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좋은데..소리소문 없이 말리부 하이브리드 등장한 이유?
한국지엠은 지난해 11월 대표 중형세단 쉐보레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1.35L 터보 라인업을 보강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연비가 대폭 보강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대를 끈 하이브리드 모델이 지난 4월말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나왔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돼 판매를 시작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한국지엠은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2017년 출시한 9세대 말리부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 바 있다. 문제는 환경부 저공해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하이브리드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로인해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보지도 못한 불운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정이 다르다. 부분변경 말리부에 장착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았다.
경쟁 모델인 기아 K5나 현대 쏘나타의 하이드리드 모델의 경우 친환경 차량임을 뽐내기 위한 디자인이 이곳저곳에 적용됐다. 반면 말리부는 내연기관 모델과 외관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말리부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1.8L 가솔린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엔진 최고출력 124마력, 최대토크 18.0kg.m에 2개의 전기모터(모터A : 최고출력 93.5마력, 최대토크 17.8kg.m, 모터B : 최고출력 106.1마력, 최대토크 30.7kg.m)가 힘을 보탠다. 시스템 총출력 182마력, 합산토크 38.3kg.m의 힘을 발휘한다. 또한 무단변속기가 조합돼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7.1km가 나온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회생제동 브레이크 시스템, 엔진 배기가스열 회수 시스템(EGHR), 어드밴스 스탑&스타트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 슈퍼비전 8인치 컬러 클러스터, 캡리스 퓨얼 시스템, 하이브리드 전용 창(클러스터 & 인포테인먼트), 8인치 고해상도 컬러 터치 스크린,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전방주차 보조시스템, 열선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등의 안전 및 편의사양을 탑재했다.
이처럼 매력적인 말리부 하이브리드 모델이 소리소문 없이 출시된 것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는 2.0L 가솔린 터보와 1.35L 가솔린 터보가 주력 모델”이라며 “하이브리드는 1.6L 디젤과 함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지치기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은 최근 3개년간 자동차 판매수량이 3000대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2018년 기준 최근 3년 평균 판매량의 10% 이상을 저공해 차량으로 판매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지엠의 2015년~2017년 총 판매량은 47만1056대다. 여기에 최근 3년간 2015년 15만8404대, 2016년 18만275대, 2017년 13만2377대 평균 판매량은 15만7018대다. 이에따라 지난해에는 이 중 10%인 1만5701대를 저공해 차량으로 판매해야 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국내서 판매한 저공해 차량은 볼트 EV와 말리부 1.35 터보(단종된 말리부 1.5 터보도 제3종 저공해) 단 2종이다. 볼트 EV는 4722대로 확인되지만 말리부 1.35 터보와 1.5 터보만 정확한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8인승 이하의 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은 1대를 최대 3.5대까지 인정해 줘 1만5701대의 기준을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올해다.
한국GM이 올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저공해 차량은 말리부 1.35 터보(제3종 저공해), 말리부 하이브리드(제2종 저공해), 볼트 EV(제1종 저공해) 등 3개 차종이다. 쉐보레의 최근 3개년간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40만5969대(2016년 18만275대, 2017년 13만2377대, 2018년 9만3317대)로 연 평균 13만5323대를 판매했다. 이 중 10%에 해당하는 1만3532대를 저공해 차로 팔아야 한다. 최근 한국지엠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라 올해 기준 판매량을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높은 가격도 적극적인 홍보를 못하는 이유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652만~3817만원이다. 사실상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3576만~3993만원) 혹은 기아 K7 하이브리드(3532만~3952만원)와 같은 준대형 세단과 맞먹는다.
더불어 공인 연비에서도 경쟁 모델에 비해 소폭 떨어진다. 기아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2848만~3330만원의 낮은 가격에다 리터당 17.2~18.0km의 복합연비를 기록한다.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리터당 주행거리는 17.1km다. 경쟁 모델에 비해 딱히 내세울 장점이 없다.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사연이다.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