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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분노와 중국의 야망, 그리고 홍콩의 눈물

홍콩보안법 통과


홍콩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홍콩은 물론 아시아, 전 세계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며 정국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안개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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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결국 통과되다

중국 전인대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보안법 초안을 의결했다. 표결에는 전인대 대표단 2885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은 2878표, 반대는 단 1명이었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본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일국양제 체계를 견지하고 보완하는 중대한 조치”라면서 “중국 전체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으며 리커창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일국양제는 국가의 기본국책”이라 말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며 일국양제를 지키겠다고 말했으나 홍콩의 민주화 및 야권은 믿지 않는 눈치다. 당장 홍콩은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이 홍콩에 집결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36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경찰 3000명이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이들의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까지 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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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왜 논란인가

홍콩보안법의 주요 내용은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률과 체제를 만드는 한편 외국 또는 해외 세력이 홍콩을 이용해 분열, 전복, 침투, 파괴 활동을 자행하는 것을 막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홍콩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안전교육을 단행하는 것도 담겼다. 즉, 홍콩의 안전과 체제 보장을 위해 강력한 수단을 직접적으로 가동할 수 있으며 학생들을 올바른 중국인으로 키우기 위해 교육한다는 뜻이다.


사실 홍콩보안법에 담긴 내용은 중국 정부가 1997년 홍콩 송환 후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하던 법안이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홍콩이 중국의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는 집요하게 이를 관철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고, 홍콩은 지금의 홍콩으로 남을 수 있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다. 범죄인 송환 반대를 기점으로 들고 일어난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지켜보며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을 결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4년 홍콩 우산시위 당시 약점을 보완한 홍콩 민주화 및 야권은 지난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통해 중국 정부를 자극했고, 이에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통해 일국양제의 틀을 유지한다는 표면적인 프레임 아래 ‘하나된 중국’을 위한 강경책을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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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붕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며 홍콩의 운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중국령이 된 이후로도 매우 특수한 위치를 점했다. 일국양제의 틀 속에서 대륙의 사회주의와 홍콩의 자본주의가 양립할 수 있는 기묘한 공존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은 고도의 자치를 유지하며 홍콩인에 의한 통치, 즉 항인치항(港人治港)의 기조를 충실히 따랐다.


그 연장선에서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의 역할을 명확하게 수행했다. 실제로 홍콩 교역소에 따르면 4월 기준 홍콩 증시에는 무려 2477개의 기업이 상장되어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3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규모적인 측면에서 미국 나스닥과 도쿄, 런던, 상하이에 이은 네 번째 금융허브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홍콩에는 현재 약 8만5000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1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있다.


중국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도 수행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홍콩증시에 상장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됐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대중국 사업을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보복을 받지 않았고, 홍콩에 거점을 마련한 중국 기업들도 미국의 압박을 제한적으로 받았다. 중국 남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홍콩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퍼지고, 또 반대의 흐름이 이어진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의 대홍콩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은 총 660억달러를 넘었으며 홍콩에 대한 수출과 수입은 각각 500억달러, 168억달러다.


그러나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며 홍콩의 특수한 지위까지 흔들리고 있다. 홍콩이 중국 내외부가 만나는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아닌 중국의 평범한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당장 미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에 자치권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홍콩의 지위에 대한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이 위험하다. 홍콩정책법은 홍콩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해 면세와 관련된 혜택을 주는 것이며, 이 정책이 변화를 맞이할 경우 홍콩의 현재 지위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민주화 시위 당시 아시아 금융 허브의 지위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GDP의 13%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홍콩보안법 통과 직후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0.7% 급등한 이유다. 최악의 경우 미국인과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엑소더스까지 펼쳐질 경우 사태를 수습하기는 당장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미국의 압박이 고스란히 홍콩에 대한 충격이 되는 장면이 우려스럽다. 지난해 11월 홍콩 인권민주화법까지 제정하며 홍콩을 우대하던 미국은, 이제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최근 중국은 화웨이와 자국의 거래를 중단하는 정책을 연장하는 한편 대만의 TSMC를 끌어들였다. 여기에 유럽과 연합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강경모드를 보여주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가능성까지 높아진 가운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홍콩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아시아 및 주요국 증시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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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중국은 코로나19로 세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홍콩보안법을 강행했다. 여기에는 홍콩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이 다소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콩 GDP는 중국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 등의 경제압박이 들어와도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의 경제적 타격보다는 체제의 안전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미국이 홍콩을 무작정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략도 깔렸다. 실제로 홍콩의 특수한 지위가 사라지면 중국이 받는 타격도 상당하지만 미국이 받는 충격도 상당하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 모두 ‘최악의 전투’에는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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