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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탈출 9일 만에 나타난 곤 "다른 선택할 수 없었다"

8일 레바논 베이루트서 기자회견 열고 억울함 토로

"자금 관련 비리 기소, 근거 없어"

앞서 곤, 보석 상태에서 또 구속 돼 다시 보석

인터폴, 곤 수배 관련 레바논 정부 요청

이데일리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 중이다. (사진=로이터/Mohamed Azakir)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며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이유를 밝혔다. 곤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9일 만이다.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금 관련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고 일본 검찰을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 안도했다. 그는 “절망감이 크다”면서도 “내가 레바논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레바논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은 양복에 넥타이를 착용한 등 말끔한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이어 나갔다. 중간중간 그의 지지자들의 박수소리도 들렸다.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입국한 곤 전 회장은 9일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곤 전 회장은 재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특별배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 이후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풀려났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4월 풀려났다.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던 것.


곤 전 회장은 구치소 생활에 대해 “1년 전 나에게 죄가 없음을 호소했지만, 수갑을 차고 무기한으로 독방에 갇혀야 했다”면서 “새해도 독방에서 보냈다. 하루 8시간 이상 변호사 없이 심문당했다. 인권과 존엄을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낮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뒤 그날 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다. 이스탄불에서는 또다른 개인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말할 것이 없다”면서도 “나는 발언의 자유를 빼앗긴 후 400일 이상 이날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곤 전 회장에 대한 수배를 레바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다만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체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신병을 일본에 넘길지는 미지수다. 오쿠보 다케시(大久保武) 레바논 주재 일본 대사는 지난 7일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나 곤 전 회장의 도주에 관해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아운 대통령은 “전면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언급했다. 레바논은 이번 사건에 관해 정부 차원의 개입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일본 외무성은 전했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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