, 노동당은 7명 후보자 전원이 승리했다.
현재 홍콩 의회는 민건련이 115명의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전체 친중파 진영은 327석에 달한다. 범민주 진영은 118석에 불과하고, 민주당이 37명,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범민주 진영이 압승은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이 적극 선거에 참여했던 영향이 크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오전 7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진행된 선거에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최종 투표율은 71.2%를 기록했다.
투표율과 참가자수 모두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를 넘어선 것이다. 당시 투표율은 58.28%였으며 220만명이 참여했다. 직전 구의원 선거인 지난 2015년 투표율은 47.01%에 불과했었다.
이번 선거에는 홍콩 인구가 73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413만명이 유권자로 참여했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범민주 진영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들이 귀국하는 등 젊은 층은 적극적인 선거 참여 의지를 보였다.
지난 5월 18세 생일이 지나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써니 추아 씨는 투표장에서 “우리 사회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고, 우리 침례대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정당한 정치적 태도를 가진 의원을 선출하는 데 나 자신의 작은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반면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를 지지해온 중국 정부 역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대는 다시 힘을 찾고 있다. 당장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당선된 32명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현재 경찰로 봉쇄당한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콩 교육부는 전체 유치원과 특수 학교 등도 이날부터 정상 수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정다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