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色 CEO열전⑮] 그래놀라에 빠져 잘나가던 로펌도 떠났다
[권일구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 건강식 그래놀라에 빠진 모던구루 임지영 대표를 만났다. 그런데 그에게 놀라운 반전 스토리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로펌의 기업소송팀에서 소송전문으로 활동했던 8년차 변호사였다. 임 대표가 그래놀라 전문가로 변신한지는 약 3년 전. 변호사라는 화려한 직업을 그만두고 그래놀라 사업가로 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놀라는 아침 식사용으로 곡류,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설탕이나 꿀, 오일과 함께 섞어 만든 시리얼이다.
원하는 삶에 대한 '갈증'이 창업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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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지영 대표는 변호사 일을 병행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사업에 있어서는 초보이다 보니 '그래놀라' 한가지에만 신경 쓰고 싶고, 또 자리 잡는 것도 녹록치 않기 때문에 병행할 여력이 없어서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사업을 결심하기까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임 대표는 "정말 어려웠다. 결정하는데 1년이 걸렸다. 원래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인데 로펌 생활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많이 포기해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속에서는 많은 갈등이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닌데 라는 갈증이 있었다. 다른 것을 해보자는 겨를도 없이 일에 매진을 하다가 로펌에서 보내준 해외 연수기간 동안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그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해보자. 정말 하고 싶다면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많은 건강식 중 그래놀라에 유독 관심을 가진 데는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간편함과 '여러 가지 맛으로 만들 수 있어 질리지 않는 식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바쁜 사람들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그래놀라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물론, 집안에서는 뒷목을 잡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또한 지금은 그래놀라 한 가지 품목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만간 새로운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건강'한 재료, 아낌없이 '팍팍'
그는 모던구루에서 생산하고 있는 그래놀라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리얼 섹션에 있는 그래놀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원재료'를 꼽았다. 그는 식품을 살 할 때 항상 먼저 보는 부분이 상품의 뒷면이라고 한다. 바로 원재료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앞면에서는 건강함을 강조하는 라벨이 붙어있지만 막상 뒷면을 보면 설탕이나 밀가루의 함유량이 과도하거나 팜유 혹은 인공적인 식이섬유 등을 첨가한 제품이 많은데 이런 제품은 건강식이아니라 과자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내가 만들 때는 일단 원재료부터 건강한 원재료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건강한 재료 안에서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 낸다'라는 원칙하에 그래놀라의 기본이 되는 곡물도 좋은 것만 골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도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곡물도 100% 귀리만 사용하고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섞지 않았다. 또한 한국 사람들이 잡곡밥을 즐겨 먹는 것에 착안해서 다른 통곡물(현미, 율무, 검정쌀 등)을 섞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고, 여기에 오일도 건강에 좋은 오일 등을 꾸준히 연구한 결과, 올리브유 중에서도 엑스트라버진올리브가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내려 이를 사용한다. 달달한 맛을 내는 당 역시도 황산화 성분이 많으면서도 쓸모가 높은 메이플시럽을 선택했다. 메이플시럽은 미네랄 성분이 타 제품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들까지도 건강한 재료만으로 만들고 있다. 견과류도 조각을 낸 것이 아닌, 통견과류를 아낌없이 넣어 사용한다. 이러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생산하다보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중화를 생각한다면 단가를 낮춰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 일을 시작할 때 뜻은 '대중화' 보다는 '질 좋은 제품을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 건강한 그래놀라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래놀라 1등 브랜드 '모던구루' 꿈꾸다
모던구루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 데에는 '입소문'에 비결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전까지는 지인들에게만 판매를 하다가 서서히 후기가 올라오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까지는 온라인 판매와 자체채널을 통한 판매에 집중하다가, 몇 달 전부터는 현대백화점 전국 식품관에 입점 돼 유통되고 있다. 2월 초부터는 마켓컬리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그는 "처음 상품을 팔기 위한 채널로 다양한 곳에 입점을 제안했는데 연락도 없었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타고 제품이 인기를 끌자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내 안에서 잘 하고 있었더니 이런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 역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마케팅은 정말 힘들었고 너무 몰랐으며 지금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큰 청사진과 로드맵을 포기하고 당장 스스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하나씩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있다. 그러면 기회가 온다는 확신 때문이다.
창업,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해야
그는 "본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충분히 준비를 해보고, 그리고 나서 시작을 해보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작게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겪었을 때 한 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창업에 나서야 한다"며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고 예상치 못했던 일도 있으니,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될 거야'라는 희망과 기대만을 가지고 올인하면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할 수만 있다면 시작도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함께 아니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서 '그래놀라'를 잘 만드는 건강한 브랜드, '모던구루'하면 역시 '그래놀라'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전했다. 또 개인적으로도 회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은데 어서 자리 잡아서 좀 더 여유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